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창국공신 책봉 별교서

창국공신(昌國功臣:나라의 번창에 기여한 공신) 책봉 별교서(別敎書)를 내린다.

예로부터 특별한 공(功)을 세운 자가 있으면 논공(論功)하여 그 이름을 녹권(錄券)에 기록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는 인군(人君:임금)이라면 마땅히 시행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고금(古今)을 관통하는 변함 없는 의리(義理)와 같다. 공신을 책봉하는 것은 당대의 공로(功勞)에 보답해 보답하여 포상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훈적(勳積)이 분명한 신하들의 충절(忠節)을 만세(萬世)에 영원토록 전해지게 하여, 다시 그와 같은 공이 있는 신하들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위함이다. 후세 사람들을 면려(勉勵:스스로 힘쓰게 함)하고 장려하고자 함이니, 명예를 세울만한 공이 있는데도 그 공을 치하(致賀)하지 않는다면 어찌 군주가 덕(德)과 예(禮)에 근거해 백성들을 이끈다고 하겠는가.

과인은 덕이 부족하고 보잘 것 없는 자질과 성품을 가지고 있는데도 외람되게 한 나라의 종묘를 받드는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평소 능력과 자품이 성군(聖君)의 그것에 크게 미치지 못해, 그로 인해 작은 일을 시행하는 것에도 내외(內外)로 근심이 끊이지 않았으나, 열성조(列聖朝:선대왕)의 지극한 보살핌과 여러 신하들의 충(忠)에 근거한 각고의 노력에 힘입어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을 수 있었다. 종묘사직이 반석 위에 올랐다고 자신하고 자찬하는 것에 혹여 미안함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렇듯 조종조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된 것은 그동안 맡은 바 위치에서 직임을 다한 신하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가 평온한 치세(治世)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어 과인이 3년 전에 종묘에 나아가 맹세한 바를 일부나마 지킬 수 있는 된 것을 누구의 공이라 하겠는가.

창국(昌國) 초기에 각 관아(官衙:관청)의 기틀을 공고히 하고 각종 법령과 제도를 제정 또는 시행하는 데 크게 일조한 자, 끊임없는 수고가 요구되는 인사, 교육 등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룩한 자, 아름다운 일을 칭송하고 그렇지 못한 일을 징계하는 등의 사무에 최선을 다한 자, 과인을 좌우에서 보좌하며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수고로움을 다한 자, 행실을 항상 올바르게 하여 충효(忠孝)와 절의(節義)의 이치를 몸소 행동으로 옮긴 자, 활발한 활동으로 팔도(八道) 각지를 흥성(興盛)하게 한 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라도 부족한 점이 있었더라면 어찌 지금과 같은 나날을 맞이할 수 있었겠는가. 군주의 도리에 있어 이러한 신하들의 노고(勞苦)에 보답하는 특별한 은전(恩典)을 베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이휘(李輝), 이완(李浣)을 책훈(策勳)하여 정공신(正功臣) 일등(一等)으로 봉(封:책봉)하고 그 모습을 그려 후세에 전하며, 품계를 세 자급 초수(超授:승진)한다. 교서(敎書)와 녹권을 반급(頒給:지급)하고 수충승지광운준책창국공신(守忠承志廣運俊策昌國功臣)의 훈호(勳號)를 내린다.

조조(趙造), 최영(崔瑩), 유치의(柳治義), 노사신(盧思愼)을 정공신 이등(二等)으로 봉하고 그 모습을 그려 후세에 전하며, 품계를 두 자급 초수한다. 교서와 녹권을 반급하고 수충승지광운창국공신(守忠承志廣運昌國功臣)의 훈호를 내린다.

양지원(梁志元), 이방원(李芳遠), 신용호(辛庸浩), 강다소(姜多笑), 허준(許浚)을 정공신 삼등(三等)으로 봉하고 그 모습을 그려 후세에 전하며, 품계를 한 자급 초수한다. 교서와 녹권을 반급하고 수충승지창국공신(守忠承志昌國功臣)의 훈호를 내린다.

김병호(金炳昊), 조성민(曺成旼), 박수현(朴秀泫), 조동선(趙東瑄)을 원종공신(原從功臣) 일등으로 봉하고 품계를 한 자급 초수한다. 원종공신녹권을 반급하고 창국원종일등공신(昌國原從一等功臣)의 훈호를 내린다.

이동진(李東珍), 정재안(鄭宰安), 이백(李伯), 강자아(姜子牙), 박심문(朴審問), 백우현(白宇鉉), 김도민(金道民), 안향(安珦), 김서울(金庶蔚), 박혁거세(朴赫居世), 안정복(安鼎福)을 원종공신 이등으로 봉하고 품계를 한 자급 초수한다. 원종공신녹권을 반급하고 창국원종이등공신(昌國原從二等功臣)의 훈호를 내린다.

오늘 공신을 책봉한 것은 오직 조정 공론(公論)에 의거한 것이지, 사사로운 정리(情理)에 따른 것이 아니다. 공을 가려 녹훈(錄勳)함에 정공신과 원종공신의 구분이 있고, 또 그에 따른 등급과 특전(特典:특별한 은전)에 서로 차등이 있으나, 과인이 조정 신하들의 국궁진력(鞠躬盡力:전심전력으로 노력)한 노고를 잊지 않는 마음에는 따로 경중(輕重)을 두고 있지 않으니, 이를 잘 알도록 하라.


- 개국612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