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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긍
[石仙] 시국에 대한 사견입니다.
현재 중앙 관청에서 올라오는 계목, 계본을 제외한 관원들이 올리는 차자, 백성의 상소에 대해서는 비답이 일체 내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시행이 중단되어 신입 백성이 자력으로 관직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습니다. 이런 답답함에 사조 종합 안내문를 가지고도 트집을 잡으며 약간의 불만을 표출하여 봤지만, 그런다고 답답함이 해소되진 않았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분명히 전통적인 성학군주의 도리에서 보더라도 정도(正道)를 벗어난 행보를 보이고 계십니다. 그렇지만 백번 양보하여, 지금은 성리학의 시대가 아니니 과거 시행이나 상소문에 대한 비답이 반드시 임금의 의무인 것은 아니라고 해봅시다. 사조는 '왕정국가'이니 '왕명'이 일단 내려지면 그 효력이 절대적입니다. 전하께서 지난 188차 윤대에서 전교하시길, "승정원은 별명(別命)이 있을 때까지 모든 상소, 차자를 승정원에 보관해 두도록 하라." 그리고 지난 2월 24일 병조의 계목에 대하여 비답하시길, "별명(別命)이 있을 때까지 과거 시행을 보류한다." 현재 상소나 차자에 대해 비답을 내리시지 않으시고, 과거를 중단하여 재개하지 않으시는 점 모두 왕명에 따라 지속적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라 해석이 가능하므로 명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하들은 어디서 명분을 찾아야 하겠습니까? 상소에서 과격한 언사로 어심을 자극하는 방법은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주상 전하께서도 사람이신데 희노애락이 없으시겠습니까? 그러니 감정을 건드리는 과격한 언사는 도움이 안 됩니다. 주상 전하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주상 전하 자신 뿐입니다. 전하께서 스스로 내리신 전교에 상충되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그 때에는 명분을 잃으시는 것입니다. 작난 2월 12일에 당시 동부승지였던 임상유님에게 하교하시길, "최근 들어서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과인이 국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 못한 탓에 조정에 난맥이 적지 않다. 조정에 관원이 넉넉하지 않으나, 오히려 이처럼 인원이 적을 때 통섭(統攝)하기가 보다 수월하다는 측면이 있으니, 의정부 혹은 비변사 가동에 관한 의견을 빈청에서 수렴토록 하라." 그리고 이어진 188차 윤대에서 하교하시길, "본조(本朝)의 정체(政體)를 버리면 본조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이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성리학적 사회질서 체계에 기초한 군주제를 간직하고 있으며, 부족한 능력이지만 조정 안팎의 많은 제도를 가능하면 전통의 법령, 전례, 역사적 사실 등에 바탕을 두어 예전 조종조의 체제에 가깝게 재현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창국 초기 시절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조정과 민간이 활기차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지만 약 1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어찌 보면 현대의 시대가 더 이상 본조의 정치 체제나 이상 구현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왕조(王朝)가 머물러 있는 환경이 민국(民國)이기 때문이다. 과인과 같은 불민하고 아둔한 인사가 왕위에 올라 국사를 책임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본조의 국체를 생각할 때, 스스로 자격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선양(禪讓)하거나 스스로 폐위할 수도 없다. 과인의 나이가 어느덧 69세에 이르렀으므로 설령 약간의 의지가 있다고 해도 더 이상 종전처럼 자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창국의 뜻과 창국 이래 본조의 역사를 감안할 때, 무작정 조정을 닫아 궁궐과 관청에 풀이 자라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는 일이다. 하여 명한다. 최소한의 재가 사무와 관직 업무을 유지하는 상태로 조정 체제를 크게 개편하려 하니, 이에 관해 의견을 말해 보도록 하라. 의정부, 비변사 논의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되겠다. 수장 이외에 관원들도 할 말이 있거든 나와 계하라." 이렇게 하여 여러 논의를 거쳐 지금의 비변사가 구축되었고, 전하의 재가를 받아 '비변사운영절목'이 제정되었습니다. 비변사운영절목 제5조 [비변사 사무의 범위] 3항에 따르면, 다음 사무는 비변사에서 정하여 어전에 제청(提請)한다. * 관리 또는 백성의 포상 : 훈포장 수여 및 추서, 승진과 승품, 근무일수 가산, 금전 등 * 관리 또는 백성의 징계 : 파직, 면직, 근무일수 감산, 형옥, 벌금 등 * 대과 및 소과 시행 * 법령(法令) 제정 및 개정 * 사면(赦免) 및 감형(減刑) * 관청 예산(금전) 지급 및 회수 (행사용 포함) * 소과 미입격자에 대한 대과 직부 추천 * 국방, 외교에 관한 사안 위와 같이 명시 되어 있습니다. 이 중에서 '법령(法令) 제정 및 개정'에 주목하였습니다. 비변사에 민원을 넣을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비변사로 하여금 전하께 공식적으로 '계청'을 올리도록 한 가지 아이디어를 건의해보려고 합니다. 비변사를 거쳐 정식으로 건의된 계청마저도 무시를 하시면 작년 2월에 조정 개편과 비변사 복설에 대하여 내리신 전교가 진심이 아닌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시는 것입니다. 제가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 입니다. 첫째, 비변사를 거쳐 올라가는 계청에는 과연 비답을 내리실까? 둘째, 작년 2월 윤대에서 이례적으로 어심을 밖으로 표현하시며 장문으로 내리신 전교는 진심이신가? 희망을 보게 될지 다시 좌절과 절망을 안게 될지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전자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랍니다만, 후자의 결과가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저 명분 싸움에서는 그 어른을 이겼다고 정신 승리로 삼아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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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선(石仙)
서긍(徐肯)
콘텐츠 부자 
http://www.1392.org/bbs?land85: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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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kin_board/a_standard/b_img/face/ic5.gif "[1]")
김관 626('17)-08-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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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을 오랜기간 해본 한 사람으로서 제 사견으로는 전하께서 아끼시는 봉조하님의 진언조차 거르시는데, 비국의 의견이 중요할까 싶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비국은 현재 전하께서 내세우신 저정의 비상기구이나,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비단 이것이 전하께서 언로를 막으시고, 과거를 중단한 것에 국한된 것일까요?..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조정에서 오래활동만한 능력없는 이의 사견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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