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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차 별시 문과 과거시험 시행 기간 : 2020.08.15-2020.08.21
문서분류 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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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제104차 소과 진사시 응시

2) 진사시 시제 (시험 문제)
: 최근 민국(民國, 대한민국)의 전직 대법원장 양승태가 전격 구속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온갖 부정으로 얼룩진 사법부의 실태가 폭로되면서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법관이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 방지책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3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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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과목 : 진사시

답안 내용 :

법관으로서 마땅히 지키고 행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양심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의한 재판을 이끌어나가는 것, 어떤 외압에도 불구하고 중립을 지켜 사건을 실체적 진실로만 바라보아 판단할 것 등 대단히 원리적이고 선언적인 명제들이 이 물음에 답변으로 따른다. 많은 법서(法書)와 법철학(法哲學)을 다루는 교과서들이 그것을 반복하고 있으며, 현행 민국의 법률 역시 그러한 선언명제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것은 그만큼 강력하게 요청되는 가치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그런 선언들이 좀처럼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도 있다. 비단 법관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법부의 작태, 추태, 노욕 등 온갖 형용 문구들은 기회를 잡은 것처럼 득의양양하여 사법부의 적폐를 비난하기에 열을 다하고 있지만, 과연 이 문제가 사법부만의 독단적인 문제인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신중하자는 것이다. 응시자 본인(이하 ‘본인’)은 이하 3가지의 근거를 통해 논지를 강화하여 이 사건을 분석하고, 나름의 방지책을 내어놓고자 한다.

첫째, 사법부의 의사결정구조의 폐쇄성과 법원행정처의 엘리트 관료집단화의 문제이다.

본인이 생각하기로 대법원으로 대표되는 사법부는 대법원장 속하(屬下)의 피라미드형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 때 대법원의 공동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는 지금껏 상명하복에 근거하는 수직적 의사결정구조에 국한되었다. 풀어보면, 대법원장은 결정하고 휘하 법관들은 따르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민국 법원조직법을 보면, 대법원장이 인사평정의 권한을 쥐고 평정의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지우고 있다. 바꿔 말하면 법관은 대법원장이 마련하는 인사평정의 기준 아래 인사권 행사의 객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법원장 휘하로 종속하게 하는 구조로, 대법원의 기존 견해에 대해 반대하는 판례를 내놓기도 쉽지 않은 판국에 강성 판사라 하더라도 법원 내부의 의사에 반대하는 일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관의 인사를 살펴보면 10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루어지는 일종의 전문계약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하는 법관은 많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사전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등 별도의 경로가 존재하여 그 영향이 없을 듯하지만, 이정렬 전 판사나 서기호 전 판사의 사례를 살펴보았을 때 재임용심사의 탈락이 그의 법조경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약관화하다. 이런 가운데, 법원 수뇌부에서 결정하는 어떤 정책 기조에 자신있게 반대할 수 있는 법관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독립’되어 재판하여야 하는 의무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선례에 절대적으로 기속되는 법관의 재판도 그러한데, 하물며 일반행정에 관해서야 말해 무엇할까? 결국, 사법부의 의사결정구조의 수직적 고착이 이 문제를 만든 제1의 원인인 셈이다.

또한,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일반행정을 맡아보아야 할 사무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세칭 엘리트 법관이 거쳐가는 황금 보직으로 꼽혀왔다. 이는 대법원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법원의 핵심적인 사무를 다루기 때문으로, 법원행정처 경력이 없이 법관의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대법관직에 간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의 엘리트 요새화된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대법관들이 만든 폐쇄적이고 경직된 의사결정구조는 양승태의 탈법적 행위에 대하여 어떠한 양심적 반발이라든지 거부가 있을 수 없는 곳으로 법원을 망가뜨린 것이다. 법원조직법에 <판사회의>라 하는 일종의 집단지성의 자정작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문기관이 규정되어 있으나, 과연 이 판사회의가 대법관회의와 법원행정처를 규탄할 수 있었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둘째, 법원의 이해관계 조율을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승태는 재임 중 핵심과제로 ‘상고법원의 도입’을 내세웠다. 중한 사건은 대법원에서 3심을 담당하고, 그렇지 않고 빠른 3심의 필요가 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건의 경우 상고법원에서 전담케 하자는 것이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대체로 고위 법관의 인사 자리를 몇 개 더 만들어두자는 취지가 깔려 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법원의 형태와 구조를 다루는 법률은 <법원조직법>이고, 이쯤에서 법원의 이해관계 조정을 정부에서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법률 제정과 개정은 국회에서 맡아보는 것이며, 이 과정에 여러 가지 로비가 개입하는 것은 초동(樵童)들도 어느 정도 아는 사실이다. 누계를 살펴보면 법률안 발의의 50%이상이 전문성 관계로 정부안 발의가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정부가 정책적 드라이브가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법률안을 발의하기도 하고 여당을 동원해 발의하기도 하는 등 정부가 법률을 통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부의 법률안 발의기능이 없다고 이런 문제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므로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권력분립이론에 따라 3부로 분할된 권력의 상호협조가 이렇게 긴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어떤 영향을 낳을까? 아마도 상호견제보다는 상호유착관계의 심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양승태는 이러한 점을 십분 이용하여 자신의 핵심과제를 성공시키고자 한, 전형적인 업적주의 리더였고 그 업적주의의 달성을 위해 대법원의 당위를 팔아버린 것이다.

셋째, 정부의 대법관인선권이 절대권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임명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용훈 코트 말기의 사례를 살펴보아도 대법원장의 권능만이 지배적이라고는 해석하기 어렵고, 오히려 대통령을 위시한 정부의 비공식적 후보추천 - 대법원장의 임명제청 - 대통령의 임명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언론에서도 대법관 임명을 다룰 때면 어느 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인지, 또 헌법재판관 임명을 다룰 때도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 또는 어느 당에 의하여 임명추천된 헌법재판관인지를 따지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볼 때, 대법관의 임명권을 사실상 대통령이 행사하는 구조가 문제된다.

이 때 소제목에서 표현한 ‘절대권능’이라 함은 견제받지 않는 권능을 의미하며, 실제로 대법관 인선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집단은 오로지 대법관회의 뿐이다. 대법관회의의 의사결정구조는 앞선 첫째 소제목에서 다루었으므로 재론하지 않겠지만, 실질적으로 대법관회의의 의사는 대법원장의 의사이거나 그 반대의 구조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대법관의 인선권을 틀어쥐고 있는 대통령의 의중이 강력하게 법원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두 번째 논지와 함께 강화한다.

그렇다면 대법관회의는 대통령에 반기를 들 수 없는가? 독립적으로 대법관을 추천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대통령과 척을 질 수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형식적으로 대법원의 사무는 각급 고등법원에서 올라오는 상고사건을 다루는 것이며, 실질적으로 모든 법원을 통할하는 수뇌부의 기능을 맡아보고 있는바, 사법부라는 이름으로 따로 불리며 정부와 분리되어 있음은 자명하다.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사법부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협조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마찬가지로 반목해야 할 이유도 없다.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 정부관계자가 소추된 사건이나 이전 정부의 청산에 관한 사건을 다루게 될 때라 하더라도 이는 원칙적으로 사실심에서 확정된 사실관계에 무관하게 법률적용의 성패를 다루는 법률심으로서의 대법원의 기능을 상기하여 보면, 정부와 전혀 무관하게 직무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관들의 ‘사회지도층’이라는 허위의식과 대법원장의 권력남용, 폐쇄적인 의사결정구조와 휘둘릴 수밖에 없는 이해관계의 조정 등 온갖 문제가 결합하여 이 사건 사법농단의 실체를 구성하게 되었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이에 대하여, 본인은 생각해본바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판사회의를 더욱 확대하여 판사들과 법원일반직공무원이 모두 참여하는 법원회의를 만들고, 각급법원의 의사결정과 법관 인사권은 무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이 정부 들어 보였던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소수대표성의 문제, 법원공무원을 대표할 수 없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비민주성이 돋보이므로 현행을 유지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둘째, 대통령의 국가구성체(입법부와 사법부)의 핵심이해관계에 관한 법률발의권을 폐지하여야 한다. 핵심적 이해관계에 관한 법률 발의는 각부의 대표자들이 할 수 있게 하면 정부의 사법부에 대한 우월, 정부의 입법부에 대한 우월 등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다만 이 때 입법부의 타부에 관한 우월이 문제될 수 있는데 세부사항은 입법재량의 문제이므로 논하지 않는다.

셋째, 대법관의 인선은 전국법관회의 내지는 법원회의의 추천으로 대법원장이 임명하고, 반대가 있는 경우 국회의 청문회를 거치는 구조로 수정하여야 한다.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 행하는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여 자신을 심판할 수도 있는 헌법재판소의 구성, 대법원의 구성을 모두 관리할 수 있다면 현재의 구조는 더욱 공고화될 것이다. 따라서 대법관의 인선권은 기본적으로 법원회의에 있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임명은 그저 결재에 불과하여야 제왕적 대법원장론의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음은 부설하지 않아도 명확할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오늘날 사법농단사건의 문제는 비단 대법원 또는 양승태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온갖 연결유착관계와 탈법이 가능한 부분의 유착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권력구조의 개혁은 계속해서 필요하고, 정당한 선언적 명제들의 형해화를 야기하는 어떠한 시도도 엄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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