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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대표] <간행> 보덕문집(寶德文集) 36
아이러니의 희생자 경기(驚氣)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 빛을 주기 전에는 킥보드 신주머니 아이러니의 희생자 어느 뉴스에 한강 다리 난간에서 어떤 생쇼를 하였다고 보도가 나올 때. 그 생쇼가 현실이 될 줄 누군가가 알았나. 이것을 아마도 '아이러니'의 희생자라고 하는가보다. 경기(驚氣) 어린 애가 지랄병에 걸렸다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마음의 병을 허물어 버리기도 전에 세상의 온갖 벼락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 어린 것은 싸늘한 송장이 되어 묻힌 것이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진실보다 더 깊이 박힌 진실을. 내가 너희에게 진실하게 베풀면 너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아무리 진실이라고 밝힐지라도 너희들은 제 스스로의 이익에만 맞장구를 쳐댈 뿐. 속으로는 시샘하고 질투하는 앙큼한 창녀의 마음이리라. 내가 너희에게 진실히 베풀면 이 자가 목구멍까지 다다라 나오려던 말을 먼저 도둑질하듯 가로챘다고 강도죄로 고소하고도 모자람이 있으리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과연 나의 이 외롭고 험한 길을 같이 가 줄 수 있는 마음이 있는가. 설령 나의 걸어가는 길에 목적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너희는 나의 뒤를 따르겠는가. 내가 너희에게 진실로 베풀 수 있다면 너희들은 혹여 자기한테 닥쳐온 일 때문에 제 안위에만 걱정하며 두려움에 떨고도 배신을 하지. 은혜를 원수로 갚느냐 네 이놈! 기어이 은혜를 운수로 갚겠느냐. 꿈 속에서 본 나의 부모님 부모님의 모습에 -부모님의 꾸지람에 나는 달리 할말을 잃었다. 아니 입만 벙긋 -금붕어의 입 움직이는 모양으로 벙긋 거릴 뿐이었다. 내가 부모에게서 하해와 같이도 보살핌 받을 것두 한두 번이 아니거늘…… 감히 네가 부모에게 버럭 소리를 치며 대들려고 하느냐 금수들도 제 부모에게 보살핌 받고 있어 그 은혜를 갚으려고 하거늘 -부모에게 보살핌 받는 것을 알거늘 그러나 부모의 꾸지람에도 할 말을 해대건만 그때 뿐. 부모님의 꾸짖는 소리에는 아랑곳없이 울릴 뿐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하느냐아- 빛을 주기 전에는 내가 사랑하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어두움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 어둠을 비추었을 때 그는 내게로 와서 밝은 빛이 되었다 내가 그 어둠을 비추었던 것처럼 나의 이 밝은 빛과 햇빛에 누가 내 빛을 비추어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같이 비추어 주리라 우리들은 모두 빛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빛이 되고 싶다 킥보드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였나. 내가 고무공장 세들었을 즈음이었다. 그때 우연히 길가를 거니는데 골목길 한복판에 킥보드가 놓여 있었더랬다. 그때 킥보드는 내게 있어서 완전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킥보드는 특히 밤이 되면 바퀴에서 반짝거리는 것이 매우 신기할 정도였으니 내게는 더 없이 필요했으리라. 그래서 길 한복판에 놓인 그 킥보드를 '주인 없는' 줄 알고 우리 집에 가져다가 신나게 놀았더랬다. 하지만 몇 달 동안 그러니까 해가 뉘엿뉘엿 저물든 어느날 밤에 나는 어김없이 언덕진 골목길을 신나게 오르내리던 때였다. 그때 우연히 어떤 애가 어머닌지 할머닌지 하는 여자에게 "저거 내거다" 하자 나는 여태까지 '주인이 없다'는 킥보드인 줄 알았는데 졸지에 내가 도둑으로 내몰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킥보드 주인인 여자는 내게 꾸짖거나 나무라진 않았다. 그 어두컴컴한 속에 제 주인을 만난 듯 기뻐하기라도 하듯이 바퀴에 연둣빛을 띠며 굴러가는 것이었다. 신주머니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 아침 공기가 차가울 때였다. 나는 어김없이 학교로 등교하고 있었다. 그런데…… "비켜!" 하며 내 키보다 조그만 놈이 그러기에 냉큼 비켜주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또 "비켜!" 하였다. 그때 또 비켜주었다. 또 "비켜!" 그러자 내가 "내가 비켜주었잖아." 하며 그 애한테 따졌다. 그때 그 아이는 메롱― 하고는 신주머니를 때렸고 나도 덩달아서 신주머니를 때렸다. 헤머를 던지듯이 때려 댄 신주머니…… 그 신주머니가 없는 지금에 와서 새삼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괴물이 되어 버린 냉엄한 세상이 괴롭히고 있는 오늘날의 나도 아마 모르는 사이에 서로 신주머니를 던지고 싸우며 다투던 그 시절로 돌아오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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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德 善安 奉堂
정병욱(鄭炳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리스도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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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