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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여승_女僧
여승 女僧 - 보덕 작 수덕사의 어두움이 사라질 무렵 이른 아침부터 법당에서 예불 드리는 승려들의 구성진 소리에 온 절마당을 에워 싼다.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는 동안 공양주들이 짓든 아침밥을 불자들이 손수 부처님의 인자로웠던 생애를 더듬기라도 하듯이 분주히 밥하는 공양주의 손놀림이 바쁠 법도 하지만 그에 따르는 노동을 인정하듯 예불을 마친 불자들이 아침밥을 먹는 시간이면 절 안의 고요함은 이내 사라진다… 하지만 또 다시 고요함이 찾아올 적이면 여자가 우는 소리가 들리어온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승려의 그 불경 외우는 소리를 듣노라면 눈물로 하염없이 울음을 억누르려고 일말의 고통을 견뎌내야만 한다는 주지승의 말이 귓가에 쟁쟁하게 아스리히 들린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세속에 벗어나지 못한 몸인만큼 그녀에게도 인내는 필요로 하였으리라. 「스님 진지 못드시나요」 늙은 공양주의 한 마디에도 여자의 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도 없이 문을 열던 공양주가 놀라고야 말았다.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스스로 목을 매려 했었나보다. 목을 매고 죽으려고 작정하여 그러했었나 보다고 생각하였나보다. 그러하였으나 몸부림을 쳤나보다. 공양주가 얼른 그녀를 재빨리 줄을 풀으면서 내리고 그 연유를 물어보니 자신이 버린 자식 때문이라 했다. 이 여자는 본래 서울하고도 구파발이란 곳에 살았다하는데 그녀가 집을 나온 곳이 그 근방에선 둘째 가는 갑부였다고 한다. 한데 그 집안에 어떤 우환이 서려 있던 탓에 여태까지 벌인 사업이 한 순간에 망한 까닭도 있고 집안에 형제들 다투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져 종국에는 이 사람 남편마저도 오히려 정신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걸핏하면 이상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는 그녀를 미개한 짐승으로 만들었고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련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아이를 낳는 도구로 쓰이는 데에 쓰여졌다는 그 말에 세상에…… 공양주는 그 이외의 할 말이 없었다. 워낙에 세대가 차이난 부분도 무시할 수 밖에 없었던 데다가 또 공양주 스스로가 겪어보지도, 아니 얼토당토 하지 않는 도덕에 큰 타격이 컸으리라. 이를 보던 공양주도 말 많고 탈 많은 것이 가득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이 사람에게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뿐이라고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후 여자는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통에 남편과 이혼한 채 태어난 지 며칠이 된 딸아이를 버린 채 친정으로 갔지만 친정의 냉대를 면할 수 없기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이곳 절에 이르렀다. 주지승은 처음에 그런 그녀를 탐탁치 않은 모양인지 다소 냉소한 분위기를 자아내곤 하였다. 하지만 그런 일이 도리어 그녀 자신에게 수치심을 자아내게 하였고 심지어는 이때문에 절을 떠나겠다고 마음먹기까지 하였었다. 하여 스스로 목을 매단 것이라했다. 이때 스님이 모습을 드러내니 그녀 자신을 찾는다는 주지스님의 명령이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주지스님을 맞이하자 스님이 말하였다. 「나는 보살께서 목을 매달아 돌아가실 뻔했다는 것을 알았었소」 여자는 놀라는 기색인 채 스님을 바라본다. 스님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띠어 불안에 떨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인자한 부처님처럼 대하는 스님을 보는 순간 여자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려고 하니 가슴이 뜨끔하였다. 그랬다. 그녀는 신성한 절간 안에서 목을 매어 죽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생에 진 업보(業報)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인생사인데 그 인생사를 부정한 자신이 오히려 초라하고 미웁기도 했던 거다. 『스님, 이런 제 업보를 어이하면 갚을 수 있을런지요.』 흐느끼는 여자의 울음소리에 스님은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머리를 깎아 세상과의 연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오.』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비구(比丘)의 몸으로 산다는 것이 된다. 그 비구의 몸으로 어떻게 세상사를 끊는단 말인가. 스님의 거침없는 한마디가 오히려 여자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내는 것 같았다. 결국 흐느껴 우는 것 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녀의 울부짖음은 해가 가고 달이 가도 그칠줄 몰랐다. 어떤 때는 실성한 사람처럼 세속에서나 부르는 유행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인적 없는 수덕사에 밤이 깊으면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노래는 구성지면서도 청아하였다. 이 유행가를 듣던 공양주와 주위의 아낙네들은 하나같이들 신기한 눈초리로 그녀의 부르는 가락을 듣고 있는 것이었다. 그 가락들을 듣고 있노라니 불쌍한 생각도 들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목청으로 가수가 되면 좀 좋을꼬. 하며 중얼거리는 목소리도 가끔 들린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지승은 여자를 불러들였다. 『어찌하여 그런 저속한 노래를 부르시오?』 『마음이 허전해서 그럽니다.』 『허전하다니?』 의아해하는 모양으로 주지승이 여자를 바라보았다. 흐느끼는 모양은 아니었으나 너무 많이 울었던 나머지 두 눈이 뻘개진 채로 우는 사연을 스님은 좀체 모르는 것이었다. 『무슨 번민이라도 있으신 게요?』 라고 물어볼라치면 아니라고 고개를 내젓고, 다른 이야기를 물어보아도 그녀는 묵묵부답이었다. 초반에 비구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공을 들였었는데, 아직도 세속과의 연을 끊지 못한 것을 우려한 스님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그녀를 찾아나섰다. 『비구가 되는 게 싫소?』 스님의 물음에 여자는 끄덕이지는 않았다. 『한데 왜?』 『……』 아무런 대답이 없는 그녀를 비록 답답하지만 묵묵히 시간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예불을 드릴 시간이라고 하소를 하는 어린 스님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그녀의 속마음을 더듬어보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필시 번민이 있을 것이다. 번민이 없지 않고서야 어찌 실성을 하지 않았겠나. 『제 아이가 보고 싶습니다. 제가 머리를 깎기 전에는 딸을 보아야만 합니다.』 그제야 스님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가 진심으로 번민한 것이 바로 제가 배아파서 낳은 딸을 두고 한 것이라는 점을. 스님은 그러나 딸아이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렇지만 무슨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불안하였다. 일전에 여자와 같이 온 그 친구라는 사람을 우선 찾아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해서 상좌에게 그 사람을 찾을 것을 청해서 이 동네 저 동네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그 친구의 행방을 알아내보았다. 그러나 그 친구는 이미 마을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올 뿐이었다. 여자의 딸을 찾아서 이리저리 수소문(搜所聞)을 해보고 애원도 해보았으나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으니 여자의 그 답답한 속내를 참지 못한 주지승이 하루빨리 머리를 깎아 비구의 몸으로 살아야 한다고 윽박을 질러대었다. 『으음― 떠나가네 내님실은 연락선이―』 구성진 노래를 흥얼거리며 딸이 오기를 매양 기다리고 하였으나 끝끝내 오지를 않았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딸아이를 그토록 찾는 게냐?』 그러자 여자는 말했다. 『저는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서도 오직 딸아이만을 바라보며 살아왔습니다. 한데 그 딸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무어라고 형언을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달리 방도가 없고 하니 제가 직접 나서야 되겠다고 생각되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여자는 이상한 헛소리를 해대며 딸아이를 찾는 것이다. 『눈에 밟힌가 보구나. 하물며 짐승들도 마찬가지거늘.』 주지승은 비록 엄했으나 그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달리 훈계를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보살님. 이제 세속과의 연을 끊어야 하오. 딸아이는 언젠가 부처님의 보호를 받을 것이니 보살님도 딸아이를 부처님께 바치는 심정으로 기도를 드리시오.』 그러나 여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여자에게는 병이 되었나보다. 불안과 초조로 만연한 여자의 얼굴에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 같았다. 『보살님이 부처님께 딸아이의 생각을 바쳐야만이 속병을 편안케 하는 것이오.』 거듭 설득한 끝에 여자는 받아들였다. 여승의 길은 그렇게 험했다. 이튿날. 여자는 백일 동안을 딸아이에게 기도를 드리고 나서야 비로소 여승이 되었다. 법명은 황숙(荒淑)이라 하였다. 거친 곳에서 맑게 자라라는 뜻이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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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德 善安 奉堂
정병욱(鄭炳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리스도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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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