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성필
[훈련원/정] <차자> 청사직차
신이 개국620년 11월에 출사한 이래, 2회의 파직과 4회의 면직, 이로 인하여 약 2000일에 가까운 기간동안 과천현에 지냈다가 개국629년에 다시 출사하여 현재에 이른 상황에서 보는 조정의 모습은 정조대왕 시기부터 철종대왕 시기까지의 세도정치가 다시 나타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정 문중이나 모임에 속한 이들이 권력을 휘두르고,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 의견을 제기하는 이런 상황에서 과연 평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심히 걱정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평정에 대한 이의가 연이어서 제기될 경우 평관이 되는 이들이 과연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평정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뿐입니다. 전하, 신은 개국632년 12월에 호조의 수장으로 부임한 이래 개국633년 2월 27일 비국의 낭청직을 겸하면서 무관으로서는 마지막 낭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전반기에 해당하는 개국633년 2월 1차부터, 같은 해 10월 1차까지 17회 동안 중점을 연속으로 받아 신 스스로도 당혹스러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이 그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습니까? 신은 당시에 한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으나, 군자감정은 평정이 나오고 두 번 연속으로 이의를 제기해서 신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신이 이에 하도 속으로 화가 나서 대사헌에게 간찰로 질의해보니, 대사헌 본인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4월 1차부터 6개월 동안 연속으로 중점을 준 이가 바로 대사헌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제가 지금이라도 대사헌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때 왜 나한테 중점을 그렇게 줬냐고 말입니다. 또한 신이 답답한 것은 연이은 신에 대한 추고로 인해서 신은 업무를 놓고 싶은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가뜩이나 평소 성격이 예민한 편이고 매해 3월~4월이면 민국에서 업무가 늘어나는 시기인데다 개인적인 일도 있어서 업무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실직에 있는 무관이라고는 신을 포함해서 3인이라 누군가가 빠지면 공백을 메우기도 어렵습니다. 신이 보기에 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그 제도를 지탱하는 법령을 손보는 것이 가장 좋으며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오히려 반발만 생길 뿐입니다. 현재 인사평정절목은 개국618년에 개정된 것을 16년째 쓰고 있으며 개국622년에 4조 3항을 수정하였다고 해도 12년째 사용하고 있습니다. 절목 5조 2항에 ‘이조 또는 병조에서 별도의 평정 기준, 참고 지침 등을 제시할 수 있다.’라 하였고 그 부칙으로 ‘휴가, 근신, 직무 정지 등의 기간은 평정 대상 기간에 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평정 점수에 포함한다. 근신이나 직무 정지 기간에 경솔한 행동을 보였을 경우에는 평정 점수를 더욱 낮춘다.’라 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단순히 제시할 수 있다를 넘어서서 확실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조의 수장이 누가 되든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만큼, 이걸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최근과 같은 불상사는 언제든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은 개국634년 4월 13일 어전에 계해진 사헌부의 결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기하고 싶습니다. 관리가 잘못 했으면 그에 대한 처분을 받는건 응당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헌부는 그동안 그에 대해서 삭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는데, 이런 삭직 결정 과정에서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사고가 적용된 적이 과연 없었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번에 평정에 이의를 제기한 이와 추고를 시행한 이들은 모두 한 모임에 있습니다. 혹자는 신의 이러한 이의에 대해서 ‘너무 나가는 발언 아니냐?’ 싶지만, 담당하는 관원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거의 안 하는 부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솔직히 이거야 말로 의심을 품어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국에서도 검찰이 왜 개혁 대상으로 여겨졌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들 스스로 제 식구 감싸기를 해옴으로 인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계사에서도 같은 모임에 있는 이에게 가벼운 처분을 내린 것을 보고 신은 그저 생각만 했습니다. ‘사헌부가 민국의 검찰과 같은 결정을 하는 건가?’라고 말입니다. 현 시점에서 실직에 있는 무관이 신을 포함 4인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삭직을 주청하게 되면 누가 더 이상 무반으로 나오려고 하겠습니까? 나오려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은 중추부에 있는 이까지 불러서 써야 할 수 있습니다. 무반의 관직 돌려막기가 어제 오늘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여주시옵소서. 추고로 관직에서 쫓겨난 이들 중에도 다른 곳에 두면 잘 할 인재가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옵니다. 그들이 지금의 상황을 보고서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무반은 최근 몇 년간 부족했다는 사실을 잊지마시옵소서. 신은 이제 물러나고자 하옵나이다. 민국의 일로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고, 그동안 여기까지 버티고 버텨왔습니다만,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었사옵나이다. 당분간 초야로 돌아가 몸을 추스르고 싶사옵나이다. 신은 삼가 물러나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34년 4월 13일 훈련원정 이성필 |
http://www.1392.org/bbs?sajor02:10528  
|
| 
|
![[1]](./data/board/member/img/1/i_4c550ebf03.gif "[1]")
국왕
634('25)-04-16 14:55
|
차자에서 지금 상황을 감히 세도 정치를 비유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과연 그러한가. 만일 그러하다면 더 이상 조정이 있을 명분이 없다. 또 전관의 평정이 그 자체로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면서 사헌부의 조사와 판단은 사적인 연고나 개인 감정에 의한 것이라고 의심하였는데, 이는 위나 아래에서 3품에 이른 관원에게 조금도 기대한 처신이 아니다. 문무 양반(兩班) 가운데 하나를 영구히 폐하더라도 이와 같은 언행은 용납할 수 없기에 마땅히 삭판(削版)할 일이로되, 근래에 여러 관직에서 봉직한 바가 있으므로 한 등급 낮춰 삭탈(削奪)에 그친다. 병조 사무는 이조에서 담당하라. | |
|
이운
박준혁
한명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