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종서
작성일 개국609(2000)년 10월 13일 (금) 23:59  [자시(子時):삼경(三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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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사모론 1장
- 사랑하는 이에게 -

이제 그대와 나는 아주 먼길을 가려 합니다.

모든 것들이 새 생명을 갖는 계절에 그대와 나 또한 하나 되는 의식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려 합니다.

그 동안 우리가 걸어왔던 길은 늘 행복한 노래 소리가 들려 오는 천국의 길이었지만, 이제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은 간혹 예기치 않았던 소나기와 물구덩이를 만나 서로 의지하고 도와 가며 천국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길입니다.

그대를 처음 만난 하얀 겨울날, 난 때 이른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한 그루 나무를 심었습니다.

내 가슴 가장 양지 바른 곳에 그대라는 이름의 커피나무를 심었습니다.

혈관을 흐르는 뜨거운 피들이 거름되어 날이 갈수록 주렁주렁 영그는 커피 열매가 사랑이 되고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날마다 바람은 그 가지를 흔들었고, 내 안에 만들어진 불면의 밤은 온통 그대로 채워졌습니다.

사랑의 시작이었습니다.

사랑은 재채기처럼 왔습니다.

아무 준비 없이 아침에 일어나 푸석푸석한 얼굴을 하고 무심코 태양을 바라보는데 사랑은 그 틈을 타고 왔습니다.

그리고는 눈곱이 낀 내 얼굴을 따뜻한 물로 씻겨 주었습니다.

사랑은 나를 멋진 모습으로 만들어 놓고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고 난 후 그대의 손길로 멋진 모습이 되는 것인가 봅니다.

나는 몸에 서른개의 나이테를 힘겹게 그린 끝에야 진정한 사랑을 만났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세상에 살아 있는 이유를 알았고 살아가야 할 이유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살아 있는 것의 행복함을 알았습니다.

사랑이란 진실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의 명백한 증거였습니다.

이제는 내 몸에 나이테가 하나씩 더 동그라미를 칠 때마다 그전처럼 해 놓은 것 없이 시간만 보냈다는 자조 섞인 독백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대와 나눈 사랑과 추억으로 나는 삶의 만석지기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던 내가 그대를 만남으로 해서 없는 것이 없는 내가 되었습니다.

행복은 역시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그대로 인해 파랑새를 찾은 지금 내 마음속에 행복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래도 늘 그대에게 미안한 것은 나만이 만석지기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늘 그대에게 남부럽지 않은 금은보화를 주고 싶은데, 그대를 만나 내가 가진 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것을 주고 싶은데 현실의 난 늘 애 타는 마음뿐입니다.

더 주고 싶어도 줄 것 없는 현실의 빈곤으로 인해 아픈 가슴을 안고 무릎 꿇었던 순간이 수없이도 많았습니다.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스스로 조차도 자신의 변화에 매일매일 감탄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거친 파도에도 침몰하지 않을 자신감으로 꿇었던 무릎을 필 수 있게 했습니다.

멋진 인생을 만들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생겼습니다.

아집과 편견으로 금기시 하던 모든 것들을 향해 가슴을 열었습니다.

한 곳만을 향해 달리던 삶에서 또다른 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엔 온통 아름다운 것뿐이었습니다.

내가 처음 그대를 만난 날, 그대를 내 가슴에 한 그루 커피나무로 심었듯이 이제 나를 그대 가슴에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로 심어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대의 미래에 있을 예기치 않았던 소나기와 물구덩이 앞에 당당히 나를 세우십시오.

주저 없이 내게 달린 많은 잎으로 한 방울의 소나기까지도 가리우고 가지를 늘어뜨려 건널목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대를 지키는 듬직한 한 그루 플라타너스입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울고 웃어야 하는 많은 일, 흘려야 할 눈물이 있다면 내가 갖겠습니다.

지나고 나면 그렇게 슬펐던 일도 가벼이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하는 그대의 슬픔, 훗날에 웃을 수 있는 일이라도 지금엔 알 수 없겠지만 무작정 내게 주십시오.

웃고 만 살아도 힘겨운 세상에 그대가 눈물 흘려야 하는 절망의 시간은 없습니다.

그대를 사랑하므로 해서 그대의 눈물은 이제 내가 갖겠습니다.

그대의 눈물을 가진 나의 웃음은 이제 그대의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듯 나는 하늘이고 그대는 땅이길 원하지 않습니다.

그대가 땅일 때 나는 하늘보다 가까운 땅속 깊이 흐르는 물줄기가 되겠습니다.

그대 깊은 곳에 흘러 그대가 살아가는 생명수가 되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늘 하나일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로 맺어져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어느 날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그대와 손을 맞잡고 극장이건 한적한 공원이건 함께 거닐며 사랑하길 내 진정으로 바랍니다.

젊은 날의 총기는 사라졌을 지언정 그대를 바라보는 내 눈에 열정은 세월을 이겨낼 것입니다.

얼굴에 저승꽃은 필지언정 그대를 바라보는 입가엔 늘 미소꽃을 피우겠습니다.

비록 손발은 차갑겠으나 심장은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저승꽃이 만발한 인생의 종착역에서 그대는 무엇을 가지고 떠나겠습니까? 명예입니까? 돈입니까? 내가 가지고 갈 것은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그대만을 사랑했다는 추억입니다.

훈장처럼 당당하게 보석처럼 소중히 간직하고 떠나겠습니다.

다음 세상에서 또다시 그대를 만나야 한다는 가슴 저린 희망에 부풀어 떠나겠습니다.

내 살아서는 가슴속에 그대를 커피나무를 심었지만, 죽어서는 영혼의 한 자락에 그대를 커피향으로 묻힐 것입니다.

눈감으면 웨딩드레스를 입은 그대의 눈부신 환영이 보입니다.

꽃길을 걸어 내게 오는 그대의 첫걸음이 보입니다.

그대를 그렇게 인생의 반쪽으로 맞이하게 돼서 한없이 기쁜 내가 보입니다.

평생 그대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겠습니다.

내 진정 목숨처럼 그대를 사랑합니다.

한 줌 흙이 되는 날까지 소중한 것은 오직 그대입니다.

이 글은 그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의 아주 작은 티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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