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최유경
ㆍ작성일	개국628(2019)년 9월 17일 (화) 00:09 [자시(子時):삼경(三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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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山] 책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을 읽었습니다.

2018년 11월 12일 발행/ 박구용 著/ 메디치미디어 出

이 책은 민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를 의미하는 '문파' 또는 '문빠'를 분석했습니다.
제목에도 강조되듯 문파는 '새로운 주권자'이고 '이상하게 출현'한 집단입니다.
문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촛불혁명을 거치며 정치적으로 각성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촛불혁명을 통해 광장에서 공론이 형성되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목도했습니다.
저는 문 대통령에 대한 문파의 지지는 맹목적 지지와 다소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각성의 경험을 기반으로 해 저마다 구현하고 싶은 정치의 모습이 생겼고,
이걸 문 대통령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보여집니다.
문파에게 문재인정부는 각자의 정치적 이상을 구현하는 수단인 것입니다.
그러면 문파가 구현하려는 정치적 이상이 무엇이냐? 이건 하나로 규정할 순 없습니다.
문파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다'는 말처럼 군상이 다양해서입니다.
굳이 정리하면 제도권 정치와 미디어로 규정된 이분법 즉, 수구우파와 수구좌파를 다 거부합니다.
반미, 반자본, 환경원리주의 등 낡은 진보 논리도 반대하며 시대적 과제를 달성할 유연한 진보를 원합니다.

문파는 이상하게 출현한 새로운 주권자이기에 양면성도 지니고 있습니다.
문파는 온·오프라인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정치적 각성 경험과 이상을 알리고,
문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 지지를 표명하는데, 이건 기존 정치의 관습과 규범에서 비켜났습니다.
제도권 정치와 미디어는 문파의 행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리를 해석하는 것도 서툽니다.
공동체는 역사적으로 관습과 규범에서 비켜난 자들을 괴물로 몰아 배제하고 공동체의 논리를 수호했습니다.
지금 문파를 빠로 규정하거나 퇴행적 집단으로 치부하는 근거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문파 일부의 과격한 언행이 공론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파에 관한 분석과 별개로 문파가 당대의 현상이 됐다는 걸 인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파는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문 대통령에, 더불어민주당에 소유권이 있는 게 아닙니다.
특정 단체가 문파를 이끌거나, 어떤 미디어가 문파를 공론화하거나, 명찰을 단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문파는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한 시대의 물결이 됐기 때문입니다.
이 물결을 어떻게 조명하고 수용하느냐에 따라 민주주의가 어떻게 진화할지 판가름 날 걸로 생각합니다.

개국 628년 9월 17일
佳山崔有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