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A교회의 반란―이른바 post-modernism의 도래가 시작된 것이다. 자신들의 시각으로 기존의 틀을 벗어던지기 위한 혁명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초반에 노 장로 편의 전도사들은 “설 목사가 역적이외다!” 하며 야유를 부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설 목사를 감옥에 쳐 넣어야 합니다!” 하며 전도사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담임목사 사모는 그만 눈시울이 붉혀 집 앞에 이르기까지 걸어가야 했다. 이윽고 안방에 신문을 보며 앉은 설 목사를 보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영감―” 흐느끼는 마누라의 목소리를 듣고 목사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오?” 아무런 낌새를 눈치 채지 않고 있다는 듯이 마누라를 바라보았다. “……” 마누라는 그저 말없이 흐느끼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남편의 손을 떠난 교회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신이 더욱 한심하고 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삼십 년 가까이 이곳에 터를 잡으며 일구었던 교회였으니만큼 어쩌면 아쉬운 지도 모른다. 설 목사를 험담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두고 보다 못한 목사의 수하들이 소위 ‘포스트모더니즘’ 반란을 일으킨 장로 일파와 맞서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다툼은 예배나 집회 가릴 것 없이 사사건건 부딪히며 서로의 힘을 과시하였다. “기존의 교회는 타락했으니 이를 타파해야만 합니다.” 하며 선전포고를 해대는 장로 일파가 ‘테러’를 벌이는 건 두말 하면 잔소리였다. 이 싸움은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싸움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노 장로는 궁리해보았다. 그것은 바로 오보(誤報)하는 한이 있어도 설 목사의 이미지를 깎아내려야만 한다는 조작극을 꾸미는 것이었다. 만일 이 일을 꾸미지 않는다면 자신들에게 득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광신한 설 목사가 제 자신의 일신을 위해 재산을 착복(着服)한다.” 는 식의 소문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고 했던가. 소문은 교회 전체뿐만이 아니라, 지역 전체에서도 흉흉히 나돌게 되었다. 순간 설 목사가 미치광이로 치부되어버렸다. 마침내 보다 못한 마누라가 직접 수습에 나서서 노 장로 일파를 성직(聖職)에서 파문(破門)토록 하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구실로 내세운 혁명은 1년이 되어갈 즈음. 그 불길이 사그라졌다.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덕분에 노 장로와 그 일파는 인근 지역에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교회를 세웠다. 이때 소식을 접한 설 목사는 노 장로 일파의 잔당(殘黨)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품기 시작하여, 잔당들을 잡기 위해 자신의 교회 안에 구석구석 찾아다니기 시작하였다. 벌집 쑤시듯 싸다니는 담임목사의 갑작스런 태도에 신도들은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들은 목사를 ‘미친 목사’라고 보기 시작하였다. 점차적으로 그는 ‘하나님’을 지나칠 정도로 찾기 시작하였고 그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모두 다 노 장로의 ‘하수인(下手人)’처럼 보였다. ‘이것들을 없애지 않으면 우리 교회는 망할 거야.’ 노 장로에 대한 ‘노이로제’는 마침내 피해망상(被害妄想)에 접어들게 하였으니 가엾은 어린 양이 널따란 광야에 외로이 놓인 채 서성이는 모습과도 같았다. 매번 예배를 드릴 때마다 사사건건 하나님을 믿듯 자신만을 믿으면 만사형통(萬事亨通)하다며 무조건적으로 복종을 강요했다. 만일 이에 여의치 않으면 내가 하나님의 ‘진짜’ 아들이다 하며 공연히 내가 하나님의 적자(嫡子)니라 하며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하다못해 “나는 메시아니라!” 하며 소리치는 목사의 광기어린 태도에 교회에 있는 신도들은 큰 환멸에 사로잡혀있었다. “시몬아 너는 아느냐!” 목소리도 점차 광기에 다다랐다. 그러니 자연히 신도들은 점차 하나 둘 떠나갔다. 이에 동네주민들은 수군수군해댔다. 광인인 목사를 어떻게 믿느냐며 동네 인심이 흉흉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때 설 목사의 교회에서 내쫓긴 노 장로(아니 노 목사)로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설 목사도 자신의 직분을 구실로 노 장로가 휘둘러 놓은 장애인 시설장에 손을 대어 장로와 같은 방법으로 장애인들의 노동을 착취하였다. 시설장의 직원들은 모두들 울분을 토하듯 하소연을 해댔으나 설 목사는 이를 묵살하기 부지기수였다. 노 목사의 곁을 항상 지켜온 전도사 강 모는 노 목사의 교회에서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어 교회를 나와 광기에 어린 설 목사네 교회로 흘러 들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일요일 오전예배 때였다. 설 목사는 여느 때랑 다름없이 광기어린 눈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아, 하나님, 하나님의 아들인 제가 이 가엾은 어린 양들에게……” 울분을 토하듯 하는 목사의 열변에 앞자리에 앉은 신도들은 아멘 하며 감탄했으나 뒷자리로 가면 갈수록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이때를 이용하여 강 모 전도사는 마침내 미쳐버린 담임목사를 갈아치워 자신이 교회의 주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욕심을 품게 되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직분을 훔치기로 마음을 먹은 그날 밤. 목사의 집을 알아낸 강 모 전도사가 설 목사의 집안에 잠입해 살금살금 기어갔다. 설 목사의 방 앞에 다다른 그는 복면을 한 채 자고 있는 설 목사의 품에 살금살금 기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제 품에 있는 칼을 빼어들었다. 칼은 설 목사의 몸을 내리쳤다. “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설 목사는 칼에 찔려 죽임을 당했다. 그의 얼굴과 몸에는 피가 낭자하였고 갑작스런 봉변에 눈을 뜬 채 운명(殞命)하였다. 하나님의 가엾은 양이 하나님의 곁으로 갔을까? 목사를 죽인 강 모는 제 손으로 죽인 것에 놀란 듯 허둥지둥 달아나며 서둘러 집밖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것은 또 다른 ‘포스트모더니즘’의 시작이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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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포스트모더니즘 제03화
寶德 善安 奉堂
정병욱(鄭炳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리스도 말씀) 
[대표] <공지> 조선문학회 회칙 (627.04.28) 
최준 
강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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