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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변호인] <변론> 피고인 보충변론
1. 미풍양속으로 처벌이 가능한가? - 미풍양속으로 처벌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궁궐 내에서 동성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실 분들이 많습니다. 뭐, 궁녀들이야, 성은을 못 입으면 죽을 때까지 혼자 지내는 자리이기 때문에 궁녀들 사이에서 동성애가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조선 최대의 간통사건으로 알려진 어우동 사건 당시에도 죽은 건 여성이던 어우동 한 사람 뿐이고 그녀를 범한 남자들은 다 빠져나갔습니다. 조선초기에도 고려의 풍습이 남아서 궁궐에서 동성애가 이뤄지고, 또한 남녀 간의 간통사건이 발생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우동 사건 당시만 해도 민국으로 치면 장관급, 대통령의 가족들이나 고위공직자의 가족들이 어우동을 유혹해 그녀와 동침한 것으로 인하여 조정이 발칵 뒤집혔지만 그들이 받은 처벌은 미미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어우동이 조선 초기에 남자들이 세운 규범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대의 미풍양속이란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규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피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변론에서 돌려서 언급했지만, 피고는 민국에서 SNL 코리아(방송사 : tvN)을 비롯한 시사풍자 코미디 프로그램을 주로 보던 사람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 시사풍자를 많이 하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최근 몇 년 간 풍자가 많이 빠지다 작년 말 이래로 다시 시사풍자가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에는 그 SNL 코리아의 풍자능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점으로, 이 시대를 살던 피고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주지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진짜 풍자가 되기 힘든 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특정 행동이나 신체, 양상, 소속, 성적 특성 등 선택적 자유가 없는 것에 대한 모든 것. 특정 인종으로 태어나는 것, 장애인이 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그러나 종교의 경우 선택적 자유가 있으므로 대상이 된다. 유대교를 예로 들면 민족종교로서, 태어난 그 자체만으로도 신앙을 인정하지만, 현대에 유대인은 유대교를 믿는 이들을 의미한다고 까지는 넓어진 상황이고, 유대혈통이지만 유대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2) 피해자나 동정 받아야 할 사람이나 대상, 약자로 정의되는 사람들을 풍자 대상으로 삼는 것. 3) 비극을 소재로 삼는 것. 그러나, 비극이 진행되는 와중에 누군가가 터트린 병크들은 풍자 대상이 된다. 4) 남들이 알지 못하는 일개 개인의 비밀이나 사생활을 소재로 한 것. 즉슨, 이건 폭로지 풍자가 아니다. 5) 근거 없는 뜬소문이 확실시된 것을 바탕으로 풍자하는 것.(예 : 마이클잭슨이 무죄판결 받은 이후, 그와 아동성폭력 관련하여 풍자한 모든 것 들은 지탄의 대상이 됐다.) 6)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 이것은 단순히 고발이지 풍자가 아니다.(예 : 사실을 비틀어서 다수가 웃을 수 있어야 일종의 유머이지 사실만 열거하면 그것은 뉴스가 된다. 즉 상황이나 인물을 비트는 뉴스형식의 풍자는 존재할 수 있다.) 이런 것을 피고가 저질렀다면 정말 미풍양속으로 처벌 가능합니다. 근데 글의 내용을 보면 결국은 피고 스스로 자폭한 겁니다. 피고 스스로 자기 이름 가지고 자학한 겁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양쪽 다 자폭입니다. 후술하겠지만 피고는 자기가 직접 그런 말을 했고 고소인은 전달된 의미를 알고 경악해서 자폭한 거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거, 되게 역설적입니다. 풍자라는 게 워낙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껄끄러워서 돌려 말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렇게 말해도 전할 의미는 다 전달되고, 상대가 차분하게 대화로 풀려고 해도 제대로 된 대화를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도 어그로를 더 끌게 되는 겁니다. 결국 근현대 이전에는 문자옥의 수위를 높이고 권력층들이 쓸데없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하였던 것이죠. 지금도 이런 케이스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말이죠. 고소인들이 여기서는 점잖게 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다른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그렇죠. 그것이 민사 때 이야기한 가면 이론입니다만, 피고는 그런 거 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성격이 호쾌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다 터뜨리는 겁니다. 본 변호인과 피고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실은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그때 보면 다 이야기합니다. 할 말 안 할 말 다 합니다. 별별 이야기 다 나옵니다. 심지어 여자 이야기도 합니다. 피고는 그런 사람입니다. 서슴없이, 꺼릴 것 없이 다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을 미풍양속으로 처벌한다? 또는 민폐를 끼쳐서 처벌한다? 수사논죄절목에서는 단순히 미풍양속으로 처벌한다고 했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없습니다. 이게 상당히 뭉뚱그려진 겁니다. 게다가 본조 재판기록을 통틀어봐도 논죄절목상 미풍양속으로 처벌한 사례가 5건, 민폐로 인한 처벌사례가 6건인데, 과거 태안지역 원유유출 피해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5건은 두 건이 모두 겹치는 것으로서 이것들 전부 본조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 민국의 사건을 가지고 한 것입니다. 즉 그동안 전례가 없던 것입니다. 만약에 정말 하옥한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똑같이 대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자옥으로 인하여 역사상 그동안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까? 선비들이 많이 희생당한 과거의 역사를 반복해야 하는 것입니까? 더 이상은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즉 이런 문제로 인하여 피고를 처벌하려면 절목의 개정이 없이는 미풍양속을 이유로 처벌하기는 어렵다 할 수 있습니다. 2. 수사논죄절목의 맹점 - 현재 본조 수사논죄절목이나 형사 재판을 분석해 보면 그 사건 모두가 민국에서 발생한 사건을 처벌하기 위함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는 개국620년 이래로 개정되지 않은 절목을 현재까지 시행하려 하니 양형 자체는 민국 쪽 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비해 판결의 경우 본조의 것까지 아우르려 하는 만큼 괴리감이 굉장히 큽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본 변호인은 이번 사건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민폐나 미풍양속은 전술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공인으로서 피해를 끼쳤다는 문제에 대해 분석해 보면 서원 원장은 민국으로 치면 사립학교 교장이나 이사장이긴 합니다. 그러나 현재 ‘본조의 직위를 다른 곳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본 변호인은 불가능하다 말하고 싶습니다. 본조에서나 공인 신분이지, 다른 곳에서 검사님이나 재판관님이나, 피고인이나 본 변호인은 전부 평범한 시민입니다. 장삼이사일 뿐이죠. 즉 이러한 양형규정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전부 첫 판례로 남는 것입니다. 본조내의 사건을 가지고 잘못된 판례가 만들어지면 그 뒤의 일은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앞에서 말한 문자옥 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희생을 당한 사실을 기억해 주십시오. 민국의 정치도 보수를 넘어서 리버럴로 향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의 풍자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고는 자신이 사고를 쳤음을 깨닫고 반성을 하려했으나 전술한 풍자의 역설로 인하여 이번 재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민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배상금을 모두 지급했으며 사과문을 준비한 상황이나 현재 피고의 건강이 좋지 못하여 사과문 준비가 늦어진 상황입니다. 또한 피고가 초범이고, 거듭 반성을 하고 있으며 재판 전부터 배상을 하려 했음을 감안하여 피고에게 벌금형을 명함과 동시에 피고의 이름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을 감안하여 그의 이름을 강제로 개명함과 동시에 그 사유를 관보에 실어 만인이 알게 하심이 어떨까 하는 바입니다. 3. 결론 -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은 자신의 이름을 자신 스스로 풍자하여 자학적 개그를 시도하였으나 풍자의 역설로 인하여 논란을 야기한 바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검사가 공소한 형량보다 위와 같이 감형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개국626년 5월 10일 변호인 이성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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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한 626('17)-05-11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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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 추후 재판 진행 시 변론 기일을 반드시 지켜주시기를 엄중히 경고드립니다. 해당 변론은 접수하여 심리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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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봉한
정제두
김지수
이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