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유생] <제출> 문과 제2강 과제 제출
1. 문정왕후에 대한 본인의 평가를 서술하시오.
(서술방식에 제한은 없으며, 단 100자 이상 서술할 것)
문정왕후는 조선의 엄격한 남성중심사회 모델에서 그 기득권을 누린 여성입니다. 혹자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득권적 체제를 휘저은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만, 그런 평가가 타당하려면 여성으로서 순수히 제도와 법칙에 상관없이여성의 힘으로만 체제를 흔들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정왕후는 윤씨라는 척족의 힘과 왕후로서의 지위, 그리고 내명부의 존엄과 국왕의 권위까지 남성으로부터 유발하는 모든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사람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알파걸이니 커리어우먼이니 하는 지나친 미화의 평가는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권력 메커니즘은 절대적으로 경원대군과 윤원형 등 일가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체제를 뒤엎고 여성권익을 신장했다는 평가를 보고 문득 든 생각입니다.
또한, 권력과 정치감각으로 조정을 장악한 여걸이라는 평가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탁월한 정치감각이 타인을 죽이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면, 숙청을 주요 권력유지 수단으로 삼는 북의 김정은에게도 탁월한 정치감각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므로 정치와 권력이 본래적으로 누구를 위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문정왕후에게 정치감각이 있어서 조정을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당시의 목숨과 현재의 목숨이 약간의 의미가 다르다고 해석하면 어떻게 읽힐지 모르나, 그 역시 난망한 평가입니다. 목숨의 값어치는 지금이나 예나 같이 태산같이 중하기 때문입니다.
문정왕후는 양재역 벽서 사건이나 을사사화 등의 사건을 중심으로 보면 권력의 맛을 한번 본 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일단의 케이스에 불과합니다. 최순실이라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좌우지하고자 했을까요? 박근혜라는 합법적인 권위가 생기자, 국정농단을 자연스럽고 자유스럽게 한 것만 보더라도, 권력의 맛을 본 자들이 권력을 끝없이 추구하다 어떻게 파멸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민국의 시대에야, 민중이 부당한 권력을 성토하며 일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문정왕후의 조선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민은 그저 종속적인 존재에 불과하고, 나라의 주인은 오직 임금이었으니, 임금을 등에 업고 나라를 뒤흔드는 문정왕후는 오늘날의 최순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입니다. 국정농단, 적폐세력인 것이지요.
교임께서 문정왕후에 대한 평가를 내리라 한 말씀에 어떤 뜻이 있는지 유생은 감히 짐작치 못하여 소회를 솔직히 털어놓습니다만 혹시나 역어이(逆於耳)하실까 걱정입니다. 아무튼 유학의 패기라 널리 받아들여주시기를 앙망할 뿐입니다.
개국 626년 4월 30일 성균관 유생 고무열 |
고무열
[교임] 제23기 문과 2강 - 나의 길은 없었다, 명종.
[성균관/유생] <제출> 문과 제2강 과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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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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