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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위사/우익찬] <상서> 사법제도 개선에 대해
일자(日字) : 개국613년 1월 2일 내용(內容) : 신 승문원 정자 신대치 감히 성상께 복이하나이다. 신은 본디 머리가 아둔하고 학문이 척박하여, 비록 말직의 관직이라고는 하나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 위로는 상감께 죄를 짓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볼 낮이 없이 그저 녹봉만 축내는 위인에 불가하나이다. 이런 신이 임금과 백성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비록 사소한 일이라 하여도 죽기를 각오하고 임금께 간하고 고집을 피우는 일 뿐이니 어찌 신이 감히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겠나이까. 신이 오늘 등청하니 전하께서 미령하신 옥체에도 불구하고 친히 어전에 올라온 일들을 살피셨다 하니, 신은 이제서야 안도를 하였나이다. 하여 기쁜마음에 오늘 전하께서 친람하신 안건이 무엇인가 살펴보았나이다. 그러나 형조에서 올라온 계사를 보니 아조에 실이 되면 되었지 득이 될것이 하나도 없는 판결이 있어 이렇게 아뢰옵니다. 형조의 계사에 따르면 이라크 파병을 반대하여 병역을 일탈한 강철민 이병의 죄가 "병역의 의무와 이라크 파병 반대의 의사는 별개의 문제이며, 개인이 주장하는 이라크 파병 반대의 취지와 동기가 매우 불손하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 70만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린 점이 인정되어 형벌을 내렸습니다. "다 하였나이다. 그러나 신이 살펴보건데, 강이병이 주장하는 파병반대의 취지와 동기가 어째서 매우 불손한지 전혀 알 수가 없나이다. 또한 70만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린 점이 인정된다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그 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자료 없이 그렇다 하니, 무엇이 어떻게 인정되었는지에 대한 사실 또한 전혀 알 수가 없나이다. 어찌 일국의 판결이 이와 같이 엉성할 수 있겠나이까. 뿐만 아니라, 병역의 의무와 이라크 파병반대의 의사는 별개의 문제인지 아닌지는 사안이나 주장하는 바에 따라 강이병 사건에 대한 심리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것이옵니다. 만약 파병반대의 의사와 병역의 의무가 조금이라도 상관이 있다면 강이병의 판결은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이다. 신이 생각하건데 병역의 의무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무라는 점에서 신성한 의무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국가라는 것이 막연한 형이상학적인 존재가 아니라 헌법에 의하여 추구하는 가치와 이상, 그리고 정체성을 부여하는 엄연한 실체이옵나이다. 따라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국가의 정체에 위반하는 국가의 명령은 신성하다 말하기 어렵나이다. 신과 같이 생각하는 이도 있거늘 충분한 근거와 논리없이 이러이러해서 죄가 된다 하면 민국의 모든 백성에게 죄를 물어야 할것이옵니다. 이렇게 무엇이 옳고 그른것에 대하여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사건에 대하여는 비록 민국은 나름의 사회체제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판결하여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필요성이 있을지 모르나 아조에서는 둘 중 어느것을 장려하고 어느것을 지양해야 할지 사람에 따라 제각각일 수 있으니 섯불리 개입한다면 아조의 위신만 추락할까 두렵사옵니다. 설사 이러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하여 부득이 하게 아조에서 판결하여야 한다면, 충분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여야 하나 오늘 형조의 계사에는 이러한 것을 전혀 찾을 수가 없으니 이러한 근거로 판결을 내린다면 백성들이 조정의 판결을 비웃어 차라리 안하니만 못하게 될까 두렵사옵니다. 신 신대치 다시금 머리를 조아리고 아뢰나이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은 대게 아조의 사법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생각되옵니다. 지금까지 형조의 판결을 살펴보면 대부분 그 판결 자료라고 하는 것이 민국 언론의 기사를 취사 선택한 것을 근거로 하고, 아조의 특성상 피고인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가 없으니 이는 여론재판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나이다. 그나마 언론의 보도에서만 사실관계를 찾아 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같이 '이러 이러 하니 그럴것이다.', '이러 이러 하리라 생각된다'가 판결의 근거가 되니 어느 누가 감히 아조의 판결이 공정하다 말하겠나이까. 하여 신이 다시 아뢰옵건데, 아조에서 판결을 내리는 사안에 대하여 그 범위를 제안하여 주시고, 판결을 내리실 때에는 각각 유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관원을 하나씩 두어 피고를 변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옵소서. 민국에서는 어떠한 죄를 짓는다 하더라도 피고에게 반론의 기회가 주어지고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자신의 주장을 판결자에게 알릴 수 있나이다. 사건을 판결한다 함은 한 사람에게 죄를 준다 하는 것인데, 어찌 '이러이러 할것이다'와 같은 추측따위로 그리 할 수 있겠나이까. 변론을 맡은 관원은 그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든지 그 사람을 변호하여 반대의 주장을 하게 하시어 형평을 갖추어 엉성한 판결로 혹시라도 해당자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심이 참으로 마땅하다 생각하옵니다. 부디 소인의 아룀을 두번 세번 생각하시어 아조의 판결을 그 하나하나가 역사에 기리 남게 하시옵소서  세제 01/04[20:50] 전하께서 이미 비답(批答)을 내리셨으니 세제가 별도로 하답할 필요가 없겠소. |
http://www.1392.org/bbs?sajor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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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이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