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박세당
ㆍ작성일	개국627(2018)년 6월 18일 (월) 18:20 [유시(酉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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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계] 다시 시작

안녕하세요? 박세당입니다.

지난 3월 말, 새벽에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제가 사는 천안과 주변 지역에서는 잦은 오진으로 소문난 병원이었지만 대학병원보다는 가까워 어쩔 수 없이 복통이 너무 심해 갔는데, 장염이라길래 며칠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장염은 많이 걸려봐서 알지만 장염과는 아픈 느낌도 다르고 하루이틀만 지나면 괜찮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하루가 지나도 증세에 호전이 없고 심해질 뿐이었습니다. 의사는 그럴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뭘 삼키기만 하면 토해버리는데 약을 먹도록 노력을 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대학병원이라 그런지 바로 CT 촬영할 준비를 하고 여러 과 협진을 받아 여러 의사선생님들이 심각하게 상의를 하시더니 맹장, 장폐색 둘 중에 하나인 거 같다고 일단 개복을 해서 상태를 파악하고 수술하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수술을 받았고 맥켈게실에 의한 장폐색으로 장이 꼬여 썩어있었다는군요. 맥켈게실은 장에 달린 혹 같은 것인데, 전체 인구의 2%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고, 그 2%도 살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맥켈게실에 의한 장폐색은 국내에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하네요.

수술을 잘 받고 나와서 일반 병실에서 1주일 정도 지켜보기로 했는데 수술 다음날 이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지럼증이 있었고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해 혈압을 재 달라고 간호사실에 수차례 요청했으나 기다리라는 말을 6시간 동안 반복했고 6시간이 지나서야 온 간호사는 혈압이 측정 자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자 그제서야 의사에게 이야기하고 저는 중환자실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패혈증으로 인한 쇼크였고, 장이 썩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온 세균들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패혈증이 생긴 것 같다고 했습니다.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3일째 되는 날까지 저는 의식이 없다고 했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재수술을 했답니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았는데 다시 개복해야 했기 때문에 상처를 다시 찢어야만 했습니다.

재수술 이후 저는 폐에 찬 물을 빼내는 관, 복수를 빼내는 관, 위의 음식물을 빼내는 비위관, 인공호흡기, 소변줄 등 10개가 넘는 관을 몸에 가지고 있어야 했고 몸 안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인공호흡기는 재수술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뺐지만 후유증으로 3일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말을 할 수 없었고 몸이 많이 아파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패혈증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병이 심해지면서 DIC라고 불리는, 혈액이 몸 속에서 응고되어 비정상적으로 지혈이 되지 않고, 혈전이 장기를 침범하여 장기를 손상시키는 합병증이 생겨 신장이 손상돼 급성 신부전증까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증세가 너무 심해 의사 선생님들이 혈액암을 의심하기도 했답니다. 과는 일반외과에 속해 있었지만 상태가 심각해 감염내과, 병리과, 비뇨기과, 심장내과, 신장내과, 영상의학과, 종양혈액내과, 흉부외과 등 여러 과의 협진을 받아야 했습니다.

신장 기능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몸 속의 노폐물이 빠져나오지 못해 몸은 날로 붓게 되었고 혈액투석을 일주일 내내 해야 했습니다. 패혈증을 치료할 항생제 30여 가지 중 제 몸에 반응하는 항생제를 찾아야 해 균배양검사를 했는데, 30여 가지 중 단 하나만이 반응하여 그 항생제를 쓰게 되었습니다.

항생제 효과가 좋았는지 염증수치는 조금씩 떨어졌고 신장도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금식 끝에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보름 넘게 금식한 끝에 먹는 식사는 신부전식이라 맛은 없었지만 그래도 반가웠습니다. 식사를 하니 몸에 좀 기운이 나는지 점점 호전 속도가 빨라졌고 마침내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는 것 자체는 감염에 안전해 좋지만, 24시간 내내 불을 켜 놓고, 사방에 신음 소리가 나기 때문에 제가 16일 동안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전혀 잘 수 없었고, 하루에 3~4명씩 죽어나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몸도 아픈 상태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하루에 30분씩 2번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았고, 중환자실에서 나왔을 때는 정말 큰 기쁨을 얻었습니다.

일반 병실로 나와 하나하나 몸에 달려있던 관들을 빼내고 맞고 있던 수액들을 줄여나가면서 제 몸은 점점 더 좋아졌고 입원 30일 정도만에 완치되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간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어야 했기 때문에 몸의 근육이 다 빠지고 관절도 쉽게 움직일 수 없어 누워있는 상태에서 일어나지도 몸을 뒤척이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재활의학과로 옮겨 재활훈련을 다시 한 달간 받고 일상생활에 지장은 있지만 그래도 양호한 상태가 되어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죽다 살아난 게 어떤 건지 몸소 느끼며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집에서 2주 정도 쉬다가 학교도 6월 1일부터 다시 다니기로 하고 있었는데 학교 가기 바로 전날이었던 5월 31일 밤, 다시 복통이 찾아왔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응급실을 찾아 장유착 진단을 받았습니다. 개복수술의 후유증으로 장이 유착된 것이라고 하네요. 3번째 수술을 받고 이번에는 다른 증상 없이 잘 회복되어 1주일 만에 퇴원했으나 3번이나 같은 자리를 수술한지라 영 기운을 차리기 어렵습니다.

지금 집에서 쉬고 있지만 학교를 너무 오래 결석해 유예처리가 되어 검정고시를 보던지, 내년에 다시 학교를 다니던지 해야 되는데 상상치도 못했던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앞으로 다시 장유착이 올 확률이 높아 하루하루가 불안한 마음이네요.

그렇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예전의 저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고등학교도 가야 되고, 대학교도 가야 되고 제 꿈을 이뤄야 하는데 언제까지고 이렇게 무력하게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다시 장유착이 오더라도 그냥 팔자려니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관직신청을 했습니다. 다시 사조에서도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두서 없이 쓴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愚松 박세당(朴世堂)
		忠孝淸德崇祖敦族
		자택 천졸헌 방문

http://www.1392.org/bbs?land84:9144

박찬

627('18)-06-18 19:17

정말 큰병이었던것 같은데 그래도 호전이 되어서 다행입니다.
몸관리도 잘하시고 병원도... 잘 골라서 다녀주시고..
아무튼 건강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박세당	감사합니다. 병원 잘 골라 가는 것도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큰 병원 갔으면 장이 썩지 않아 패혈증이 오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06/18 22:01

정제두

627('18)-06-18 20:14

멘탈적으로 굉장히 힘드셨을 텐데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병이 찾아왔을 때는 긍정적인 생각과 바른 생활습관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박세당	감사합니다.	06/18 22:02

홍봉한 627('18)-06-18 23:27		아이고 병치레 때문에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래도 많이 쾌차하였다니 다행이네요. 몸관리 잘 하세요!

방인하 627('18)-06-19 15:55		큰 일 겪으셨네요. 쾌차하셔서 다행입니다.

김시습 627('18)-06-20 00:53		치료가 잘되었다니 다행입니다. 빠른 시간 안에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길 기원합니다.

곽달호 627('18)-06-20 16:49		쾌유를 빕니다! 관직 생활도 즐겁게 잘 하시길 빕니다. :)

정병욱 627('18)-06-21 01:33		큰일을 치르셨다니. 가슴 아픕니다. 건강이 제일이니 아조 생활을 조금씩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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