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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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73호 - 개국626(2017)년 2월 2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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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_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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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亡國)-신씨 이야기 10
- 봉당 작
신씨의 임종을 앞두고서……
신씨는 결국 박씨의 딸 순연을 첩으로 들였습니다. 이때 그의 아내 청송댁이 반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순연이 머물 방을 마련한 후 그곳에 거처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박씨의 충정을 알고 말이죠,
이때 앤은 궁에 입궁하여 임금에게 으름장을 놓고자 D국의 외무대신을 비롯한 네 명의 대신들과 함께 사절단으로 임금에게 알현을 청하였습니다.
"전하, 소첩이 이 나라를 먹으려고 발버둥 치고파 치겠습니까? 이 아름다운 강산을 파괴하게 만드신 것은 전하이십니다. 한데 어째서 이 미천한 소첩의 말을 당최 듣지를 아니하십니다. 애당초 개화했더라면 나라를 이렇게 망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개화란 무엇입니까! 개화는 곧 나라를 망하기도 하고 나라를 흥하게도 합니다. 그것을 명심하십시오."
"네×이 기어이 날 모욕하는구나!"
하지만 무뚝뚝하기로 소문이 난 임금은 그들을 내쫓아내고 입국금지를 내렸습니다. 이때 임금은 앤과 교류를 나누었던 A파를 모조리 숙청하기에 이르렀고, 백성들의 지지 속에서 쇄국정책을 펴 국가 전체를 봉쇄하였습니다. 이를 두고 조정신료들은 어김없이 설전을 벌여 내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국은 쇠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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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 기어이 날 모욕하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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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당할 만큼 당하고 신씨는 신하의 도리를 다하고서 퇴임하기에 이르러 조정을 떠난 지 며칠 되어서 나라가 갑작스레 망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30년을 더 살다가 신씨는 일생을 다하였습니다.
일생을 다한 지 불과 얼마 못가서 D국에게 국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전국의 의병들은 이 소식을 접하여 D국과 독립전쟁을 벌여 장렬히 전사한 이들만 하더라도 십만 명은 족히 넘었습니다. 하지만 D국 당국에선 이 나라를 두고 D국의 문화를 보급하여 본 왕조를 자신의 문화를 융화시켜 이를 탄압하기도 했습니다.
저 지나가는 나그네가
시름시름 앓던 마누라를 여의어
홀로 눈물을 뿌리더이다.
세상만사 다 버리고픈
마음이야 간절하건만
아내의 죽음에
부정하기도 하건만
세상이 야속하기 그지없구나.
이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만사
어이하여 바라보누.
온갖 망신살을 받던 나그네야
이제 가고 없느냐.
나와 벗하지 그려.
지나가는 나그네야
임 소식 전해주시구려.
이때 신씨는 애국정신을 지킨 지성인으로서 사회장으로 치렀습니다. 이날 신씨의 벗이었던 어떤 이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오로지 애국을 위하여 몸을 헌신하신 신 모 대감에게 사회장으로서 임시정부의 훈장을 수훈하도록 하면서 신 모 대감의 마지막 유언으로 마치겠습니다."
라는 답을 맞히며 유언을 외웠습니다.
"내 조국은 오로지 내 마음에 있고 내 마음은 조국에 있다."
그리고는 그의 영정 아래에 훈장을 얹었습니다. 순간 고맙다는 듯이 참새 두 쌍이 앉아 그의 넋을 추모해주었습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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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_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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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고전_楓皐傳_17
- 보덕 작
세도가 날로 번성해지자 조순은 영돈녕부사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제 자식들에게 벼슬을 제수토록 독려하였다. 첫재 유근은 평안감사로, 둘째 원근이 예조의 일을 보게 되니 그리 오래 묵은 체증이 한결 내려앉은 셈이다.
그러나 항상 근심이 따르는 법이다. 유근이 마침 평안감사로 부임을 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제 처자식을 버리고 서제부―아마 한량이나 다름없는 좌근의 애첩이거나 원근의 첩(?)―와 자신의 애첩과 그 종들이 평안도로 가니 백성들의 원망은 하늘을 찔렀다.
"한낱 세도가의 도령이 기생들을 불러다가 밤낮으로 돌 모양이다."
"제 할아버지는 못하는 걸 웬 손자가 하려들까."
그러나 이 소문에도 조순은 느긋해졌다. 백발의 노인이 되었겠지만. 늙은 조순의 눈앞에는 부인의 아픈 모습만이 보일 뿐이다. 부인은 평생을 남편과 집안의 평안을 위하여 기꺼이 몸바쳤다. 그 충정을 모르는 남편이 더욱 원망스럽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종이 호랑이가 되어 있는 마당에 나무라본들 뭐하나? 그러던 어느 날 기어이 근심이 더 일어나고 말았다. 전직 이방이란 자가 선화당 뜰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이놈들. 내가 누군지 아냐?"
그러자 이를 말리는 이들과 실랑이를 벌였는데 제 소매, 아니 옷깃에 흉기를 들어 휘두르니 두 명의 남정네가 살해당하였다. 여자들을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고 그야말로 피비린내가 진동하였다. 이 자가 참극을 벌인 것은 필시 김조순의 이십 년 세도에 밀려 자신을 벼슬에서 내친 것에 대한 분풀이였다. 아이고 사람 살려― 꺄― 걸음아 나 살려라― 앙칼진 비명소리에 아랑곳없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이니 유근의 애첩만이 간신히 뒷산으로 도망쳐 살았을 뿐이다. 안동김씨의 원한은 이렇듯 뿌리를 거슬러가면 홍경래에서부터 비롯되니 그 업원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게 아닌가. 조순의 부인은 자리보전하여 내일 모레 하는데 기생과 놀다니 이는 불초한 자식을 둔 탓이리라고 부인은 분을 삭힐 뿐이다. 다만 조순은 근심과 불안보다는 무덤덤하게 있을 뿐이다.
유근은 서둘러 사직상소를 올리고 낙향하리라고 왕에게 청원하였으나 이를 묵살하였다.
그러자 부부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생을 왜 불러들이느냐. 다시는 어미를 두둔하지 마라."
아픈 몸으로 호통치는 것이다.
제 어머니의 호통치는 소리에 유근이 답할 수 없었지만 변명을 늘여놓는다.
"그게 어머니를 모시려고 하는 마음에."
그러자 어머니의 호통은 유근의 구차한 변명을 가로막는다.
"어느 안전이라고 아픈 이 어미에게 천한 것의 수발을 받는단 말이냐.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조롱하고 하니 장차에는 아버님의 공적에 흠집내는 게 아니겠느냐?"
당신 몸이 아프면서도 제게 호되게 질책하시는 어머니의 한마디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이 소문은 궐에 들어가서는 나인들의 입방아를 타고 중궁에게 들렸다. 큰오빠의 치부에 중궁은 입을 다물었고 당혹해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부원군이 중궁을 찾았다. 유근의 사건으로 한동안 곤혹을 치른 직후였다. 조순과 중궁이 마주하였다. 조순이 입을 연다.
"이 늙은이.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반성하는 듯 조순은 눈을 감은 채 중궁에게 용서를 구한다.
"아버님."
아버지의 구차한 모습에 중궁은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을 주체치 못한 채 울먹이는 것이었다. 아버지께서 일군 세도에 흠을 낸 오라비가 더욱 밉기도 했지만 아버지가 이를 문제로 삼지 않은 바람에 위기는 벗어났다. 한데 조경진이라는 자가 상소를 올리면서 유근의 인품에 대한 비판이 가해졌다. 목민관이 몸소 부임지로 갈 때 기생을 거느리고 가는 것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하는 상소였다. 그러나 금상은 처남의 치부를 밝힌 신하가 매우 괘씸했지만 정사를 마냥 내버리기도 힘들었다. 해서 조회 때나 윤대만 되면 동궁을 대동시키곤 했는데 어느덧 열 네 살이 되어서였다. 그때 마침 세자가 대리청정을 하게 되어 조경진에 대한 상소가 올라오자 그는 과감히 파기하여 멀리 귀양을 보내었다. 이 소식을 듣던 중궁의 눈에서는 눈물이 맺혔다.
"장하구나, 우리 동궁. 이 어미의 아픈 속을 알아주시다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할 수 있단 말이오?"
하지만 동궁에 대한 미안함은 차마 지울 수도, 버릴 수도 없었다.
그 미안함은 비단 왕비의 상황만이 아니었다. 왕에게도 있었다. 선왕의 빛나는 업적을 물려받았으나 증조모인 정순왕후의 집권으로 인해 왕업을 크게 실추시켰고 서학 탄압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수많은 양민들이 억울하게 죽었다. 심지어는 정순왕후의 죽음과 더불어 왕이 직접 김조순을 불러 조정 일을 맡겼는데 이에 앙심을 품은 듯 홍경래가 난을 일으켜 또 다시 양민들을 다치게 하였다. 그러니 자신은 명목상의 왕에 지나지 않았다. 자신의 젊음으로 맘껏 선정을 베풀어 주어야 하는 터에 크고 작은 사건을 겪은 뒤로 더욱 의기소침해졌다. 해서 금상은 열다섯이 된 세자에게 정사를 맡기게 되니 왕은 결재권만 행사할 정도로 매우 한가하였다.
해서 매일 아침만 되면 중궁과 함께 미복 차림을 하고서 조순의 집에 드나들었다. 이를 보고 놀란 어머니가,
"상감마마, 이 어인 걸음을."
하며 망설이는 것이었다. 누운 사람에게 절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 줄 알고서 장모의 건강을 물었다. 부부인 심씨의 얼굴은 더욱 창백하다.
"마마도 오셨군요."
어머니의 가느다란 소리에 중전은 억장이 무너졌다.
"이제 마마는 며느리를 두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내가 사십 년 가까이를 이 집안의 크고 작은 일을 몸소 행했습니다. 그 덕인지 이렇게 의젓한 세자를 두시고, 또 상감마마를 모실 수 있는 은혜를 받았습니다."
중궁이 어머니의 가느린 손을 어루만지며 울고, 임금은 자신이 죄인인양 먼 하늘을 쳐다보듯 천장을 올려다본다. 해는 중천이건만 조순은 달리 할 말이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죽어도, 죽어도 여한 없나이다."
어머니의 한마디에 중전이,
"죽다니요, 죽다니요! 그럴 리 없습니다."
펄쩍 뛰며 어미 말을 가로 막는다. 아무 말없이 부부인은 시선을 세자에게 돌린다. 세자의 장성함을 보고 기특한지,
"세자. 세자께선 내 서방님 젊었을 때랑 닮으셨습니다그려."
기쁜 표정으로 세자를 보았다.
"세자께선 상감을 도와 정사를 돌보신다지요. 부디 성군이 되세요."
이것이 부부인 심씨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왕실에서는 곧바로 궐로 돌아가고 다음날 새벽. 청양부부인은 예순 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임종은 남편이 지켰다. 자신에게 항상 엿을 만들어 주고 집안이나 왕실에서 있는 크고 작은 일을 몸소 나서서 아랫것들에게 신망이 두터웠던 그는 일생을 정리한 듯 편안히 잠든 채 눈을 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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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제목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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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상감은 부부인의 비보를 듣고 실신하였으나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부부인의 장례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니, 세자로 하여금 부원군 댁에 가서 문상하도록 명하였다. 세자가 부원군 댁에 다다르자 조순이 버선발로 나서며 맞이하였는데,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세자께서 이 늙은이에게 은혜를 내려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조순이 울음 삼키듯 하는 모양으로 세자가,
"도리를 다할 뿐입니다."
외조부에게 위로하자 그예 울음을 터뜨렸다. 이에 집안사람들도 대성통곡하였다.
상배를 한 김조순은 부인과의 지난 날을 되돌이키고 있었다. 상냥하고 자상했던 부인. 그러나 몰락한 시댁에서 모진 살이를 견뎌내야 했다. 여느 사대부 여인네들이 좋아한다는 좋은 패물을 돌처럼 생각하는지 그걸 사다주는 걸 마다하고, 단지 서방님이 무사히 오기를 바라는 망부석의 심정으로 남편을 대하였다.
그런 남편에 대한 마음이 죽는 순간까지도 이어지니, 비로소 남편을 대한 마음을 진실한 것이라는 점을 마음 속 깊이 깨우쳤다. 못난 사람. 그 좋아하던 패물을 마다하고 내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거짓으로 생각하다니.
후회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갓 염습을 마친 부부인의 유해를 보던 조순은 울먹이며 부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속삭였다.
"임자, 잘 가소."
부인은 시가의 선산인 이천―경기도 땅―에 묻혔다.
어진 부인의 죽음이 있기가 무섭게 김조순에게 탄핵이 가해지기 시작하였다. 마침 세자가 대리청정을 하고 있는 터에 일어난 사건이니만큼 당연시되어졌다. 이에 유근은 아버지를 비방하고 나선 이들에게 앙갚음을 하려 하였다. 그러자
"하하하, 감히 제 놈들이 나를 건드린들 뾰족한 걸 찾겠느냐."
웃으며 조순이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나 그 주변인물이 문제였다. 어떤 이는 비리를 저지르고, 또 어떤 이는 백성을 착취하고, 또 어떤 이들은 매관매직하는 이들이 있는 판국에 삼정의 문란이 갈수록 심해지자 그 호언장담은 일순간 가라앉고 말았다. 더욱이 장차 보위에 몸소 오를 세자가 외조부라고 가만히 두겠는가. 몸소 숙일 수밖에 없다.
"소인 김조순. 부복하여 아뢰옵나이다."
신하가 모여든 편전 앞에서 그는 무릎을 꿇었다. 세자는 그런 외조부의 모양을 보고 의아해할 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소인이 부덕하여 제 자식들이 어긋난 길로 접어들었고, 또 이를 근심하던 부부인이 세상을 떠나므로 그 아픔이 이루 다 표하기조차 버겁사옵니다. 이에 신 김조순 아뢰오니 소인을 멀리 정배하여 주시옵소서."
행여 세자 주위에 자신을 견제할까 염려한 조순은 이렇게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여, 세자가 마음에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정치를 펼치도록 독려하고 성군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정치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짜여 있었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신료들은 당혹해하였다.
"신의 몸은 늙은 몸이옵고, 정사를 간여하기 힘이 드오니 낙향하여 여생을 마치겠나이다."
간곡한 외조부의 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였다. 세자가 윤대를 파하고 몰래 사람을 보내어 동궁으로 누군가를 불러들이도록 명하니, 은밀히 젊은 한 사내가 궐로 들어간 것이다. 사내가 세자에게 절을 하니,
"규수가 아닌가."
하며 세자가 사내에게 반가워하며 맞는다. 이이가 곧 훗날 제너럴셔먼 호를 침몰시킨 박규수(朴珪壽)다. 그는 실학자로서 이름을 떨친 연암 박지원의 손자로서 인재였다. 비록 그는 한미한 벼슬을 지냈지만 세자가 신임한 덕분으로 깊은 우정을 받는 터였다. 세자는 규수에게 오늘의 이야기를 터 놓았다. 그러자 규수가
"부원군께서는 처세에 능하신가 봅니다."
하며 웃어대자, 세자도 피식 웃으며
"대신 고지식한 양반이지."
하고는 규수의 칭찬을 마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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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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