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조의 여러 사무 중 천거업무는 마땅히 중요하며 시급을 다투어 엄중히 처리해야 함에도, 한달이 지나도록 서둘러 처리하지 못하고 시일을 끌다가 기어이 후임관에게 업무를 인계하였으니 무슨 말을 하여도 변명이 될 것이고, 핑계가 될 것입니다.
다만, 소관이 아무런 소명이 없이 그저 잘못을 했으니 벌을 달라 청하게 되면 반성의 의미 보다 현 상황을 빨리 회피하고 싶다고 보여질까 염려하여 말씀드립니다. 3월 23일 천거 공문을 접수하고 26일 예조 업무논의를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前 행저작 이명려가 장기간 등청하지 않다가 4월 16일이 되어서야 회의에 참석하였고 마침 인사이동 기간이 되었기에 후임관에게 해당 업무를 인계한 것입니다. 이후 전하께서 해당 업무에 대하여 어전에서 거론하였지만 그때도 예조에서 어떠한 조치(소명서 요구 등)가 있겠거니 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결국 이와 같은 안일함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예전에 비해 이직을 하면서 사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못한 것 역시 하나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당시 예조의 수장으로써 휘하 관원이 장기 미등청 함에도 다스리지 못하였고, 업무를 방기하여 뒤로 밀리게 한 책임은 오로지 소관에게 있습니다. 또한 잘못을 인지하였음에도 제대로 된 소명이나 청죄 없이 시일을 끌어 오늘의 일을 초래하였으니, 전하의 말씀처럼 이러한 것은 3품에게 기대할 수 있는 자세와 태도, 행정능력이 아닐 것입니다. 행정 방임에 대한 잘못을 마땅히 인정하는 바이며, 엄중히 치죄함으로 말미암아 조정의 본을 세워 추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시기를 바랍니다.
홍봉한
[종부시/정] <제출> 소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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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