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임] 22기 제1강 - 한국군 무기도입사 제1강

 민국이 정부를 재건한 서기 1948년, 민국의 군사조직은 썩 좋은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주의 : 본 교임은 민국 정부수립의 과정을 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헌헌법의 전문에 의하면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 하였고, 또한 현행헌법에서는 독립운동가이자 학자인 故 김준엽 前 고려대학교 총장의 뜻을 따라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 적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강의에서는 민국 정부의 수립을 재건으로 표시합니다.)

 그 당시 뭐 국군의 무기라 해봐야, 일제 아리사카 소총(제1차 세계대전부터 구일본군이 주구장창 사용하던 그 총!)이 국군 보병의 주력 총기였고 해군의 경우 첫 배가 구 일본군이 건조하다 버린 것을 건조한 것이었습니다. 공군의 경우 전투기는 하나도 없고, 훈련기라 해봐야 일본군의 Ki-9(일본명 95식 1형연습기)였고.... 눈물 나시죠?

당시 민국에서 쓰던 아리사카 소총. 99식 소총이다.


타치카와항공기제작소가 만든 타치카와 Ki-9. 당시 일본제 무기가 다 박살난 이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먼저 무기를 도입해온 것은 해군이었습니다. 이미 민국 해군의 전신이었던 조선해안경비대(해사대를 발전시킨게 해방병단인데 조선해양경비대는 바로 이들과 미군정청 산하의 남조선해양경비국이 합친 겁니다.)의 기술진이 일본이 버리고 달아난 것을 다시 만들어서 태극기를 올린 충무공정(배수톤수 287톤에 길이 46.6m, 폭 6.7m, 최고속력 13노트)이 서기 1947년 2월 2일 건조되었고 5일 뒤에 취역했거든요. 하지만 이 배는 말 그대로 경비정이라, 전투함을 갖고 싶어했던 손원일 제독(당시 준장)과 전 장병들이 월급의 일부분을 모은데다, 홍은혜 여사를 중심으로 한 해군부인회에서 바자회를 열여서 기금을 보탰고 일반 국민들도 성금을 냈습니다. 이때 당시 해군 내부의 군함건조기금은 장교가 봉급의 10%, 상사와 원사 계급으로 구성된 병조장은 7%, 하사관과 일반 수병이 5%였습니다.

당시 조선해안경비대가 일본군이 만들다 버린 배를 이용해서 만든 충무공정. 이후 충무공함으로 개칭한다.

 이렇게 돈을 모으게 되자 손원일 제독은 당시 대통령 집무실이 있던 경무대를 찾아갑니다. 당시 대통령은 이승만. 말도 많도 탈도 많은 양반이지만, 그가 젊은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덕인지 그나마 해양에 대해 관심을 키운것은 사실이었겠죠.(당시 이승만은 삼군을 해륙공으로 불렀습니다.) 하여튼, 경무대에 간 손원일 제독은 이승만 대통령 앞에서 군함 도입계획을 밝히게 됩니다. 이때 손원일 제독의 계급은 무려 소장. 이하는 본인이 가상으로 구상해본 손원일 제독과 이승만 대통령의 대화입니다.

	손원일 : 각하, 해군총참모장입니다. 이승만 : 오, 손 제독. 들어오세요. 손원일 : 각하, 이번에 아해군이 군함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이승만 : 오, 그래요? 그래. 얼마정도의 돈이 필요합니까? 손원일 : 아해군과 민간이 모두 합쳐 15,000달러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거로는 과연 군함을 살 수 있을지도 고민되는 상황입니다. (곰곰히 생각하던 이승만, 자신의 집무실 책상에서 흰 봉투를 하나 꺼내 손 제독에게 준다.) 손원일 : 저... 각하... 이것은.... 이승만 : 손 제독. 이걸 보태서 군함 도입에 쓰세요. 내가 줄 수 있는 자금입니다. 손원일 :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이때 이승만 대통령이 손원일 제독에게 쥐어준 돈은 무려 45,000달러. 당시 민국 1인당 국민 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는 상황이란걸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이에 해군은 이 6만 달러를 가지고 도합 4척의 전투함을 사왔고 이 중 미 롱아일랜드 킹스 포인트 해양대학을 통해 폐기하려던 배인 화이트헤드를 2만 달러 내에 구입합니다. 이 배가 바로 PC-701 백두산함입니다. 이때 손원일 제독은 15명으로 된 선발대를 미국으로 불러서 열심히 고치고 포를 사고 포탄도 샀죠. 여담이지만, 이때 손 제독, 배 안에서 먹고 자기까지 했답니다. 유대인 상인을 상대로 부품값도 깎고요. 참고로 이 백두산함 말고 다른 3척의 배인 PC-702 금강산함, PC-703 삼각산함, PC-704 지리산함을 구입하는 과정이 참 깨는데....

 사실 손 제독은 원래 초계호위함을 구입하려고 했습니다. 한 2천 3백톤급 짜리 배였죠. 뉴욕에서 화이트헤드를 구입하고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갈당시 샌프란시스코항에는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퇴역한 군함들이 수없이 계류되어, 말하자면 '배무덤'을 만들고 있었죠(참고로 지금 민국 진해군항에도 이런 부두 하나 있습니다. 퇴역 참수리들을 모아놓고 개도국 해군에 파는거죠). 이 곳을 둘러보던 그는 2,300톤급의 PF(Patrol Frigate)급 함정에 마음이 갑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대략 척당 5~6만 달러. 본국에 이야기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즉시 서울에 이야기하니 그 즉시 허가가 떨어집니다. 참고로 이 시기 국무총리 이범석에, 국방장관은 낙루장관으로 유명한 신성모였습니다.

 물론 남은 돈 4만 달러로 뭘 사려고? 하겠지만 대충 미국측과 흥정을 해 보고 정 안되면 본국에서 추가금액을 받으려는 생각이었죠. 설마 1만 달러 정도는 더 받을 수 있겠지. 하면서 대통령의 재가도 받았겠다, 한국대사관에서 함정 구매신청서도 작성했겠다. 손 제독은 룰루랄라 미 국무성으로 달려가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폭탄이 터졌으니.... 바로 애치슨 라인이 그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우리의 손원일 제독은 국무성 한국과장으로부터 무려 "돈이 있어도 못 팔겠다"는 무지막지한 대답을 듣고 맙니다. 흥분해 길길이 날뛰다가 해방 후 초대 주미대사라 할 수 있는 장면 대사에게 이끌려 국무성을 나온 손원일 제독은 일전에 PC-701 구입을 위해 만난 적이 있는 미 국방성 관계자를 찾아가죠. 그러나 국방성 관계자가 와도 국무성 한국과장의 대답은 똑같습니다. PF 이상의 전투함은 미국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판매가 불가능한 것이죠. 그 대신 국무성에서는 PC급 배를 개인 대 개인으로 구매하라는 제안을 하고, 손 제독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사복을 입고 산 피에트로 항에 가서 민간에 불하된 함정들의 소유주인 유태인과 흥정을 합니다. 참고로 이때 손제독은 한 척당 2만달러짜리 배를 척당 12,000달러에 구입하고 예인비 하나도 안 내고 스탁톤에서 롱비치까지 끌어옵니다. 이거 속된 말로 완전 날강도 수준이죠. 그렇게 끌어온 3척의 배는 1950년 7월에 진해에 입항합니다.

 이렇게 해군에서 처음으로 들여온 배인 백두산함은 1950년 6월 25일, 6.25 전쟁 개전 당일부터 공적을 세우니 바로 대한해협 해전이 그것입니다. 당시 총참모장인 손원일 제독이 미국에 있을 때(원래 손 제독은 전쟁 터지자 바로 오려 했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도입한 배와 같이 오라고 해서 개전 때 바로 귀환하지 못합니다.), 백두산함이 긴급 출동, 2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와중에서도 북한군의 수송함을 격침시키는 전과를 올립니다. 이에 고무된 미군은 민국 해군에 손 제독이 그리도 갖고 싶어했던 전투함을 공여해주고 전후에 사옵니다. 육군이나 공군도 이런 식이었죠. 뭐, 육군이야 처음에 전차가 없어서 그리 고생했지만요.

 제1공화국이 전쟁 전에 이렇게 군사력이 빈약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의외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북진통일에 대한 야심이 한 몫 했다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이승만은 종종 북진 통일을 외쳤는데, 이는 냉전 초기인 상황에서 소련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게는 좋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전쟁 전의 민국 전력은 북한에 비하면 좋은 것은 아니었죠. 이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1953년에 체결, 이듬해인 54년에 정식으로 발효되면서 양국간의 동맹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50년대에 뭔 방위산업이라게 있겠어요? 60년대로 넘어가도 방위산업이란건 사실상 나오기 힘들었죠. 이 시기에는 주로 미국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주류였는데, 이때의 주력이라 하면 M36 잭슨 대전차자주포, M4A3E8 셔먼 전차, M1 개런드 소총이 육군의 주력이라 할 수 있고 해군은 백두산함급 이상의 배인 PF들이 이 시기에 주력 함선으로 활약합니다. 또한 공군은 P-51 머스탱과 F-86F 세이버 전투기가 제1공화국 때 활약하죠.

 그리고, 이승만이 물러나고, 제2공화국이 성립되었다가 1년만에 박정희가 이끄는 일부 군인들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니 이를 5.16 군사정변이라 합니다. 이때부터 방위산업이 싹트기 시작하죠. 참고로 박정희가 대통령이 된 이후 한 일 중 하나가 좀 특이한데, 바로 각 군에 있던 군사 연구소를 하나로 통합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일은 어떠한 사건으로 인하여 시작되었는데, 이 일은 다음 강의에서 다루도록 하죠.


과제는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이번 문제는 객관식과 주관식 혼성입니다. 과제는 비밀글로 하고, 'sephia'를 예외지정하시면 됩니다.

수강일은 21일까지, 과제는 23일까지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과제 1 : 손원일 제독이 사온 백두산함을 비롯한 4척의 배는 미국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① 구축함
② 잠수함
③ 구잠함
④ 초계함
⑤ 어뢰정

과제 2 : 애치슨 라인의 내용이 무엇인지 쓰고 이것이 6.25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하시오.

과제 3 : 50년대 민국군의 주력무기 중 하나를 골라서 그 무기가 민국군에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하시오.

과제 4 : 대한해협 해전이 가지는 의미를 간단히 서술하시오.

과제 5 : 손원일 제독이 백두산함을 사온 시기에 국방장관이었던 신성모는 몇번째 국방장관이었는가?
① 초대
② 3대
③ 4대
④ 2대
⑤ 5대


본 강의의 내용은 손원일 제독(상)(한국해양전략연구소,오진근, 임성채 공저,2006.4.28)의 내용 일부 및 여러 인터넷 자료를 통해 제작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