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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석호
작성일 개국620(2011)년 5월 26일 (목) 19:57  [술시(戌時):초경(初更)]
문서분류 빈빈루
ㆍ추천: 0  ㆍ열람: 42      
[무사] 너무 기뻐요
거의 한달 동안 찾아 왔던 책을 도서관에서 다시 발견했습니다. 이미 제가 소개했던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입니다. 하하 보면서 적었었는데, 그것을 다시 보니 왠지 좀 불완전하게 적은 것 같아서 또 적으려고 찾았더니 없어서 계속 찾아다녔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게 찾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하하하

기념으로 머리말 부분 적은 것을 올립니다. 너무 좋네요.



"궁금한 게 있다면, 아니 차라투스트라 그에게 호기심이 생긴다면, 당장 차라투스트라를 찾아가 보시라. 그는 언제 누구라도 기쁘게 맞이할 것이다. 책장만 넘기면 언제든 그에게 가는 문이 열린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집트 식 상형문자 때문에 그의 동굴을 찾는 데만 며칠을 허비할 수도 있다. 어떤 날은 그와 의견이 갈려 '저 딴 놈과는 다시는 말하지 않겠다'며 문을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 어떻게 해도 좋다. 며칠을 떨어져서 지내도 좋고 영영 만나지 않아도 좋다. 다만 그 모든 판단을 직접 하시라. 차라투스트라의 동굴을 찾은 이들 중 나귀를 타고 온 자들이 있었는데, 그때 차라투스트라는 화를 내며 말했다. "높이 오르고 싶으면 그대들 자신의 발을 사용하라! 결코 실려서 오르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용기. 이것 하나만은 꼭 주문해 두고 싶다. 이야기를 듣다 기분이 상하면 차라투스트라를 내칠 수도 있다. 하지만 겁을 먹으면 이야기 자체를 들을 수가 없다. 분명히 차라투스트라가 그 옛날 에덴 동산의 뱀처럼 다가와, 신의 모든 말씀이 거짓이라고 말할 것이다. 때로는 우리가 도저히 버릴 수 없을 것 같은 가치와 신념들을 조롱하고, 때로는 그것들을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우리 자신을 비웃기도 할 것이다. 차라투스트라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질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오디세우스처럼 자신을 묶어 줄 우리 시대의 굳건한 돛대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그 부하들처럼 밀랍으로 귀를 막은 채 그저 노만 저을 것인가. 둘 다 아니다. 뛰어들지 않은 채 그저 즐기기만 하는, 행여 끌려 들어갈까 봐 시대의 기둥 하나에 제 몸을 단단히 묶어 두는, 그런 지식인 무리들이 밀랍으로 귀를 막은 자들보다 나을게 무언가.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귀를 열고 위험에 스스로를 내던져야 한다.
니체는 그와 관계 맺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위험이다..그러나 니체는 웃으며 말한다. "그렇다. 우리는 예외적인 사람들이며 위험인물들이다."..그러나 나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정작 두려운 것은 차라투스트라의 노래가 아니라 당신이 계속 듣고 있으면서도 듣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노래이다. 정작 두려운 것은 저 먼 데서 들려오는 유혹의 노래가 아니라, 너무 중독되어 그 중독성조차 모르는 우리 시대의 소음과 습속들이다.."우리 대학의 사상가들은 왜 위험하지 않은지 아는가. 그들의 사상은 평온하게 인습적인 것 속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아마 디오게네스의 말이 어울릴 것이다. '오래 철학을 했으면서도 아직 누구도 슬프게 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떤 위대한 일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니체에 관한 책을 낸 이후로 사람들은 종종 내게 묻는다. 니체를 만나기 위해서 어떤 무장을 해야 하느냐고. 그때 나는 말하곤 한다. 필요한 것은 우선 지금의 무장부터 해제하는 것이라고. 용기 하나만 가지고 가라고. 그리고 그것을 방패로 쓰지 말고 꼭 창으로 써달라고. 부디 당신을 지키려 하지 말고, 당신과 니체를 동시에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전투를 벌여달라고. 언젠가 니체는 자기를 찌르러 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었다.."나의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모든 가치의 전환' 그것뿐이다."
필요한 건 단지 생각을 뒤집는 것, 그것뿐이다. 니체는 전체집합 U를 미지수 X로 바꾸는 데 능숙한 사람이다. 적혀 있던 답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미지수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미지수 X위에서 살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문부호를 들고 찾아온 한 사상가로 인해 우리의 삶이 대단한 위험에 빠진 듯 허둥댄다. 그러나 답이 사라질 때 오답도 함께 사라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정해진 답에 삶을 꿰맞추는 건 끝났다. 이제 우리 삶을 위해 답이 수정될 것이다. 당신의 삶도, 당신이 사는 세계도 말랑말랑한 진흙덩어리로 당신 앞에 놓여 있따. 니체는 그저 기대에 찬 눈으로 당신 작품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책을 내면서 두렵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나이 들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내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떠오르는 독자들의 항의는 전혀 다른 것이다. "당신 머리말 때문에 하마터면 겁 먹을 뻔했잖아. 용기라고? 사실 이런 일로 용기까지 들먹이다니 말야. 난 즐거웠어. 아무래도 당신 머리말은 다시 쓰는 게 좋겠어. 너무 심각해! 니체 사상은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오는 게 아니더라구. 당신도 좀 웃지 그래."


사진
素霓,集中,無邪 진진(陳軫)
자택 계곡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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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석호
620('11)-05-27 20:24
니체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2] 진석호
620('11)-05-28 23:38
그래도 할 일이 많으니 막상 얻어도 착수를 못하네요; 홍홍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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