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임] 제18기 3강 : 서해 해상세력으로서 왕건 집안

강충(康忠)은 외모가 단정근엄(端正謹嚴)하고 재주가 많았는데 서강(西江) 영안촌(永安村)의 부자집 딸, 구치의(具置義)라고 하는 처녀에게 장가를 들어 오관산(五冠山) 마가갑(摩訶岬)에서 살고 있었다.(『고려사』, 고려세계 : 康忠體貌端嚴, 多才藝, 聚西江永安村富人女, 名具置義, 居五冠山摩訶岬.)

당(唐) 숙종(肅宗) 황제가 황태자로 있을 때 산천을 두루 유람하고자 하여 명황(明皇) 천보(天寶) 12년 계사(癸巳) 봄에 바다를 건너 패강(浿江)의 서포(西浦)에 이르렀는데 조수(潮水)가 물러가자 강기슭이 진흙투성이가 되었다. 따르는 신하들이 배 안에서 돈을 꺼내어 깔고 언덕에 올라갔다. 뒤에 그 포구를 이름하여 전포(錢浦)라고 하였다.(『고려사』, 고려세계 : 唐肅宗皇帝○邸時, 欲遍遊山川, 以明皇天寶十二載癸巳春, 涉海到浿江西浦, 方潮退, 江渚泥○, 從官取舟中錢, 布之, 乃登岸, 後名其浦, 爲錢浦.)

  당 숙종은 어느 시기에도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갔던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위 기록은 말 그대로 지어낸 이야기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완전히 없었던 사실을 창작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실재 사건을 각색하거나 미화한 것으로 보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즉 실재로 당나라 상인이 패강 지역으로 와서 작제건의 아버지가 되었던 사실을 각색하여 상인이 아닌 당 숙종이 황태자 시절 왔다간 것으로 바꾼 것은 아닌가 합니다. 만약 이렇게 보게 된다면 왕건 가문은 당 상인과 교역활동을 벌였던 해상세력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강충이 영안촌 부호의 사위가 되었다는 사실과 연결할 경우, 강충이 처가의 재력을 바탕으로 해상무역에 뛰어들어, 당과 교역에도 참여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작제건이) 아버지를 찾아 뵈옵고자 상선을 타고 항해하다가 바다 가운데 이르니 구름과 안개가 끼어 어두컴컴하여져 배가 3일 동안을 나아가지 못하였다.(『고려사』, 고려세계 : 於是欲覲父, 寄商船, 行至海中, 雲霧晦瞑, 舟不行三日.)

작제건(作帝建)이 알아차리고 장가들기를 청하니 늙은이가 맏딸 저민의(○旻義)로 아내를 삼게 하였다.(『고려사』, 고려세계 : 作帝建, 乃悟, 請之, 翁以長女○旻義, 妻之.)

칠선(漆船)을 타고 7보(寶)와 돼지를 싣고 바다를 건너 순식간에 언덕에 이르니 곧 창릉굴(昌陵窟) 앞 강변이었다. 백주(白州)의 정조(正朝) 유상희(劉相晞) 등이 듣고 말하기를, “작제건(作帝建)이 서해의 용녀(龍女)에게 장가들고 돌아왔으니 참으로 큰 경사라 하겠다.”고 하며 개주(開州 개성(開城) )·정주(貞州 풍덕(豊德) )·염주(鹽州 연안(延安) )·백주(白州 배천(白川) ) 네 주(州)와 강화(江華)·교동(喬桐)·하음(河陰) 세 현(縣)의 사람을 거느리고 그를 위하여 영안성(永安城)을 쌓고 궁실을 지었다.(『고려사』, 고려세계 : 乘漆船, 載七寶與豚, 泛海○到岸,○ 昌陵窟前江岸也, 白州正朝劉相晞等, 聞曰, 作帝建, 娶西海龍女來, 實大慶也, 率開·貞·○·白四州, 江華·喬桐·河陰三縣人, 爲築永安城, 營宮室.)

용녀(龍女)가 일찍이 송악(松嶽)의 새 집 침실의 창 밖에다 우물을 파고 우물 속으로 해서 서해 용궁(西海龍宮)에 오고갔던 것이니 곧 광명사(廣明寺) 동상방(東上房)의 북쪽 우물이다.(『고려사』, 고려세계 : 龍女嘗於松嶽新第寢室○外, 鑿井, 從井中, 往還西海龍宮, ○廣明寺東上房北井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