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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제69차 소과 훈련원시 응시
: 조선왕조가 1592년에 임진왜란을 겪었음에도 1636년에 발발한 병자호란에서 또다시 전쟁 초반에 급속히 패배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응시자 본인의 분석 또는 의견을 기술하라. (2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답안 내용 :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은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사건이었다. 두 전쟁은 사대(事大)와 교린(交隣)에 관한 일대의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전쟁으로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기 위하여 기존 제도에 대한 검토와 수정을 가져왔다. 문제는 장기간의 평화 이후 발발한 임진왜란의 패인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전후(戰後) 임진왜란의 원인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조선이 정묘년와 병자년의 두 전쟁에서 너무 쉽게 패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두 전쟁의 성격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패인을 순서대로 살펴보며 조선은 왜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짚어보도록 하겠다. 임진왜란 이전 조선의 지방 방위체제는 진관체제를 기본으로 하되 제승방략체제로 전환한다. 진관체제는 거점을 중심으로 북방의 야인과 남방의 왜인을 방어한다는 것이며, 제승방략체제는 전시의 경우 지방관이 잡색군까지 인솔하여 방어지역으로 이동한다는 것으로, 결국 거점방어전략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조선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북방과 남방 모두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이 전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방의 야인과 남방의 왜인 모두 중앙집권화된 체제 아래서 조직되지 않은 생태였으며, 대부분 국지전을 통한 약탈을 목적으로 조선에 침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로마치 막부가 유명무실이 된 이후로 중앙에 의한 통제가 사라졌던 일본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모모야마 막부로 통일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국내의 통일로 더 이상 전국의 다이묘들에게 줄 전리품과 토지가 사라진 상황에서 아직 확실한 중앙집권화를 이루지 못한 모모야마 막부는 조선을 정벌함으로써 상황을 해결하려 하였다. 전시체제라는 이유로 전국의 병력이 막부의 통제 하에 놓였으며, 군권이 집중된 상황에서 조선과 전면전을 벌일 수 있었다. 조선의 제승방략체제는 군사를 거점에 집중시켜, 이 저지선이 무너질 경우 후방이 연쇄적으로 무너진다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 혹은 야인과의 전면전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급변하는 일본의 정세를 조선이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신립과 이일이라는 조선 최고의 엘리트 무장들마저 패하고 나자 조선은 패닉에 빠졌고, 관군은 전열을 가다듬지 못했던 것이다. 그나마 조선군이 가장 강세를 보였던 게릴라전과 공성전을 통해 일본군이 조선의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 일본군의 보급 상황을 어렵게 하였기 때문에 상황은 조금씩 역전될 수 있었다. 결국 임진왜란의 가장 큰 패인은 적에 대한 정보 수집과 그에 따른 방어 전략의 수정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조선이 일본의 정세를 빠르게 읽고 전면전에 대비했다면 임진왜란이 그렇게 전국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가마쿠라 시대 쇼군의 성씨를 도요토미의 성씨로 착각할 만큼 일본에 대한 정보 파악에 소홀하였다. 임진왜란 이후 선조와 광해군은 지방 방어라는 측면에서 여러 가지를 보강하였다. 왜군을 막기 위해 삼남지방의 수군 통제권을 통제영에 집중시키도록 삼도수군통제영을 창설하였고, 통신사를 통해 일본의 사정을 계속해서 탐지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대책이 남방 수비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은 급격히 성장하는 누르하치의 건주여진을 경계하며 그에 대한 자세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만, 명의 실력을 지나치게 과신하여 동북아의 정세가 급변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건주여진이 성장하여도 이전과 같이 국경을 넘어 인삼을 채취하거나 사냥, 약탈만을 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또한 조선군은 공성전에 매우 능했기 때문에 압록강 주변에 많은 산성을 쌓고 유사시 백성과 군사가 산성으로 이동해 수비하며 시간을 끌면 전면전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건주여진 즉 후금의 상황이 매우 변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후금이 몽골족과 힘을 합쳤다는 것이다. 이는 몽골의 기마병이 후금에 합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조선의 후금에 대한 방어 전략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었다. 후금을 이루고 있는 건주여진은 유목생활과 정착 농경생활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기마병을 동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설령 기마병 중심의 병력이 강을 건넌다 해도 의주와 영변, 안주, 황주, 개성 등으로 이어지는 산성 수비군을 모두 격파하기까지는 적군 역시 막대한 손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조선은 후금군에 의하여 수도까지 점령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몽골군의 합류로 후금의 전력이 기마병 이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전략 역시 크게 변하였다. 유목민족은 전통적으로 후방을 돌아보지 않고 빠른 시간에 목표지점까지 전진한 다음, 역시 빠른 속도로 퇴각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 전략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후금군이 압록강을 건너자, 의주부윤이었던 임경업은 모든 군민을 데리고 백마산성으로 들어가 수비태세를 갖춘다. 그러나 후금군은 백마산성을 그대로 지나쳐 큰길을 따라 전진하였다. 똑같은 상황이 안주, 황주에서 계속되었다. 산성 위주의 수비전략은 오히려 후금군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한양으로 진군할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 되었다. 후금군은 불과 10일 만에 한양까지 진군하여 국체(國體)인 국왕을 직접 공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여진과 오늘의 후금을 달리 보지 못하고 산성 중심의 방어체제를 고수한 것이 오히려 화를 부른 것이다. 결국 병자호란의 패인 역시 임진왜란과 마찬가지로 변화하는 국제 정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방어체제를 수정하지 못한 데에 있었다. 사대와 교린이라는 중국 중심의 외교 전략은 조선과 직접 맞닿아있는 여진족과 일본에 대한 외교를 소홀하게 만드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조선은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다분히 고정적으로 파악하게 되어 동북아에서 뒤처지게 된 것이다. 조선에게 운이 따라주지 않기도 했다. 임진왜란 이후 이를 극복할 시간적 여유도 주어지지 않았다. 임진왜란 이후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은 일본이었기 때문에 북방에 대비할 시간과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결국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패인은 다르지 않았다. 두 전쟁은 우리에게 전쟁을 대비하고 막으려면 많은 외교적 능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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