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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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72호 - 개국626(2017)년 2월 2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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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_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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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亡國)-신씨 이야기 09
- 봉당 작
이 상소를 차마 버리기도 그렇고 참 혼란의 소용돌이에 빨리 들어가는 기분이랄까요?
이번 조약이 체결된 이후 잇따른 민란이 일어나 통제하기가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임금이 백성들에게 이렇게 고했다고 합니다.
"짐이 미천하고 백성들을 잘 다스리지 못하여 생긴 불찰이니 모두 내 탓이다."
하여튼 대비가 된 비원이 승려 보덕과 어김없이 음모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 음모인즉 신씨가 속하고 있는 파를 대숙청하는 어마어마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박씨가 크게 반발하는 바람에 스스로 순국(殉國)으로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신씨는 크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이날 박씨가 순국하면서 남긴 유서 한 장이 그의 앞에 놓여 있었지요.
내 조국의 무궁하게 헌신한 일들이 헛되어 꿈이 되었소. 내 벼슬을 하면서 이러한 수모를 일개 국가로서 수치를 겪었으니 그 뒤 내 딸을 잘 부탁하오.
그로부터 며칠 후 순국을 한 박씨의 딸인 순연이라는 여자아이의 미모를 알아본 신씨는 이내 사모하여 그와 결혼하려는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것보다 좋은 소식, 바로 그 소식인즉 앤과 보덕, 대비 비원 일당들이 끌려나와 앤은 유배를 떠나고 보덕과 대비 비원은 바로 즉시 목이 잘리는 처형을 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신씨는 멀리 절로 가겠노라고 하며 집을 나왔습니다. 집을 나온 신씨는 산수를 바라보며 유랑을 떠났습니다.
한편 대비 비원에게 무척 시달리고 있던 국왕은 선왕의 정비를 불러들여 대비를 봉하는 등 친정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었습니다.
"짐이 이렇게 친정을 하노니 서로간의 상호존중을 해야할 터이다. 짐을 비롯한 여러 대신들은 만백성들에게 희생을 감수하여 먹을 것이며 그 어떤 것이라도 공평히 동등하게 나누어 주어야하지 않겠느뇨."
하여 왕의 통치 가운데서 평화가 찾아온 듯싶었지만, 통치한 지 오 년 지나고 나서 다시 D국이 침입하였습니다. D국의 침입이 잦다보니 앤의 유배지까지 침범하여 앤이 자신의 조국을 등에 업고 외교고문으로 임명되기 위해서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성격이 있는 탓에 군사들을 이끌고 즉시 궁궐로 달려갔습니다. 궁궐 안이 적막하건만 결국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왕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며낸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왕은 노이로제에 걸렸고 수많은 백성들이 구중궁궐 문 앞에서 석고대죄를 하며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기세등등한 앤은,
"전하, 소녀가 어찌하여 이 나라를 침입하였겠습니까?"
왕이 결국 앤의 얼굴을 손가락질하며 왈,
"네년이 저지른 것은……나라를 먹으려는 음모렷다?"
하며 국왕이 손가락질을 합니다.
"네, 전하. 나라를 차지하고 싶어 이렇게 발버둥을 치잖습니까."
결국 물러나오면서 앤은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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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_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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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고전_楓皐傳_16
- 보덕 작
조만영을 김조순이 직접 만난 것은 그저께 밤이었다. 조순이 자신의 집에 만영을 불러 주안상을 차려놓고 그 사람됨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박종경처럼 유유자적할 것 같던 것과는 다르게 절제를 하지 않던가. 그것도 만영이 술을 반이나 남겼다.
"아니 웬 술을 남기시는 게요?"
그러자 자신은 부원군 집에서 실수할 수 없노라고 하였다. 이심전심이라고 했던가. 조만영의 이 처세에 갑자기 놀라워하며 탄복하였다. 조순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흠이었다. 그 흠을 누구보다도 아는 이가 바로 부부인 심씨다. 심씨는 유근 내외가 문안할 때마다 부원군의 흉을 보곤 했는데 이를 보고도 모른 체 하였다.
‘하― 임자를 제대로 만났구먼.’
조만영이 집안을 더듬어본다면 본디 조엄(趙曮)이 증조부이니 그야말로 명문가의 집안이었다. 또 그 여식 또한 참하다고 하니 눈에 거슬리지 않았고 또, 외척의 비호(庇護)를 받아 국정이 문란해질지 모른다는 정조 임금의 생각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경우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조순 또한 선왕의 그 깊은 뜻을 헤아리고 또 헤아렸던 것이다.
“나는 내일 모레면 육순(六旬)을 바라보는데 그대는 중늙은이로구려.”
농으로 주는 부원군의 말에 만영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소인이 어찌 대감의 농에 맞장구를 칠 수 있습니까?”
그러자 조순이 하얗게 선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허허허 하고 웃어 재낀다.
“그대는 처세술(處世術)에 능한 것 같소.”
“할 말이 없습니다. 대감.”
만영의 겸손함을 기쁜 얼굴로 맞이하는 조순. 그는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는 확신에 흡족하였다. 장차 세자가 왕위에 오르면 왕비의 아버지로서 세도를 누리게 되는 것이니 조상의 음덕(蔭德)이 한몫은 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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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는 처세술(處世術)에 능한 것 같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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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은 밤새도록 만영과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부인은 대감이 대궐로 등청치 않아서 이상한 마음에 사랑으로 향한다. 해가 중천에 떠 있건만 대감은 잠에 들어 있었다. 평상시에 술이 떡되도록 마셔도 거뜬하던 양반이 어째서 백주에까지 주무시는지 갈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 대감에게 어서 대궐에 들어가시라고 재촉해보고자 하지만 대감이 외려 자신을 꾸짖을까 퍽 걱정이 되는 것이다.
맏며느리에게 부탁을 해보아야 하나, 아니면 자신이 나서서 대감을 깨워야 하나 망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감이 일어나자 부부인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쉰다.
"아니 벌써 중천에 해가 떴소?"
대감의 물음에 부부인이 그렇다고 했다.
"아이고, 이런 낭패를 봤나. 상감께서 빗발같이 나를 찾으실 텐데."
행여 상감이 불호령을 떨어뜨릴까 보아, 조순은 안절부절하며 조복을 차려 입고 서둘러 궐로 향한다. 길 서방이 마침 가교를 대령했으니 망정이었지 그리 안했다면 등청하기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여하튼 대궐에 이르기까지 그는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었다. 조만영의 사람 됨됨이도 좋고, 겸손하기까지 한 것도 좋기는 했다. 하지만 외골수인 까닭에 진취적인 성품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그것이 큰 흠이라면 흠이었다. 그러잖아도 상감이 제게 간곡히 빈궁으로 낙점시키는데 도와달라고 조르고 성화하는 통에 마지 못해 동참하였는데, 나름 괜찮은 성과였다. 공연히 쓸모 없는 생각에 빠져서 허탕을 칠 수 없다는 생각을 굳힌 뒤 두말 할 나위 없이 조만영의 여식을 세자빈으로 봉할 것을 다짐했다. 대궐에 도착한 조순의 앞으로 대전 내관이 맞이한다.
"대감마님."
"상감께서 나를 찾으시는가?"
"네, 부원군 대감 마님."
이윽고 내관의 안내를 받아 상감이 있는 대전에 다다랐다. 내관이
"전하, 영안부원군 대감마님 듭시옵니다."
하고 아뢰는 소리를 듣는 순간 조순은 놀라고 말았다. 대전내관도 내관이었지만 나이가 스물 안팎의 나이인 탓에 물정을 몰랐다. 그래서인지 대감마님이 뵙기를 청한다고 하던지 아니면 오셨습니다. 하고 고해야 좋을 일을 "듭신다"고 하니 새삼 자신의 세도가 막강해졌다는 것을 깨우친 순간이다.
"뫼시어라."
상감의 반가워하는 옥음이 들리자마자 문이 열린다. 부원군이 들어서자 상감이 장인을 반가워하며 맞이했다. 하기는 선왕인 정종대왕의 유언에 따라 자신에게 금상을 보필토록 했으니 그 애틋함이 수그러지겠는가. 망극하기 그지 없다.
"그래, 장차 세자의 장인이 될 만한 재목이 있더이까?"
상감의 궁금증에 조순은 그렇다고 하며 구두로 조만영의 여식을 추천해올렸다. 그러자 상감은 파안대소하며 당장에라도 그리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세자빈은 조만영의 여식으로 정해졌다. 조만영은 이에 풍은부원군(豊恩府院君)에 봉하여져 조순의 세도에 버금가는 세력가로 성장하였다.
금상이 금혼시키자는 어명이 떨어지고 일제히 빈궁 후보들 가운데 조만영의 여식을 간택하자, 조정에서 매우 기뻐하여 새 빈궁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 보지 않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들은 모두 조씨 집안에서 빈궁으로 불러들여서는 안된다며 상소를 올린 것이다.
상감은 이를 이를 두고 보지 않았다. 하여 조선의 신하가 아니라며 나무라더니 즉시 정형토록 한 것이다. 김조순은 오직 덕으로 다스려야 백성들이 고달프지 않다고 나무랐고 상감은 장인의 말을 듣게 되니 장인의 말이 옳으나 제 눈에는 가시같은 존재이니 마땅히 참해야 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세자의 장래를 생각하여 정형했다.
이후 임금이나 김조순 등에게 아무런 반기도 들지 못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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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작 알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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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국-신씨 이야기는 다음 10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일시에 중단되었던 '청년들이여'를 계속 연재할 예정이니 많은 애독을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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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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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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