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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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76호 - 개국626(2017)년 3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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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_01 (최준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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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음
마음이 같으면 세상이 편하며
세상이 편한 것은 한 마음이라
그 무엇보다도 한 마음의 중요함을
잘 알고서 마음을 다스려
편안한 세상을 만들어야한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 나가자
마음이 같으면 세상이 편안하듯
한 마음으로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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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_02 (최준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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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날
그날이 온다.
날개잃은 자의 그날이
그날이 오면 결국
모든 것이 밝혀지며
어두웠던 세상이 밝아지니
드디어 그날이 온다.
허나 날개잃은 자의 그날이
정말 진정 원하던 그날일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니
걱정이 크도다.
허나 온 세상이 그 자의
씻을 수 없는 행위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기다릴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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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_03 (최준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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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나의 어린시절은
꿈 많던 시절이었다.
이 시절, 저 시절이 좋다고해도
그래도 나의 어린시절이
더 좋다는 것을
왜 이제서야 알게됐는지
그 어린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당시의 어린 나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그 때는 지금의 내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나의 어린시절은
이토록 그리움으로 남은지
오래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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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편_04 (최준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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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오늘에서야 노란리본의
그리움을 다시 느낄 수 있는 날
가슴 한 켠에 작게 폈었던 그 리본
그 리본을 가슴에 달았던 날
세상은 수많은 울음소리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내일도 다음도 그 다음도
모든이들은 수많은 울음소리에
살아야했다. 너무도 가슴 아팠던 그 날,
노란리본을 가슴에 담아놓으며
흐느꼈던 우리들과 그들의 이룰 수 없었던
그 날.
오늘도 내일도 노란리본을 통해
그들과 못다했던 이야기를 이야기해보련다.
못다한 이야기를 오늘에서야 하게됐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할 것이며, 부끄럽게 여기자.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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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
청년들이여 제19화
- 선안 작
이 광경을 목도한 정양림은 새삼스럽게 청년들의 혈기를 바라보았다. 이들의 혈기가 장하게도 생각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곧으면 곧을수록 무너지고야 만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것이 걱정될 뿐이었다. 한때 자신도 저렇게 혈기가 방장한 적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독립협회에서 주최하는 만민공동회에 참여하여 제 혈기를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였으며 제 부모의 물려준 것을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구실로 주위의 유림들이 단발을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였을 때, 그는 시류의 흐름을 부정할 수 없다며 기꺼이 단발을 함으로써 주위 유림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강직한 성격을 무시할 수 없었던 주위의 유림들도 하나 둘씩 그를 따르기로 마음을 먹고 지지해주기도 하였다. 고지식하지만 융통성 정도만큼은 있었기에 세상과의 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번 소요를 통해서 그는 무기력한 제 자신을 반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자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대회가 끝나고 무대를 내려오는 정양림의 뒤를 붙잡은 이가 있었다. 안연평이다.
"선생님 저희 아버님께서 찾아뵙기를 청하십니다."
정중히 모시려고 하는 연평을
"내 조만간에 찾아뵙는다고 전하시게."
하며 정양림은 그의 손등을 토닥이며 수고가 많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회장(會場)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선생님.'
검은 두루마기에 허름하기 그지 없는 중절모를 눌러쓴 정양림의 뒷모습이 어쩐지 측은하다는 걸 느키고 있었다.
"누구 계세요?"
허름하기 그지 없이 움막집을 지은 것 같이 음침한 분위기의 집 앞에 앳된 여자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이에 아랑곳 없이 어둡고 조용한 밤공기를 내쫓기라도 하듯 개가 짖어잰다.
"뉘시오?"
안에서 기척이 일어나자 나이 든 여자가
"저 영분이예요."
그러자 철창으로 되어 있는 대문을 열어보고
"아이고 어서 오세요."
하며 여자는 그녀를 안으로 들인다. 송영분(宋榮粉). 그녀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이기는 했지만, 올해에 이화여전(梨花女專)에 입학하였다. 그녀가 음악에 재주가 있어 음악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데 장차 음악학도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진 앳된 소녀였다.
"아가씨. 저 서대문 송씨 아가씨가 뵙기를 청한뎁쇼."
그러자 문이 벌컥 열리며 자옥이 반가움에 영분을 불러들인다.
"어서 와.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와주어서 고마워."
자옥과 영분이 서로 껴안고 바로 안으로 들어간다.
두 사람은 오늘 있었던 청년회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영분이 자옥이를 대신해서 참석하였는데 사회주의에 물든 청년들의 오합지졸에 지나지 않는 처사를 보고 무척 안타까워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두고 진종일 논란거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소위 프로문학이라는 것이 활개를 치고 있고 또 일경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는 험악한 세상 속에서 공공연히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온건하기 그지 없는 안연평과 박자옥과 같은 청년들로서는 무기력하게나마 시류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데모클라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바람을 의미했다. 천황제를 채택하는 일본에서 우선적으로 불어온 바람인데 이 바람은 민주주의는 물론, 노동권과 여성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치들을 모두 포섭함으로써 인간의 기본권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한데 그 바람이 식민지인 조선에까지 불어닥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람은 장차 사회주의와 민족주의라는 두 개의 부류로 나누어 조선의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댔다. 일전에 자치론을 주장하는 경우도 이와 같은 처사이리라.
"그러고보니 회장님도 안색이 초췌한 것이."
영분은 자옥에게 연평을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아마 이번 일을 두고 그러시는 걸거야."
자옥도 영분과 마찬가지로 연평을 걱정하고 있다.
그 걱정이 현실이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두 여자에게 불어닥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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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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