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성자 김광렬 ㆍ작성일 개국615(2006)년 11월 19일 (일) 12:19  [오시(午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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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忠恕] 동탁(삼국지)의 재평가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에 심취하여 유년기를 보내왔고 여전히 삼국지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어린 시절 친구들과 너는 조조, 나는 유비 라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조조는 항상 절대악을 유비는 절대선을 대표합니다. 실상 그 시절 절대악이나 절대선이 있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어차피 난세에서 권력을 잡고 부귀영화를 누려보겠다는 무리들 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적으로 욕을 먹을 이유도 칭찬을 받을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에 조조와 유비에 대한 재평가는 많이 이루어 졌습니다. 반면에 동탁과 같은 삼국지의 주연이 아닌 이들에 대한 평가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제가 감히 동탁이라는 인물에 대한 재평가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감숙성 지역은 진(秦)나라와 그 뒤를 이은 전한(前漢) 시대에는 한족(漢族)의 강력한 힘에 의해 토착민족인 강족(姜族)은 밀려나고 한족들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웅들이 난립하고 반란이 끊이질 않던 후한(後漢) 말기에 이르면 강족은 다시금 감숙성 지역으로 몰려와 한족과 혼거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감숙성에 위치한 민현(岷縣). 과거에 임조(臨洮)라 불리던 곳에서 동탁(董卓)은 태어나고 자라났습니다. 이때가 전한 순제(順帝) 영화 5년(서기 140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동탁은 강족들과 어울려 지내며 그들의 관습이나 사정에 정통하게 되었고 당시 이 지역을 관할하던 양주자사는 병마연(兵馬掾)이라는 벼슬을 주어 동탁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름조차 확실치 않은 이 양주자사는 강족들을 탄합하기 위해 동탁이라는 강족에 정통한 인물을 끌어들임으로써 훗날의 역사에 악명을 떨치게 되는 인물에게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된 것 입니다. 환제(桓帝) 연희 4년(서기 166년) 동탁은 양주자사의 추천을 받아 황제의 친위부대인 우림군(羽林軍)의 장교인 우림랑(羽林郞)이 되었습니다. 우림랑은 우림군을 지휘하는 우림중랑장에 속하는 관리로 지방의 병권을 쥐고있는 병마연과는 천지 차이의 직책이었습니다.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양주 지역에서 강족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조정은 중랑장 장환을 주장으로 동탁을 행군사마로 하여 군을 파병하였습니다. 이곳에서 공을 세운 동탁은 랑중(郞中), 서역무기교위(西域戊己校尉)를 거쳐 하동태수(河東太守)가 되었고 얼마 뒤 병주자사(幷州刺史)로 그야말로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립니다. 병주자사는 병주지역 9개 군을 거느리는 군사와 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이 막중한 자리였습니다. 이 정도 자리까지 뇌물없이 승진할 수 있었다는 것은 동탁이 영 능력이 없는 인물은 아니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간웅은 혼란기에 이름을 떨치는 법. 당시 관동 지방에서는 "푸른 하늘은 이미 죽었고 누런 하늘이 대신해 일어선다. 갑자년이 되면 천하는 크게 길한다.(蒼天已死, 黃天當立. 歲在甲子, 天下大吉)"라는 구호와 함께 황건적의 난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황건적의 토벌을 위해 조정에서는 북중랑장(北中朗郞將) 노식(盧植)을 주장으로 하여 군을 파병하였으나 노식은 환관들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은 이유로 모함을 받아 문책받게 됩니다. 조정은 다시 동탁으로 하여금 노식의 직위를 대신하도록 하였으나 노식을 잃은 토벌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합니다. 이에 조정에서는 다시 동탁을 문책하기로 하였으나 마침 양주지역에서 한수(韓遂)의 반란이 일어나 거기장군(車騎將軍) 황보숭(皇甫嵩)을 토벌대장군으로 삼고 지역 사정에 정통한 동탁을 중랑장으로 임명하여 한수를 공격토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황보숭은 전과를 올리지 못하여 문책당하고 이제 동탁은 뇌물을 써서 파로장군(破虜將軍)으로 승격. 황보숭을 대신한 장온(張溫)이 이끄는 10만 토벌군에 참가합니다. 하지만 장온의 부대 역시 큰 공을 세우지는 못하였고 연전연패하여 사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마침 11월의 하늘을 적시며 커다란 유성이 한수가 진을 치고 있는 진영쪽으로 떨어졌고 이를 호기라고 판단한 동탁은 총공격을 건의, 대승하게 됩니다. 동탁은 황건군과의 전투에서의 죄를 면죄받고 오히려 공로를 인정받아 오향후(鰲鄕候)에 봉해지고, 식읍으로 1000호를 받았으며 몇 만의 군대를 지휘하여 장안의 부근인 부풍(扶風)에 주둔토록 하였습니다. 동탁은 처음으로 자신의 휘하에 수 만의 군대를 거느리는 장군이 되었습니다. 한편 난주 지역으로 물러나 다시금 세를 키운 한수는 3년 뒤 다시 장안을 공격하고 조정은 황보숭을 좌장군으로 동탁을 전장군으로 승진시켜 토벌케 하였으나 동탁은 이 때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당시는 황건적의 난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각 지에서 군벌들이 할거하고 있는 시기였고 중앙에서는 십상시가 뇌물로 매관매직을 하며 제멋대로 굴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군사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손해인지를 동탁은 깨닫고 있었고 토벌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조정은 황보숭으로 하여금 동탁의 군을 거두어 드리도록 하였으나 황보숭마저 협조하지 않아 결국 공이 없는 동탁을 다시 병주목으로 삼았으나 동탁은 임지로 가지 않고 하동군에 주둔하여 때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때는 오래지 않아 동탁을 찾아옵니다. 잘 알려졌듯이 영제 사후 조정은 십상시와 하진 사이의 권력 다툼으로 피로 물들게 됩니다. 이 와중에서 동탁은 황제를 근위한다는 명목을 세워 정예 3천과 함께 낙양으로 진주하습니다. 낙양에 도착한 동탁은 십상시 세력과 하진 세력 모두 자멸한 것을 알게 되었고 도망치던 황제인 소제와 진류왕 유협을 손아귀에 넣고 스스로 사공이 됨으로써 권력을 장악하게 됩니다. 이후 동탁은 황제를 폐위하고 유협을 옹립하여 태위, 상국이 되어 천하를 호령하게 됩니다. 우리는 동탁이 이 시기 무작정 폭정을 휘두른 폭군으로 알고 있지만 실상 동탁은 권력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자 채옹을 조정에 천거하고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경조윤 개훈, 황보숭 등에게 군권을 맡기고 황완, 양표, 왕윤 등의 조정 원로들을 등용하여 중임을 맡깁니다. 뿐만 아니라 노골적으로 자신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던 원소마저 용서하고 발해태수로 삼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적도 용서하는 동탁의 아량은 결국 훗날 파멸을 불러오게 됩니다. 이후 11로 제후들에 의한 반동탁동맹, 장안천도, 동탁의 암살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니 길게 서술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삼국지연의나 많은 사서에서 "동탁은 농서 임조사람으로 황건적의 난 당시 공이 없음에도 뇌물을 써서 출세하여 얻은 병마로 낙양을 장악하였다."고 정리된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서술해 보았습니다. 부디 색안경을 벗고 다시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동탁이나 조조, 유비나 과연 그 걸어온 길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동탁이 전적으로 잘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동탁 집권 당시 천하는 생각보다 안정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동탁이 자신의 탐욕을 조금 억제할 줄 알고 황제를 이용하여 천하를 통일하려는 야망을 가졌다면 아마 지금의 삼국지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동탁의 최악이 잘못은 바로 이 점입니다. 천하를 안정시키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여 권력을 누리려 한 것. 그로 인해 후한 내전 30년을 겪게 만든 것. 어쩌면 동탁은 난세의 영웅이 되기 보다는 난세의 그늘에서 영화를 누리는 것으로 만족하려 했는지도 모릅니다. 개국 615년 11월 19일 충서(忠恕) 김광렬(金廣洌)

http://www.1392.org/bbs?moim07:1231

김철용 615('06)-11-19 12:47	황건적이 아니라 농민군이 맞지 않을까? 아무래도 강압적인 통치에 맞서 일어난 농민들을 반란군으로 무조건 규정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보네.

김현유 615('06)-11-19 15:36	잘 알려지지 않았던 초창기 동탁의 출세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군. 좋은 내용일세^^

서민교 615('06)-11-20 16:09	음.... 그렇군요. 영웅을 만들자면 그에 맞서는 악인이 있어야하니, 만만한 동탁이 희생양이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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