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손서당(天孫書堂)

ㆍ작성자	홍봉한
ㆍ작성일	개국626(2017)년 3월 19일 (일) 01:02 [축시(丑時):사경(四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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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205강 : 구료제도와 민간활동

오늘날도 그렇고 옛날도 그렇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층이 바로 환자와 장애인입니다. 특히 아파도 피료비를 낼 수 없는 환자, 돌립병에 걸려 가족조차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 유랑걸식하는 환자와 장애인의 경우 국가에서 무료로 치료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명과 안전이 방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삼국시대에도 환자와 장애인에 대한 구휼책이 있었지만 한시적이었으며 전담기관을 설치한 것은 고려 때에 이르러서 입니다.

1. 고려의 구료제도
고려 때에는 동서대비원, 혜민국 등을 세웠습니다. 동서대비원은 문종 때 개경의 동서에 설치되었으며 주로 환자의 치료와 빈민 구제를 담당하였습니다. 뿐아니라 혜민국, 제위보 등을 설치하여 환자와 장애인에 대한 구휼정책을 실시하였습니다.

2. 조선의 구료제도
조선시대 구료제도의 특징이라 함은, 의료보호 그 자체보다 의료기관과 의료원의 증설, 의약품의 개발과 제도화, 의술의 개발과 의학서의 저술활동을 장려하였습니다.

태조 원년인 1392년 궁내 의료를 전담하는 전의감과 일반 백성의 의료기관인 혜민서와 동서대비원을 설치(고려조 유명무실해진 기관을 다시 고쳐 계승한 것으로 보임)하였고, 태조6년에 제생원이 별도로 설치되었습니다. 제생원에서 하는 일은 의학서적의 출판, 약초의 조사와 채집, 의녀 양성 등이었습니다. 세종17년에는 활인서를 두어 병든 행걸인, 병든 노비등을 송치하여 구제하도록 하였습니다.

구한말에 접어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설립하였습니다. 초기 이름은 광혜원이었으며, 고종은 서양문물을 접한 조사시찰단 등의 보고로 근대적 의료기관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갑신정변 당시 민비의 조카 민영익이 칼에 맞았으나 서양 의사인 알렌에 의해 치료된 바 있어 고종은 그를 초대 원장으로 삼아 제중원을 개청하였습니다.

또한 재해와 기근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해당 지역으로 재상어사, 구황어사, 진흉사, 구급경차관 등을 파견하여 진무하도록 하였습니다.

3, 민간 활동
삼국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시행한 많은 구제제도가 있었지만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 그 영향은 수도나 주요 도시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곳곳의 백성들은 자구책으로 계, 두레, 품앗이, 향악 등 자생적인 상호부조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사찰 등의 도움으로 극복해야 했습니다.

가. 고려 : 고려의 국시는 불교로서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며 구휼사업에도 기여하였습니다. 당시 사찰은 경제적으로 많은 토지와 노비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불교의 기본사상인 자비심과 복전 사상을 중심으로 빈곤한 백성이나 걸식자들에게 시식, 구료 등의 구휼을 실시하였습니다. 일례로 현종7년인 1016년에 홍경사가 세워져 도적을 방지하거나 객관을 세워 미곡을 저장해주었다가 위급한 때를 만난 백성을 진흉하기도 하였습니다.

나. 조선 : 조선에서 두드러지는 특성은 민간의 자발적, 자생적 모임인 계와 향약이 제도적으로 체게화되었다는 점입니다.
계는 가장 광범위하게 형성된 상호부조였으며 회의, 친목, 조합 등과 같은 복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계는 오늘날 까지도 이어져 흔히들 "계모임"이라 하여 목돈을 마련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역사는 백성들이 서로서로를 도와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던 지혜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향약은 조선 중기 이후 유림을 중심으로 한 도덕적 결사체의 성격이 짙었습니다. 향약의 4대 강목은 1. 좋은 일을 서로 권하는 덕업상권, 2. 잘못을 서로 규제하는 과실상규, 3.예로서 서로 사귀는 예속상교, 4. 어려운 일을 당하면 서로 돕는 환난상휼인데, 앞선 세가지가 도덕적인 부분이라면 네 번째의 환난상휼은 적극적인 상호부조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환난상휼은 수화(수재와 화재). 도적, 질병, 사상, 고약, 무왕, 빈걸 등 7가지 위기에 봉착했을 때 구성원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김승훈(2010), 사회복지발달사, 나눔의 집.
원석조(2009), 사회복지역사의 이해, 양서원.

개국626년 3월 19일
천손서당 훈장 홍봉한

http://www.1392.org/bbs?laed81:1167

고무열

626('17)-03-19 18:12

사람의 수명이 늘어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겠습니다..


홍봉한	만일 국가에서조차 이들을 외면했다면... 그야말로 요즘말로 헬조선 그 자체였겠지요.	03/19 19:30

정예림

626('17)-03-19 18:19

구료가 무엇인가 했는데 구휼과 의료의 짬뽕이군요. 계와 향약도 민간의 구료제도 범위에 들어간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홍봉한	그렇습니다. 사실 완벽하게 구료제도에 포함시키기는 애매하지만, 계와 향약이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백성들이 서로 의지하고 보호하고자하는 목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포함이 되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03/19 19:30

장지용

626('17)-03-20 22:31

문서작성자 홍봉한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앞 시간에 시시콜콜한것까지 배웠지만 종교기관이 사회복지에 기여하는 주요 민간 주체라는 것은 역사의 보편성 원칙이라도 되나봅니다.
서양도 교회가 이 기능을 수행했고, 지금도 종교계가 사회복지의 민간 부분 제공 기능을 하기도 하죠.

예를 들어 제 종교의 교파인 대한성공회는 '나눔의 집' '푸드뱅크'등의 활동으로 사회복지 활동을 하고 있지요. (아예 성공회 내부에는 특정 시기의 갓 서품받은 신부님들이 '나눔의 집 신부'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신임 사제들이 열심히 그 일을 해서.)

다른 교파이기는 하지만 '구세군'도 아예 사회 구제활동을 강조하기 위해 독립적 교파를 만들 정도니까요. (구세군 교단이 성립한 과정에서도 사회복지 개념에 대한 부족 문제가 교단 창립의 기원이라고 하더군요. 연말연시만 되면 찾아오는 그 자선냄비의 그 자선냄비가 맞습니다.)


홍봉한	맞는 말씀입니다. 사회복지사를 공부할 때에 민간, 특히 그중에서도 종교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고는 넘어갈수가 없지요.	03/22 00:18

정병욱 626('17)-03-22 20:40	'계' 라는 것은 오늘날로 보면 노동조합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는 농경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마을 단위를 중심으로 순수하게 조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근대에 와서는 이러한 개념이 퇴색하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라 할 것입니다. 더욱이 농경 위주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즉 식민지 하에 의해 식민지 백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기도 했기 때문에 처우도 열악하였고 이것이 곧 사회주의를 받아들인 일부 청년 지식인들에 의해 노동조합과 같은 형식의 단체들을 조직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좋은 취지로 만든 제도라고 할 지라도 시대의 흐름을 거슬를 수는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굳이 외국의 제도를 본받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실을 고려하여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