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년(己丑年) 연초에 교서를 내린다.

올해는 창국 10년째가 되는 해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팔도에 호적이 크게 증가하여 교육, 모임, 군영 등이 흥성하고 과거 합격자가 연이어 다수 배출되었다. 관원, 관속, 정병 등이 합심으로 노력하여 여러 제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니, 이러한 분위기를 올 한 해에도 계속 이어 나간다면 본조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과인이 즉위한 후 이번이 네 번째 연두교서인데, 연초(年初)에 내리는 교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올해에는 이전처럼 국정 지표를 세세하게 밝혀 제시하지 않고 간략하게 두 가지 중요한 점을 말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얼마나 거창한 계획을 말하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나 잘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에 창덕궁, 창경궁, 숭례문이 차례대로 중건되고 혜종대왕과 대행대왕의 시호, 존호가 확정되었으며, 삼사와 성균관의 기능이 보완되고 수어청 복설로 대표되는 군영 정비가 완료되었다. 또 역적의 시호와 관직을 추탈하여 역사적 사건에 대한 유감이 어느 정도는 해소되었다. 이제 남은 사업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는 오는 14일에 단행될 고묘(告廟)와 대표 독립 유공자로 선정된 이준(李準), 신태호(申乭石) 두 위인에 대한 포증(褒贈), 그리고 혜종대왕 배식단의 배향신 선정, 독립 유공자에 대한 향사 사업, 한성부 운종가 정비 등이 남아 있다. 이러한 여러 국책 사업을 올해 안에 모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모든 관원과 백성이 참여한다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어느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들 사업이 잘 완결될 수 있도록 군신(君臣)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정 관청에 관원이 넉넉하지 못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과거 시험이나 천거를 통해 출사하는 인원이 예전에 비해 늘었으므로, 관원 부족 현상은 인력 충원이 부족한 때문이 아니라 관직에 제대로 적응하여 정착하는 수가 부족한 탓이라고 하겠다. 일반 백성들이 성균관, 훈련원, 과거, 상업 제도를 잘 이해하여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방관들이 안내하고 독려하는 것처럼, 관직에 진출한 초입 관원들이 관직 수행에 필요한 제도를 잘 이해하여 연속적인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체계가 필요하다. 예조와 병조에서 한 차례 초입사 교육을 시행하는 선에서 그칠 일이 아니니, 각 관청에서는 이러한 점을 살펴 후임 관원을 양성하도록 하라. 또 관원 자신의 한때 실수나 조정 내의 분란 등으로 인해 마음을 꺾고 중도에서 이탈하는 관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상의 두 가지 사안에 대한 통론을 교서에서 말하였다. 기축년이 역사의 한 면에 당당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조정 관원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 행동하기 바란다.

- 개국618년 2월 초9일 (음력 기축년 정월 15일 대보름)
어제(御製) 기축연두교서(己丑年頭敎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