과인(寡人)이 교(敎)한다. 무릇, 한 나라를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 번 무너졌던 나라를 다시 세우는 것은 새로이 나라를 일으키는 것보다 수 배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또한 무너진 나라의 구신(舊臣)이 돌아오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선왕(先王)께서 아조(我朝)를 다시 일으키시자 재야에 있던 많은 이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그 곁을 지켰고, 그로서 아조는 끊어졌던 반 백년의 맥을 다시 이을 수 있었다. 허나 옛말에 이르기를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였던가. 아아, 선왕께서 백성을 생각하심에 밤낮이 없으시어 끝내 옥체를 상하시었다. 선왕께서 붕(崩)하시자 과인(寡人)이 부족함에도 군주의 위에 올랐다. 허나 조야(朝野)의 백성과 신하들 사이에 반목이 그치지 않고, 끝내 조정(朝廷)이 흔들리기에 이르러 철조(輟朝)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움이 지나 과인이 다시 조정의 문을 열었을 때, 곁을 지키던 이가 누구였던가. 구신(舊臣)과 백성들은 모두 흩어져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그러한 때 과인의 곁을 지켰던 이가 그대가 아니었던가. 아아, 그대는 선왕께서 아조를 창국한 이래 오랜 시간을 조정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대의 공적을 따진다면 옛 공신(功臣)들의 그것이 비할 수 있겠는가. 나라를 일으킨 공은 높으나, 한 번 무너진 것을 다시 세운 공은 또한 얼마나 높은 것인가. 다시 공신을 가려 뽑는다면, 그대가 으뜸에 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허나, 아조(我朝)에서 세운 그대의 공이 비록 높다 하여도, 옛 선인들이 세웠던 그것에 미치지 못함이 있으니, 어찌 이제 다시 공신을 가려 뽑겠는가. 과인이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대가 아조에 있었고, 아조에서 어떠한 공을 세웠는지 후세(後世) 사람들로 하여금 알 수 있도록, 그대의 이름을 청사(靑史)에 깊이 새기는 것 뿐이니, 과인은 마음 깊이 안타깝게 여긴다.
이제 그대의 치사(致仕)를 받아들이며, 특별히 자헌계로 가자(加資)하고 봉조하(奉朝賀)에 명한다. 이는 그대의 지난 10여년 간 쌓아 온 공적을 천하만민이 모두 알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요, 그대의 노고를 과인이 마음 속 깊이 간직하려함이니, 그대 역시 과인의 이러한 뜻을 가슴 깊이 새겨 조정 내외의 모범이 되도록 하라.
이화
[홍문관/전한] <업무> 봉조하 임명 교서
이산
김성
이수현
김민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