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최유경
ㆍ작성일	개국628(2019)년 11월 3일 (일) 21:30 [해시(亥時):이경(二更)]

ㆍ추천: 0 ㆍ열람: 125

[佳山] 책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를 읽었습니다.

2017년 8월 15일 발행/ 마스카와 도시히데 著/ 김범수 譯/ 도서출판 동아시아 出

저자는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입니다.
누구보다 과학의 효용성과 위력에 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유년시절 태평양전쟁을 겪었으며
고향 나고야에 폭탄이 투하돼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경험도 있습니다.
또 그의 스승은 그에게 '과학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류를 사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저자는 이런 복합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 과학이 반드시 공익적으로만 쓰이지 않고,
설사 최초 목적은 공익적이었을지라도 인간과 문명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늘 경계하게 됐습니다.
그가 노벨상 시상식에서 어릴 적 겪은 전쟁의 기억과 공포를 전하며
평화에 대한 신념과 평화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과학이 인간과 문명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는 건
'연구의 분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점입니다.
과학이 갈수록 전문·분업화되고, 학계 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게 되면서
과학자는 자기 연구의 전체 모습을 살피기 어렵게 됐다고 말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과학자 스스로 자신의 연구가 끼칠 파장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치 노동자가 분업을 통해 자신이 참여하는 생산과정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고
기계적으로 단순 작업만 반복함으로써 종래엔 사회적으로 소외된다는 설명과 일맥상통합니다.

전쟁의 참상을 목도했고 과학은 전쟁을 위해 동원돼선 안 된다는 신념을 견지한 덕에
저자는 일본 아베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등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헌법 개정 시도에 대해선 "아베 정권이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할 정도입니다.
동시에 그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에 대해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직접적으로 원자폭탄의 피해를 입었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저자는 "원전산업은 상업적 채산성을 맞추려고 안전에 관한 판단의 문턱을 낮춰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원자력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이미 지어진 원전과 개발된 핵무기 대해서 안전을 담보할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1997년 제작된, 맷 데이먼 주연의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영화엔 맷 데이먼이 수학의 천재성을 인정받아 미국 국가 안보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 장면이 나옵니다.
국가 안보기관의 면접관은 맷 데이먼에게 이곳에서 일하면 최신 기술을 다루고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극비 기술들을 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맷 데이먼은 거기서 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만약 자신이 아무도 풀지 못한 암호를 해독한다면 그건 자신의 본분을 다한 것이겠지만,
그 암호가 북아프리카나 중동의 반군 소재였다면 미군은 반군이 있는 마을에 폭격하게 될 테고
자신이 암호를 풀 때는 얼굴조차 몰랐던 1500명의 주민이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그곳의 치안을 유지하겠다며 군인을 보내겠지만
어차피 총알받이를 위해 빈민층 자식들이 파견될 뿐이다.
또 군인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보면 국내에 있어야 할 기업은 그들이 싸운 외국으로 이전했을 것이고,
뒤늦게서야 자신이 외국까지 가서 싸운 이유가 정부의 기름값 흥정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석유회사들은 그걸 이유로 국내 기름값을 올리고 이익을 챙길 것이다.'

영화 속 맷 데이먼의 대사가 다소 과장된 줄거리였음을 고려하더라도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
개국 628년 11월 3일
佳山崔有慶



		佳山 최유경(崔有慶)
		博學而篤志切問而近思仁在其中矣
		자택 방문

http://www.1392.org/bbs?land71:16283

장지용

628('19)-11-04 18:36

여담으로 중화민국, 즉 대만이 원자력발전소 폐기 법령의 시효를 2025년이다라는 내용을 지운 것 밖에 안 되는 일을 원전 포기 정책을 철회한것인 양 호들갑 떠는 국내 우익세력의 원자력 커넥션도 문제라고 하겠네요. 대만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다보니 후쿠시마 같은 일이 시즌 2가 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