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지역
작성자 고무열
작성일 개국626(2017)년 2월 21일 (화) 20:56  [술시(戌時):초경(初更)]
ㆍ추천: 1  ㆍ열람: 423      
[경모] <시론> 문답무용
<본래 경어가 기본이나, 편의상 경어와 존칭을 생략하고 쓰겠습니다.>

문답무용이란 본래 검사들의 것이다. 칼을 마주하면 묻고 답하는 것이 매양 헛일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굳셈은 여러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개 검사들의 문답이란 겨루는 합에 달려있고, 날카롭게 베어 묻는 칼 한 자락에 태산같이 굳게 막는 자락으로 답할 뿐이다. 문답무용은 이렇게 하나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된다. 한 폭의 그림에도 특별한 물음과 대답이 없이 느낌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요즈음의 시국에는 무사도가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문답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묻는 말과 단정히 물리치는 말 뿐이라, 재를 덮어 끈 화로같이 타오르지 않는다. 종국에는 서로 넓적다리를 긁으며 헛헛한 마음을 달랠 뿐이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했던가? 문답을 치열하게 나누어야 할 자리에는 공허함이 감돌고, 굳게 닫힌 편전의 문은 창살을 떠올리게 한다. 사냥 중에 심하게 상처받은 범이 깊은 굴에 들어가 바깥을 마주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상소와 차자를 유중불하에 부치며, 정원에 쌓이는 하소연의 글은 장안의 성벽을 이룰 듯하다.

무엇이든 선도하는 자의 위치는 그만한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하물며 상속자도 그러할진대, 주인이야 오죽하랴! 천하에 가득 찬 달빛의 주인이라 자부한 임금은 평생을 그 무게에 눌려 살았고, 현무문에서 형제를 베고 쟁취한 관의 무게에 눌린 황제의 이야기 역시 다른 바가 아니다. 범이 제 상처 핥기를 마치면 다시 산으로 들로 나가는 것은 그가 고양이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사진
말소(차단)자 璟謨[경모] 고무열(高武悅)
자택 자택 민주당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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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연재
626('17)-02-22 07:42
서정적으로 잘 표현하신 구석이 많네요. 저도 흔히 외교적으로 쓰는 말투로 유감인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할 수 있는 안에서 소통을 꾀해보는게 지금으로서는 재야에서 최선인듯 싶습니다.
고무열 네. 그렇더군요. 2/22 21:41
[2] 정예림
626('17)-02-22 09:56
정예림님이 이 게시물을 좋아합니다.
고무열 1따봉 감사합니다. 2/22 21:41
사진
[3] 이운
626('17)-02-23 09:14
이운님이 이 게시물을 추천합니다.
고무열 1추천 감사합니다. 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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