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허준
ㆍ작성일	개국609(2000)년 8월 30일 (수) 00:45 [자시(子時):삼경(三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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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는 다리를 잘리고도 걸을 수 있습니까?

김처선(金處善)은 환관(宦官:내시)이다.

연산군(燕山君)이 혼란하여 항상 궁중에서 스스로 처용무(處容舞)를 추니, 김처선은 집안
식구들에게 이르기를,

"오늘은 내가 필경 죽고 말 것이다."

하고는 들어가 극진히 간하기를,

"늙은 이 종은 네 조정[四朝]을 섬기고 역대(歷代)의 사기(史記)를 대략 읽었사온데,
고금(古今)에 전하처럼 행동한 분은 없었습니다."

하였다. 연산군이 노여움을 이기지 못하여 활을 힘껏 당겨 화살을 쏘아 갈비뼈를 맟추니,
김처선은,

"조정의 대신들도 죽이기를 꺼리지 않으시는데, 저 같은 늙은 환관이야 어찌 죽음을
아까워하겠습니까? 다만 임금님께서 오랫동안 왕 노릇을 하시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하니, 왕은 앞으로 나아가 그의 다리를 자르고 일어나 걸으라 하였다.
김처선이 우러러보며 아뢰기를,

"전하께서는 다리를 잘리고도 걸을 수 있습니까?"

하니, 연산군은 또 다시 그의 혀를 자르고 친히 배를 갈라 창자를 꺼내어 흩었는데,
그는 숨을 거둘 때까지 간하는 말을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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