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임] 19기 문과 제3강 : 仁者도 미워함이 있습니까?

오늘 강의의 주제는 어진 사람도 미워하는가? 입니다. 흔히 유교는 무조건적인 화합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유교에서는 명확히 사귀어야 할 사람을 사귀고, 멀리해야 할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사실 효(孝)라는 개념도 여기서 나온 것이죠. 이 점이 무조건적인 사랑, 즉 겸애를 외치는 묵가로부터 비판당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논어가 이야기하는 대인관계에 대하여 한번 본문을 통해 살펴봅니다.

이인 3장

子曰唯仁者能好人能惡人

자왈유인자능호인능오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인한 사람이어야 능히 사람을 좋아하고, 능히 사람을 미워할 수 있다.

주 :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은 천하의 똑같은 심정이다. 그러나 사람이 매번 그 바름을 싫는 것은 마음에 매인 바가 있어 스스로를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직 어진 사람이라야 사사로운 마음이 없으니 사사로운 마음이 없으면 능히 좋아하고 미워할 수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어렵지 않은 문장이지만, 원문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를 잘 읽어야 맛이 살아나겠죠. 能은 ~할 수 있다라는 조동사로 쓰였습니다. 여기서는 제대로 정도로 풀어주면 더 좋을 것입니다. 惡은 악하다라고 할때는 악으로 읽고, 미워한다라고 할 때에는 오로 잃습니다.

○마땅히 미워할 것은 미워하고, 좋아할 것을 좋아하는 것. 어쩌면 무조건적인 사람을 외치는 여러 종교와는 상반되어 보입니다. 이것 때문에 유학는 정치사상이지 종교는 될 수 없다는 이야기하시는 분도 많이 보았습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바른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호오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요.

자로 24장

子貢問曰鄕人皆好之何如

자공문왈향인개호지하여

子曰未可也

자왈미가야

鄕人皆惡之何如

향인개오지하여

子曰未可也不如鄕人之善者好之其不善者惡之

자왈미가야불여향인지선자호지기불선자오지

자공이 묻기를 “고을의 사람이 모두 그를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가하지 않다.”

(자공이 다시 묻기를) “고을 사람들이 모두 싫어하면 어떻습니까?”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가하지 않다. 고을 사람 중 선한 자가 그를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자가 그를 싫어하는 것만 못하다”

*문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何如는 “어떻겠습니까? 어찌하겠습니까?” 등으로 쓰이는 관용어입니다. 如之何도 같은 뜻입니다. 可하다는 말은 괜찮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냥 가하다 라고 풀었습니다. 不如, 혹은 不若이라는 단어 뒤에 문장이 오면 같지 않다라는 뜻이 아니라 “~만 못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널리 쓰이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항상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꺼리면서 “착한아이 콤플렉스”에 빠진다고들 하죠. 그러나 공자의 말처럼 착한 이가 좋아하고 나쁜 이가 싫어하는 이가 어쩌면 진정 용감하고 옳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문36장

或曰以德報怨何如

혹왈이덕보원하여

子曰何以報德

자왈하이보덕

以直報怨以德報德

이직보원이덕보덕

혹자가 말하기를 “덕으로써 원한을 같으면 어떻습니까?” 라니

공자께서 말하기를 “무엇으로써 덕을 갚을 것인가?

곧음으로써 덕을 갚으며, 덕으로써 덕을 갚아야 할 것이다.“

주 : 혹자의 말은 후덕하다고 이를만하다. 그러나 성인의 말씀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 말이 사심에서 나와 원망과 덕에 대한 갚음이 공평함을 얻지 못하였음을 볼 수 있으니, 반드시 부자의 말씀과 같이 하여야 두 가지 갚음이 각각 제자리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원한은 원수로 여기지 않고, 덕을 갚지 않음이 없으면 또한 후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以은 ~으로써라는 뜻으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본래 한문 문법상으로 以는 뒤에 나오는 글자를 수식해줍니다. 以德을 덕으로써 라고 해석하는 것은 그때문입니다. 그러나 以가 앞에 나오는 글자를 수식해주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는데 何以는 무엇(何)으로써 라고 해석되는 경우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도 유학과 종교와의 차이가 다시 한 번 나타납니다. 종교에서 흔히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를 말하는 것는 반대로, 공자는 덕(용서)로써 원한을 갚는 것을 반대합니다. 원한은 바른 잣대로 갚아야한다는 것이죠. 즉 덕과 원한을 갚는데 어찌 똑같음이 있을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묵가의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보여지는데, 이미 많은 논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자의 주를 보면 오히려 더 헷갈리는 부분이 생기는데, 아마 직(直)과 수(讐)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풀이하여, 혹 공자의 말이 박절하다고 하는 비판을 피하려 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생각이 무사들에게도 미쳐 소위 유협(儒俠)이라 불리는 이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번 강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강의를 통해서 유학이 무조건적인 화합을 강요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유학에서는 이렇게 차별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체계화되어있는데, 그 극에 효(孝)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시간에는 효(孝)란 과연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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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헌문 36장에 대하여 자신의 의견을 쓰시기 바랍니다. 10월 24일 자정까지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