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조/정랑] <계사> 정석학당 강의 문서 도용 사건에 대한 논죄

9월 7일에 변호인은 "정석학당에서 한국문학사와 국어음운론 두 가지 주제에 대하여 강의를 하면서 출처를 밝히기는 했지만 한국문학사의 경우 재구성이나 각색하기가 까다롭지는 않습니다. 국어음운론의 경우 언어의 기초라 특성상 이론적 배경이 많은 부분이기 때문에 출처를 밝히고, 재구성을 한다 해도 상당부분 인용을 해야 하고, 내용면에서 겹치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단지 일치하느냐, 어느 정도 풀어쓰느냐의 차이입니다."라고 하며 "수사논죄절목 제11조 1항 ‘다른 백성의 이름이나 직함, 문서 등을 도용하였을 때에는 15일 이상, 1년 이하에 처한다.’, 다른 사건을 일으켰던 부분, 저작권은 모든 곳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 등을 보면 중형에 처해짐이 마땅하나 이미 행정처분으로 3개월간 훈장자격이 박탈되었기에 1개월 하옥, 집행유예 1달로 해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변론했습니다. 

검사의 공소장과 변호인의 변론 이후 지난 9월 8일 재판관은 심리를 진행하였습니다. 재판관은 "1) 피고가 참고 문헌으로 제시하였던 《국어음운론 강의》 (이진호, 2005, 삼경문화사)를 직접 확보하여 대조까지 해보았다는 검사 측의 진술과, 지역 게시판에서 피고가 본인의 생각이 가미되지 않은 채로 강의를 해왔다는 자백을 하였다는 정황을 종합하여 본 재판관은 피고의 강의 문서 도용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피고의 자백이 중요한 증거로 채택된 점, 그리고 피고의 자백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표현을 하고 있으니, 수사논죄절목 제10조 제 3)항을 적용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이번 사건과 유사한 천손서당 강의문서 도용 사건을 전례로 참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판결된 사건이고 시기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따라서 해당 사건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위와 같이 심리하였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수사논죄절목 제12조를 적용하여 형량을 다르게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라는 이유로 피고 정병욱에게 하옥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사와 변호인은 모두 이견이 없었습니다.

이 심리의 결과로 지난 9월 11일에 판결이 내려졌고 피고 정병욱에게 하옥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별단으로 판결문을 첨부합니다.

한편 국선변호인으로 임한 급제 김지수에게는 재판제도지침에 의거 기본 수당 70냥을 지급하고자 합니다.

하옵고 지난 천손서당 사건의 전례와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前훈장 정병욱이 정석학당에서 진행한 국어음운론 강의를 일체 소각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또한 창국대전 형전 심문 및 처결조에 "관원이 하옥 이상의 죄를 받으면 파직하고, 하옥 5일 이상은 품계를 1계, 10일 이상은 1품, 20일 이상은 2품, 30일 이상은 3품, 60일 이상은 4품 강등하며, 90일 이상 하옥은 삭탈(削奪)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이번 경우 하옥 2개월의 죄를 받았으나 집행유예가 있으므로 품계 강등은 제외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27년 9월 13일
사옹원정 겸형조정랑 신 정예림

별단 : 정석학당 강의 문서 도용 사건에 대한 판결문

국왕

627('18)-09-20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