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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대표] <간행> 보덕문집(寶德文集) 37
선악과 (善惡果) 제069차 소과 생원시 시권 (삼등 제1인, 개국621년 04월 05일) 제047차 대과 문과 과거 시권 (병과 제1인, 개국622년 10월 31일) 제102차 소과 훈련원시 시권 (삼등 제1인, 개국627년 03월 06일) 마무리 선악과 (善惡果) 선악과 사려― 선악과 사려― 달고 맵고 쓰고 떫은 선악과 사려― 서울 주택가 한복판을 가로 지른 도로 가운데 쩌렁쩌렁 거리는 과일 장수의 확성기 소리 어린아이 노인네 할 것 없이 과일 점포 앞에 모여 든다. 자― 자― 싸고 맛있는 선악과 사요 과일 점포 앞에 모여든 이들이 모두 한 상자 가득 담긴 열매를 가지고 가려고 아귀다툼한다. 이에 과일장수가 외친다 잔병치레 앓다 BS된 × 서로 쌈박질하다 앓아누운 × 돈에 눈이 멀어 지팡이 짚은 × 할 것 없이 모두 효험 있다는 만병통치약 선악과 사요― 순(純) 사기꾼 뱀에 홀려 아담과 이브가 아주 잘 먹어 하느님의 미움을 사 영악한 채로 오래도 살았더라는 선악과― 한 번 맛보면 잊지 못할 선악과 사려― 이윽고 상자는 텅텅 비어가고 과일 장수 곁엔 아무도 없다 빈 상자들을 바라보던 주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돈을 새기 시작하고 상자를 차근차근하게 정돈해 놓는다. 그렇게 과일장수의 쩌렁쩌렁 대는 소리는 어김없이 트럭 한 대에 실리어 간다― 선악과 사려― 선악과 사려― 싸고 맛있는 선악과 사려― 제069차 소과 생원시 시권 (삼등 제1인, 개국621년 04월 05일) 생원시 시제 : 발해는 고구려를 계승한 왕조로, 당시 당나라 등의 국가들도 인정한 강한 나라였다. 그러나 나라가 세워지고 얼마 안 가서 발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나라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답안 : 발해라는 나라가 어째서 겨우 이백년 밖에 유지될 수 없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우선 그 첫번째 예로 대조영이 震(진)이라는 나라를 세운 이후 9대인 간왕에 이르기까지 대조영의 직계손이 대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간왕에게 후사가 없음을 알고 대조영의 동생이었던 대야발의 후손인 대인선이 왕위를 잇도록 조정대신들이 나서게 됩니다. 바로 이 사람이 곧 제10대왕인 선왕입니다. 이 당시의 정황을 살펴본다면 발해의 왕족들이 왕위계승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다투는 상황이었음을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하여 선왕은 왕권을 강화시키고 발해의 중흥을 이끌어내어 발해를 중흥하는데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행정구역과 관제를 개편하였고, 또 일본과 당나라와 교류를 하였으니만큼 발해가 더욱 왕성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가 생겨납니다. 바로 거란족의 침입이 그것입니다. 발해가 비록 중흥기를 거쳤다지만 군사력을 턱없이 약해져 있었습니다. 처음에 군사는 몇 백명에 지나지 않다가 규모를 조금 더 넓혔지만 불과 몇 천만 명에 지나지 않았을 뿐. 그러한 까닭에 거란족은 요라는 나라를 세우고 발해의 수도를 침략, 멸망시키기에 이릅니다. 발해는 비록 영토가 넓기도 하고 자원이 풍부했지만 그다지 좋은 성과를 얻어내지는 못하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백두산의 화산폭발 사고가 발해의 멸망원인이라는 점이 바로 그 근거입니다. 발해가 백두산의 화산폭발 사고로 국력이 남아돌지 않았고, 그 때문에 거란족의 침입을 받아 멸망한 결과를 낳았다는 시각을 제시하였는데 무엇보다도 질보다는 양을 중시해야하는 군사력을 양성하지 못한 채 나라가 성장하지 못한 까닭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위의 두 가지의 사실 말고도 또다른 연구성과들이 아직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인해 좌절을 느낄 법한 우리나라의 역사학자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발해에 대해 연구를 게을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각설한다면, 발해의 건국과 발전, 그리고 멸망에 이르는 역사적 진실이 오늘날까지 수수께끼로 밝혀지고 있지만, 조선후기의 문인이었던 유득공이 ‘발해고’라는 책을 통해서 발해가 우리나라의 역사임을 증명한 것을 그 시초로 삼았다는 것 이외에 다른 성과가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과연 진실로 발해라는 나라를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고구려를 계승하고자 한 국가, 또는 정혜공주 묘와 정효공주 묘 등의 문화재로 밖에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유득공은 오늘날 우리의 발해에 대한 무지함을 꾸짖고 있습니다. “고려가 발해를 계승한다고 하더니, 오직 신라에만 계승하려고만 한다.” 그의 말 속에서는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에 대한 질타와 함께 한쪽으로만 기울이게 되는 우리의 보수주의적인 모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유교 사상에 강한 집착에서 비롯된 까닭도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고려가 명실공히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라 일컬으기도 했지만 실력가였던 김부식에 의해 유교적인 질서를 근거로 삼고서 자신의 뿌리였던 신라의 뒤를 이은 것이라고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한 연유로 김부식은 고구려처럼 왕성해야할 것을 주장한 바가 있는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을 두고서 그는 유교적 사고에 입각하여 결국 묘청을 대역부도한 죄로 정의하여 죽이게 됩니다. 이러한 오인으로 오늘날 발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으리라고 본 겁니다. 이를 두고 신채호가 ‘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으로 오죽하였으면 정의하였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채호가 이렇게 말하는 정도였다고 하면 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고려와 조선은 하나같이 유교적인 질서로 나아가고자 하였고 한술 더떠서, 민족 스스로의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내지 않고 오직 원칙에 준수하는 상류사회로 치달아 마침내 유교체제가 시대적인 모순을 겪은 채 외세의 침입을 이기지 못하고 멸망하는 계기를 낳았습니다. 이러한 결정적인 여파를 일제는 식민사관을 내세우며 조선이 한낱 조공하는 국가로, 더 나아가 미개하기 그지 없었다며 왜곡하기에 이릅니다. 다시 말해 일본에 의해 조선이 발전하였다는 논리로 과장하고 있는 부분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는 고대와 중세에 걸쳐진 발해의 역사적 사실에도 그만큼 마음껏 발휘해보지 못하고 땅속으로 깊이 파묻혀지게 되면서 우리들에게 점차 잊혀져 갔던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발해를 통해. 국가의 개념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있어서 하나의 민족, 하나의 언어, 하나의 얼을 가지고 있는 아주 친숙한 국가임에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되어집니다. 제047차 대과 문과 과거 시권 (병과 제1인, 개국622년 10월 31일) 문과 시제 : 조선의 제7대 임금 세조는 계유정난을 일으켜 어린 조카 단종을 보위에서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른 후, 끝내는 단종을 죽게 하였다. 이러한 세조의 행동에 대해 '왕실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정사를 펴기 위해서 했던 행동이므로 옳았다'는 의견과 '그것은 단순히 세조의 권력에 대한 욕심에서 일어난 일로, 그의 행동은 옳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다.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응시자는 어떤 입장인가.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답안 내용 : 최근 <관상>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는데,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단종과 세조 대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이 시기에는 외람되게도 왕위에 오른 조카인 단종을 섭정 노릇하던 수양대군이 직접 조카를 왕위에서 내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패륜을 저지른 파렴치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공부하던 우리로서는 수양대군이 그야말로 왕위를 찬탈하여 조카를 죽인 부도덕한 인간으로 주입된 생각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견해를 두고, 일제강점기인 1920~30년대에 두 가지의 다른 관점으로 다룬 역사소설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춘원 이광수의 <단종애사>나 김동인의 <대수양>을 꼽을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 월탄 박종화가 단편으로 쓴 역사소설인 <목메이는 여자>도 이 시기를 포괄하고 있으나 이 작품의 내용 자체가 춘원 이광수의 소설과 매우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어서 제외하고, 두 작품을 예로 들어보기로 한다.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주로 단종에 관련된 야사를 토대로 창작된 작품으로, 주인공인 단종은 자신의 숙부인 수양대군이 왕좌에 오르고자 하는 욕망으로 인해, 자칫하다가 빼앗길 수 있는 왕위와 자신의 목숨을 보호하고자 김종서 등을 필두로 성삼문과 같은 충신들의 보호를 받으며, 간신이나 다름이 없는 수양대군과 대립관계를 이루게 된다. 이로 인해 '단종'을 나라를 잃어버린 우리 민족을 표현하고, '수양대군(세조)'을 불합리한 사회, 즉 일제와 그에 상응하는 세력으로 형상화시킴으로써, '단종'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암담하고 불안한 심리로 표현함으로써, 식민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암담함을 보다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반면에, 김동인은 이런 춘원의 견해를 뒤집기라도 하듯이, <대수양>이라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수양대군을 '간신'으로 보기보다는 오히려 그 당시에 단종이 왕위에 오를 수 없는 불가피한 정치적 상황에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정난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는 긍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수양대군은 왕위에 올라 조카인 단종으로 하여금 권력을 독단한 채 다스리고자 하여 자신만의 야욕을 차지하여 반역을 도모하고자 했다는 견해를 들어 김종서를 '역적'으로 몰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이렇듯 단종은 '불행한' 왕으로, 또는 정치를 농단하고자 하는 간신들에 의해 움직이는 아둔한 '허수아비'로 묘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비추어 볼 때, 그렇다면 이 역사적 사실은 과연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난 일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해당되는 아니라는 점을 들고 싶다. 오늘날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읽게 될 법한 <삼국지>라는 소설에서도 이와 비슷한 내용은 손쉽게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후한 말의 혼란스러운 정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삼국지의 첫부분에서는 십상시의 난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십상시는 특히 열 명의 환관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는데, 간신의 대명사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 사례로 기억된다. 이들은 부정부패를 서슴치 않게 저질렀으며 심지어는 국정을 농단하고도 모자라 왕권을 위협할 만큼 정치를 좌지우지 하였다. 한데 이를 간파한 동탁에 의해 십상시로 대표되는 부정 세력을 축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왕위에 오른 소제는 폐위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우리들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천자나 임금이 불가피한 사정으로 옹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정치를 펴는 능력이 부족하던 탓에 정치를 행했던 관리들의 자문을 구하기란 불가피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머니인 태후에 의해서도 섭정을 행할 수 있는 자문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문은 자칫, 신하들이나 외척들로 하여금 권력이 자신들에게 넘어오게 됨을 인식함으로써 특정 세력에게 왕권을 능가할 수 있는 권력이 몰리게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이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삼국시대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전반적인 역사에서는 보편적으로, 시대의 급변하는 요인들 중 하나로 환관과 외척, 그리고 신권에 의해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을 성싶다. 결국 이런 중국의 역사적 급변을 수양대군, 그러니까 세조 임금 또한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조선은 중국, 즉 명나라에 대해 조공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안에서는 조선이 독자적인 국가체제로 소위 '소중화주의'를 내세움으로써 대내외적으로 국가를 통치하는데 가장 원만한 정치를 다스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수양대군은 단종의 즉위를 하였음을 알리기 위해 명나라에 사은사로 들어간 일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예를 토대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중국에서도 특정한 척신들에 의해서 왕이 폐위되기도 하고 나라 자체가 망하는 정치적인 사실을 눈치 챘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앞서 말한 조선의 대외적인 정책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지기 위해서, 임금인 조카가 영민함에도 불구하고 연륜이라는 이유를 들어 임금으로 하여금 왕위를 물려주기를 바랐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세종의 자제이기도 했던 그는 조선 왕실에서 임금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명분의 하나로 적장승계로의 원칙을 중요시하는 아버지의 고집에 대한 많은 환멸을 받았을 것이고, 이로 인해 형인 문종이 아버지인 세종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양대군의 견해와는 다르게, 아버지 세종은 왕비인 소헌왕후 심씨와의 슬하에 십여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이 자녀들에게 보다 공평하게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이나 각 부문에 대한 학식을 파악하여 그에 걸맞은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종용하였다. 그만큼 자식들 가운데 세자인 향(문종)만을 특별히 아꼈다는 관점은 큰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므로 수양대군은 가족에 대한 단순하고도 사소한 견해에서가 아닌 정치적으로 어린 나이인 왕이 왕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졸지에 대국인 명나라의 간섭을 받을 수 있는 위험부담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수양대군은 불가피하게 조카의 뒤를 이어 왕위를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다시금 해볼 수 있게 한다. 제102차 소과 훈련원시 시권 (삼등 제1인, 개국627년 03월 06일) 훈련원시 시제 :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농성 전투의 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답안 내용 : 남한산성 전투의 패인은 크게 세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첫째, 외국의 정세에 어두운 조선 조정의 사정이다. 조선은 개국 초부터 골치를 앓았던 왜구와 여진족들의 침입으로 말미암아 국토가 피폐함을 경험해왔다. 때문에 세종 조에 이르러 왜구의 소굴이나 다름없는 대마도를 정벌함으로써 외부의 침입을 막아내었고, 그 결실로 계해약조를 체결하여 왜국과 교통할 수 있는 기지인 왜관을 만듦으로써 외세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어막 구실을 해왔다. 또한 북방에는 여진족들이 침범하여 무수한 백성들이 희생되어 죽임을 당하거나 노비로 끌려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심지어는 백성들의 재산까지 약탈해감으로써 막대한 피해가 생김에 따라 김종서 등의 관리들에게 명하여 여진족들을 토벌하고 4군 6진을 설치함으로써 북방의 국방을 튼튼히 하였다. 하지만 이뿐. 이후 백여 년 동안 태평성대를 구가해온 까닭에 무(武)보다는 문(文)에 치중하여 오히려 국방력이 쇠약해진 원인이 따랐다. 때문에 정기적인 군사훈련이 없었고, 오히려 무관들이 매관매직을 일삼아 국방을 키울 기회를 저버리고 있었다. 때문에 왜란을 치르면서 많은 피해를 안긴 우를 범한 것이다. 게다가 조선 내부에서는 소중화 사상이 깊이 깔려 있어, 오직 중국 중심의 외교로만 일임해왔기 때문에 주위의 세계 정세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지 않는 편향된 시각에만 집중하였다. 때문에 결국 갑작스레 왜란이 일어났으나, 조선의 국방이 많이 해이해진 탓에 조정에서는 명나라에 구원병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결국 명나라에게 오히려 멸망의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되었고, 장차에 가서는 호란이라는 전쟁이 발생하는 시발점이 되고야 만 것이다. 둘째, 조선 왕실 내부의 문제가 한몫하고 있다. 조선왕실, 그 중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임금인 선조가 적자가 아닌 서자 출신으로서 왕위에 올랐으나, 사림들 간의 당쟁과 아울러, 후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확고한 왕권을 굳히지 못한 우를 범한 탓이 더 컸다. 때문에 임진왜란이 터지고 나서부터 불가피하게 광해군을 후사로 정해놓고 분조(分朝)로 나누고 선조 자신은 의주로 파천을 떠났다. 하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광해군은 왜란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게 되었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선조가 방계 콤플렉스를 표출함으로써 세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이 때문에 선조는 죽을 때까지 광해군을 불신하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선조가 세상을 떠나자 광해군이 왕위에 올랐으나 명나라는 이미 국운이 쇠해지고 있었고, 여진족들이 후금이라는 나라를 세움으로써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함에 따라 조선에 외교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상황 속에서 중립외교로서 어수선한 조선의 정세에 발맞춰 균형적인 외교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일부 기득권 세력들이 적서의 유별을 구실만을 내세워 광해군을 폐위시킴에 따라 오히려 후금과의 외교 관계는 냉각기에 접어든다. 이후에 후금보다 명나라하고만 외교관계를 유지함에 따라, 후금에게 침략의 빌미를 제공하고 마침내는 이를 구실로 삼아 두 차례 조선에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편향된 외교적 관점이 병자호란을 패하게 만든 요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명나라의 안일한 태도에 주목한다. 명나라는 중후반에 가면 갈수록 관리들의 부정부패와 여러 차례 일어난 민란으로 국력이 쇠해지고 있었다. 심지어는 외세의 침입을 여러 차례 받으면서 국방은 쇠약해져갔고, 기득권 세력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조선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한 상황에 처하였다. 이에 더 나아가 일본으로부터 정명가도라는 구실을 삼아 제 나라로 침입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한술 더 떠 조선으로부터 구원병 요청을 받아들여 조선에 군사를 파견하였다. 하지만 왜란이 끝난 직후에 기세등등하게 성장한 여진족의 기세에 눌려 오히려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 기로에 서 있게 된다. 이 세 가지를 통해서 조선은 주변 나라들의 정세를 자세히 바로 보지 못하고, 오직 소중화 중심으로의 시각으로만 편향되게 대처한 때문에 병자호란이라는 치욕적인 역사 앞에서 무릎을 꿇은 계기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조선 국내의 사정 또한 편치만은 않았다. 왕실 내부의 갈등과 그에 빌붙으려는 주위의 세력들이 서로 싸우는 데에만 급급하여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날 '북미'관계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민국의 정세와 많이 닮아 있음을 깨우치게 하고 있다. 이번 정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제2의 병자호란이 일어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마무리 나는 한두 달 전. 우연히 ‘유튜브’라는 사이트를 통하여, 옛날 드라마 한 편을 본 적이 있다. 그 드라마는 바로 ‘TV문학관’이었으며 이문열의 ‘금시조(金翅鳥)’라는 작품을 각색한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이면서 당대 최고의 서예가라고 손꼽는 ‘고죽’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사람은 암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자기가 그동안에 만든 작품들을 모두 거두어들이도록 하여 모아둔 것을 자기 스스로를 가지고 혹평(酷評)을 가하는 모습에서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스승을 본받지 못하고, 자신의 작품이 우수하다고 하는 망상(妄想)에서 헤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런 자신을 엄하게 대하기 위하여 스승을 보고 무작정 비판만 해대어 제 작품에 대하여 자신에게 자만심을 가졌으니 그 대가는 매우 혹독했으리라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혹평을 가한 주인공은 제자를 시켜 제 작품들을 모두 불에 태워버리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건 자신의 작품이 마치 명품인 것처럼 사람들의 눈을 속인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지금까지 문집으로 정리하여 선보인 작품들은 모두 다 내가 창작욕에 의해, 내 오만에 의해 만들어진 한낱 용두사미(龍頭蛇尾)에 지나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 동안 내 필력에 일취월장이라는 것에 오만한 나머지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창피하게도 내 기교에 치중하여 일관성 없이 된 작품도 있었다. 이에 나는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나는 ‘금시조’라는 소설의 주인공이 제 작품들을 불에 태워 버린 것처럼 나는 습작품(習作品)이나 다름없는 내 작품들을 미약하게나마 문집 형식을 빌려 방대한 분량으로 준비했음을 말해둔다.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내게는 너무나 창피한 작품들이었다. 부끄러움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 작품들을 문집 형식으로 정리하였으니만큼 더는 여한이 없다. 작품들을 애독해준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보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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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德 善安 奉堂
정병욱(鄭炳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리스도 말씀) 
http://www.1392.org/bbs?moim09: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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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