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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제2차 증광소과 훈련원시 응시
: 임진왜란 당시 최고의 조선측 의병장을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3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답안 내용 : 최고의 의병장을 뽑는다는 것이 개인적인 시각차로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여전합니다만, 본인의 시각에서 최고의 의병장을 꼽으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전장에서의 무용이나 병사를 대하는 지도력보다는 체제에 대한 충성심에서 그것을 선정할 것입니다. 당시의 의병장들은 자신의 지역거점을 수비하려는 의도와 더불어 군신간의 의리, 즉 충성을 이유로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그런 와중에 그 이름을 빌어 역적의 놀음을 하는 자들도 간혹 있었습니다. 나라가 어지러우니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낭설을 퍼뜨려 불안한 심리를 조장하고 의병장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유명세를 더욱 강하게 하고자 했던 이몽학과 같은 무리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몽학은 김덕령이나 이덕형 등 명망있는 신료와 의병장을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이용하고 그 결과로 몇천에 이르는 군대를 순식간에 소집했다하니 당시의 김덕령의 위상이 어느정도였는지를 쉬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충용장 김덕령에게는 사달이 나고 말았습니다. 선조가 그를 반역자의 무리로 낙인찍고 압송한 것인데, 여기서 김덕령의 태도는 결코 비굴하지도, 불의하지도, 불충하지도 않았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명 그토록 노력해 싸워주었더니 목숨을 거두겠다는 왕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인데도 김덕령은 목숨을 구걸하지도 왕을 원망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부하들은 죄가 없으니 살려달라는 말을 계속했다고 하지요. 장수는 군대의 우두머리인지라 부하들을 중히 생각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고 군왕에게 충성하는 마음이 단 1퍼센트라도 적었다면 왕을 원망하고 체제에 대한 불신으로 그 칼의 방향을 달리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일례로 김수의 지나친 간섭에 화가 난 곽재우는 김수의 앞에 인수와 관복을 던지고 명령체계가 부실하고 장수가 나가 싸우고자 하는 의기가 없으니 따를 수 없다며 관직을 버립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일반적인 반응이 이럴진대 김덕령은 그저 왕이 하고자하는 대로 두었다는 것입니다. 김덕령은 왕이 의심이 깊음을 헤아렸고 여기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다가는 부하들마저도 모두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죽어 주었을 것입니다. 멀리 고구려에는 조의 정석의 일화가 전해집니다. 조의 정석은 고구려 때 동천왕을 모시던 시종신 중의 하나로, 북위 정벌에 나선 동천왕이 오히려 위기에 몰리자 퇴로를 찾아 헤매다가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최전방으로 나가 그 명을 전달하려던 중 의외로 고구려군이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태왕의 명도 어길 수 없고 일부러 우군도 패하게할 수 없으니 그 목을 스스로 찔러 죽었습니다. 후일 동천왕이 이를 듣고 그는 충렬한 신하 중의 충신이었다며 회고하였다 합니다. 김덕령은 조의 정석과 같이 두 가지의 포기할 수 없는 가치 모두를 존중하는 선택을 했고 충신이자 최고의 의병장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혹자가 의병장들은 결국 자기와 자기 재산을 보위하기 위한 수동적인 거병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피력하면 이 논리로 그것을 반박하곤 했는데 김덕령은 연고와 무관히 활동했던 장수이자 임금의 필요에 따라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인을 무는 개는 삽으로 때려 쫓아내듯이 그런 개 취급을 받았음에도 김덕령은 끝까지 그 충절과 의리를 지켰고 오늘날에까지 충용장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김덕령에게도 흠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앞장서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수의 덕목인데 무엇이 문제냐 물어온다면, 장수의 깃발만 바라보고 싸우는 많은 부하들을 헛되이 죽게 하는 것이 탐공이고 결국 그러다 모두 망하는 것입니다. 장수는 싸움과 그것으로 인한 피해를 예상하고 대비해야 하며 또한 두려워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저 싸움을 두러워하지도 않고 마음으로 부하들을 복종시키지도 못한 예를 우리는 칠천량의 원균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장수는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해야 하며 충무공은 그것을 심히 신경쓴 나머지 23전 23승의 신화를 써냈습니다. 이것을 흠결이라 하지 않는다면 맹목적 싸움 부추김도 공이 되는 세상에서 많은 젊은이들은 소리한번 못내보고 쓰러질 겁니다. 이런 한가지 흠에도 불구하고 김덕령은 부하를 생각하고 나라를 생각한 진정한 의의 장수였고, 그래서 수많은 공적을 세운 다른 의병장들을 제치고 감히 그를 최고의 의병장으로 손꼽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자기를 생각하지 않고 먼저 남을 생각하는 이가 최고의 인간인 것은 변할 수 없는 역사이며 사실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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