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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제119차 소과 훈련원시 응시
: 손자병법 구변편(九變)에 이르기를, '그러므로 장수에게는 오위(五危, 다섯 가지 위험한 일)가 있다. 반드시 죽고자 한다면 죽임을 당한다. 반드시 살고자 한다면 사로잡히게 된다. 분노하고 성급하다면 조롱을 당한다. 청렴하고 결백하다면 치욕을 당한다. 백성들을 사랑한다면 괴롭다(故將有五危必死 可殺也必生 可虜也忿速 可侮也廉潔 可辱也愛民 可煩也).'고 하였다. 장수에게 있어서 이 오위(五危) 중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렇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3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답안 내용 : 손자병법에서 쓰인 오위는 군사를 지도하는 장수로서 반드시 피해야 할 치명적인 위험의 요소들을 일컫는 것이니, 단순히 개인적 측면에서 결함보다는 장수의 과오(將之過)이자 병사의 재앙(用兵之災)을 초래하는 패망의 요인이다. 즉, 군대가 뒤엎혀지고 장수가 죽임당하는(覆軍殺將) 다섯 가지 주요한 원인을 명시한 것이다. 각각의 오위에 대하여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장수의 리더십에 있어 위험성의 우선순위를 따져보기로 한다. 필사가살야(必死可殺也)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극단적 태도를 가질 때 일어나는 것이니, 겉으로는 용맹해 보일지 모르나 자타의 목숨을 지나치게 가벼이 여겨 전략적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불필요한 희생마저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휘하의 병사를 통솔하는 장수가 개인적인 영웅주의나 명예에 매몰되면, 거시적인 전략을 무시하고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비합리적인 선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장수의 생사는 곧 군대 전체의 지휘체계 유지와 직결되므로,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책임감 있는 지도자로서 좋은 자세라고 보기 어렵다. 한편, "죽고자 하면 살고(必死卽生)"라는 오자병법의 구절과 충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으나, 역설적 관점이라기보다는 극단적 선택을 피하고 용맹한 마음을 가지되 생명을 무겁게 여기라는 균형 잡힌 가르침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삼국지의 관우가 용맹하고 의리 있는 장수로 이름을 떨쳤으나 마지막 전투에서 어떻게든 포위망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목숨을 잃은 사례와 비슷하다. 현대에서도, 기업의 CEO나 조직의 리더가 자신의 이미지나 명예에 집착하여 무리한 투자나 이익을 해치는 결정을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필생가로야(必生可虜也)는 반대로 생존만을 지나치게 염려하는 태도를 가질 때 일어나는 것이니, 역시 결단력이 부족해져 위기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이는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生卽死)와 궤를 같이 하는 말이니, 장수의 이기심과 두려움이 지나치게 커지면 전체 군대의 승리와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공포심이 부하, 혹은 적진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극대화된다면, 참모들은 쉽게 후퇴나 협상을 고려하게 될 것이고, 병사들은 사기가 떨어져 장수를 존경하고 신뢰하지 못할 것이며, 적은 전투에서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애통한 역사이므로 목묘(穆廟)의 어심(御心)을 감히 헤아리기 어려우나,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하시어 결과적으로 백성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전투의 초기 상황이 어렵게 전개되었으며, 민국(民國)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역시 6.25.전쟁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할 것이다. 현대에서도 조직의 장기적 발전보다 자신의 단기적 이익이나 안정만을 추구하여 혁신과 성장을 저해하고 결국 조직 전반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 경우가 많다. 분속가모야(忿速可侮也)는 분노하는 마음이나 지나치게 서둘러 성급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험을 지적하는 것이니, 한 번의 감정적 결정은 전투 전반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 지나치게 성급한 성격은 적에게 약점으로 작용해 함정에 쉽게 빠질 수 있으며,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성적 사고가 방해되므로 심리전에 넘어가기도 좋다. 수(隋)의 우중문(于仲文)은 고구려 을지문덕을 놓치고 양식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로를 세우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성급함을 이용한 유인 전술에 넘어가 살수대첩에서 대패하였다. 현대에서도 역시 경쟁사의 도발에 감정적이고 우발적인 대응으로 무리한 결정을 내리다가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된 사례를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염결가욕야(廉潔可辱也)는 지나치게 원칙만을 고수하는 태도를 지적하는 것이니, 전쟁에서는 때때로 속임수 전략이나 기만도 적절히 필요하지만 청렴결백만을 고집해 치욕을 당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손자는 전쟁이란 속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표면적인 도덕성보다도 실질적인 결과를 더 중시하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다. 적에게 눈에 뻔히 보이는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묘(光廟)께서 비록 선위(禪位)를 받으시어 탁월한 결단력으로 혼란한 시대를 정리하셨으나, 현묘(顯廟)께서 고명대신에게 보좌를 맡기셨음에도 어린 동궁의 미래를 미처 막지 못하셨으니 정치적 현실에서 순수함이 가져오는 위험을 지적하는 불운한 역사라고 할 것이다. 역시 현대에서도 경쟁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항상 정직하고 투명한 방식으로만 대응하다가 시장 점유율을 잃는 경우가 있다. 애민가번야(愛民可煩也)는 지나치게 감성적인 판단이 전략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일을 경계하라는 것이니, 때때로 희생이 불가피한 전투 상황에서 병사나 백성들에 대한 지나친 동정심을 가지면 필요한 결정을 적시에 내리지 못하게 된다. 즉, 어떤 일에도 미적거리게 되어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비록 궤가 다르나, 열묘(烈廟)께서 애민의 마음으로 방납의 폐단을 막고자 하셨고, 임진왜란 이후 황폐해진 국토를 수습하고자 하셨고, 외세를 읽는 통찰력으로 국익을 취하고자 하셨으나, 당시 사대부의 반발로 시대의 불운을 맞이하신 것과도 맞닿아있는 부분이 없지 않다. 기업 구조조정 시에 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동정심으로 필요한 결정을 미루다가 회사 전체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경우, 이것이 대표적인 현대의 예시가 될 것이다. 어려운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이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오위를 모두 살펴보았으니, 위험성의 우선순위에 대하여서 판단한다. 본질적으로 염결과 애민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장수가 소홀하게 여겨야 한다는 의미는 전연 아니다. 필사와 필생은 둘 사이의 균형점을 적절히 찾는다면 용맹하면서도 병사와 백성을 소중히 여기는 존경받는 장수가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니, 가장 위험한 것은 단연 분속가모야라고 할 것이다. 분노와 성급함은 특정한 가치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기본적인 장수의 품성 자체에서 비롯한 것이니 의사결정 능력 자체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할 것이다. 판단력을 크게 왜곡시키고, 존경과 신뢰를 잃어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일관성 없는 전략으로 반격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함정에 쉽게 빠져 치명적으로 패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으로는 분속이 다른 위험을 더 악화시키는 촉매로서 작용할 여지도 있으니, 분노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는 무모한 결정(필사)을 하거나, 허둥지둥해 목숨만을 부지하려는 선택(필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다섯 가지 위험은 각각의 상황에서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지만, 분노와 성급함은 그 즉시성과 판단력에 미치는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 그리고 다른 위험들과의 연관성 때문에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장수가 오위, 특히 분노와 성급함을 경계하고 균형 잡힌 판단력을 유지할 때, 비로소 군대가 뒤엎혀지고 장수가 죽임을 당하는(覆軍殺將) 재앙을 피하고 승리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현대 조직의 리더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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