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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차 소과 생원시/진사시 과거시험 시행 기간 : 2019.08.24-2019.09.01
문서분류 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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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제96차 소과 진사시 응시
2) 진사시 시제
 : 민국(民國:대한민국)의 광복 제7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곤궁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매국 친일파의 후손들은 상당수가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응시자는 현재 민국에 이러한 현상이 초래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응시자 본인의 생각을 기술하라. (3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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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과목 :  진사시

답안 내용 :

기본적으로 독립운동가와 친일매국노의 차이를 재산의 향방에서 본다면 답은 명약관화하다. 독립 운동가는 나라가 없으면 재산이 무슨 소용이냐는 생각을 필두로 전 가산을 독립운동에 쏟아 붓고 혈혈단신으로 조선 땅을 떠난 경우가 많고, 친일매국노는 그 가산과 가문의 보존을 목적으로 조선에 남아 친일부역을 한 자들이므로 그것이 온존하였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표적으로 학부대신이었다가 후작 작위까지 부여받은 이완용은 어디에도 충성하지 않았던, 자신의 재산과 특혜를 위한 철저한 기회주의자였고, 그의 재산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갔다. 친일부역의 대가로 주어진 여러 가지 특례와 특혜는 그와 같은 이들의 금권을 더욱 더 불려나가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이 경우와는 반대로, 우당 이회영 선생의 집안은 당시 기준으로 부유하였던 가산을 모두 독립운동에 사용하기 위해 처분하고 조선을 떠난 경우에 해당한다.

최대한 미화하더라도, 친일파는 기본적으로 일본이 좋아서 일본에 협력하였다기보다는,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 줄만한 것이 조선보다는 일본이라고 생각하였기에 그에 협력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재산권이 그대로 보존되었을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일제의 앞잡이로서 그들은 조선 민중들의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원흉이 되었고, 조선 민중으로 하여금 그들의 비루한 처지를 실감하게 하여 하류인생도 일제에 협조하면 잘 살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 민중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혹은 공생하기 위해-그들이 말하는 대동아공영이란 것-온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제국주의적 팽창을 위한 식민지 구조의 확립을 위해 진출한 것이 가장 기본적인 시각이라 할 것이므로, 일반 민중의 이러한 기대는 애초부터 틀린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적극적인 친일부역자도 있고, 일본인과 친일부역자의 상류계급과 일반 무지몽매한 백성들 사이에서 마름 노릇을 한 중간자적 부역자는 바로 이러한 기형적 구조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채만식 작품인 <태평천하>를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화적패가 있느냐, 부랑당 같은 수령들이 있더냐? 재산이 있대야 도적놈의 것이요, 목숨은 파리 목숨 같던 말세는 다 지내가고. 자 보아라. 거리거리 순사요, 골골마다 공명한 정사(政事), 오죽이나 좋은 세상이여. 남은 수십만명 동병(動兵)을 하여서 우리 조선을 보호하여 주니 오죽이나 고마운 세상이여? 으응?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하게 살 태평세상, 이걸 태평천하라구 하는 것이여, 태평천하! 그런데 이런 태평천하에 태어난 부자놈의 자식이, 더군다나 왜 지가 떵떵거리구 편안하게 살 것이지, 어째서 지가 세상 망쳐놓을 부랑당패에 참섭을 헌담 말이여. 으응?”

작품 배경 상 윤 직원은 조선 말기 중인 계급으로 화적패와 수령(지방수령)에게 수탈을 당한 경험이 있는 자산가다. 이 윤 직원의 눈을 통해 일반적인 자산가의 인식구조를 살펴보자. “공명한 정사”는 이전의 정사가 공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그의 말씀씀이이고, 그렇다면 수탈은 공명하지 않은 정사의 일환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파리 목숨 같던 말세”는 조선의 말기가 그의 신변의 안위마저 보장해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이때의 자산가가 원한 것은 자신의 재산과 생명의 안위에 대한 보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원한 “태평천하(태평세상)”은 바로 “제 것 지니고 앉아서 편안하게 살 (태평)세상”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런 이유로 일제에 협력하여 ‘직원’이라는 직함까지 얻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상의 진술을 종합하면, 재산과 안위에 최고의 가치를 두었던 자들은 친일부역자가 됐고, 국가와 민족에 가치를 두었던 자들은 독립운동가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과 같은 비극의 역사의 시작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구조를 조금 더 심화시킨 것은 군정과 대한민국초기의 적산불하 정책이다. 이것은 일제가 남기고 간 재산(기업소와 공장 등 생산시설과 토지 등)을 싼 값에 제공하여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행된 것인데, 기본적으로 아무리 헐값이라도 재산이 있어야 그것들을 살 수 있었을 것이고 적산불하는 그래서 적의 일부분이었던 자들이 다시 그것을 되사는 형식을 취해 그들의 친일행각을 희석함과 동시에 경제가 모든 것의 대변거리가 되는 기형구조를 낳는 모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반민족행위자를 척결하는 데, 그리고 독립수훈자들을 모셔오는 데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미군정은 공동행위자(co-operator)로 기존 일제에 부역하던 관리계층을 그대로 흡수하는 선택을 했기에, 일제에 부역하던 이들은 그들의 죄질에 대한 어떤 처벌도 없이 그대로 지배계층으로 남은 삶을 향유할 수 있었던 데에 더하여 적산을 쉽게 취득하고 부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들은 만주군 장교 출신의 기회주의자가 마련한 산업화에 새 세력으로 가담하여 경제중흥의 과업을 달성하는 데에 힘을 들였고, 그럼으로서 자신들의 재산증식과 지배구조 확립이 정당한 것임을 은연중에 세뇌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경제부흥은 모든 것을 막론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에 힘입어 경제 정치가라는 이름으로 기회주의자는 여전히 신화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그들이 득세함과 동시에 철저한 견제로 밑으로 떨어진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그저 비루한 계층으로 남아있는 것 외에 달리 선택할 길이 없게 됐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공을 세운 이를 대접하는 데 인색하고 먹칠된 문서를 세초하는 데에만 열을 올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과연, 이런 구조가 계속되는데도 국민들에게 애국을 강조할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은 과거사에 대한 신상필벌이 바로 행해지고 난 다음에 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자산을 증식하는 데에 열을 올렸던 사람은 상 아닌 상을 받았고, 나라를 위해 이 한 몸 다 바친 사람은 벌 아닌 벌을 받은 결과가 되어버린 지금 우리나라는 무엇으로 애국충성을 요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지금의 애국세대, 그러니 산업화 세대가 모두 죽고 나면, 대한민국은 어떤 감동으로 애국을 요구할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지금 행해지는 보훈은 뭔가 가려진 보훈이고, 검증되지 않을 그들의 과거사엔 별 관심 없는 보훈이다. 그래서 나라를 위해 일평생을 바친 이들의 희생은 헛되게 되었고, 자신을 위해 민족을 바친 이들의 희생(?)은 값지게 된, 더럽고 저열한 지배구조가 되었다.

건축을 위해 흙을 퍼내면 그 자리엔 홈이 남는다. 하물며 흙을 퍼낸 자리에도 흔적이 남는데,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나는, 이것이 혹시 무의미한 희생으로 받아들여져 후일 후손들이 국사를 배우면서 우리는 나라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옳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렵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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