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서당(太白書堂)

ㆍ작성자	정병욱
ㆍ작성일	개국631(2022)년 10월 21일 (금) 16:50 [신시(申時)]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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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238강 : 고전문학사 마지막 강의

고전문학사 스물한 번째 강의

<민중 종교운동과 문학>

민중종교는 신흥종교라고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종교를 통해 민중의 처지에서 우러난 생각을 표명하는 수단으로써 쓰이기 때문에 기성종교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중종교의 시발점은 최제우가 1860년 동학을 창건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며, 동학은 훗날 척사위정운동과 애국계몽운동, 그리고 항일의병운동과 함께 한 시대를 좌우하게 됩니다. 여러 교단들은 자신들의 교조(敎祖)에 의해 개인적인 수련과 득도에 엄청난 변혁이 시작되었다며 절대적인 배타성을 내세웁니다. 때문에 그 시대 민중들의 소망을 집약했다는 유사점이 작용하고 있기에 동학은 교세를 확장하게 됩니다. 동학은 불행한 선천(先天)은 가고 평등ㆍ조화ㆍ화합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행복을 가져다 줄 후천(後天)이 시작되는 후천개벽사상을 폅니다. 한문경전과 광범위한 호응을 얻기 위해 국문경전도 간행합니다. 이는 동학의 교리를 널리 펴기 위함이었고 이를 통해 교조의 생애를 이야기하는 신이한 전설은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는 전승적 유형에 따라 널리 퍼지고 전설을 모은 국문 경전의 편찬은 문학의 양상을 바꾸어 놓는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동학의 최제우가 서학에 맞서고자 ‘동학’이라는 이름으로 종교를 창시합니다. 그는 교리를 펴기위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문가사를 이용합니다. 용담유사는 9편의 가사를 모두 총칭한 것으로서 용담가(龍潭歌), 안심가, 교훈가, 도수사(道修詞),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검결(劍訣), 권학가(勸學歌), 도덕가, 흥비가가 그 예입니다.

동경대전(東經大全)은 한문경전으로 용담유사와 함께 동학의 기본경전을 이룹니다. 한문에 익은 독자들을 위해 한문경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최제우는 생존 시부터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최제우에 관한 이야기는 민중적 영웅의 출현을 고대하는 민중의 소망에서 비롯됩니다. 도원기서에서는 최제우의 이적, 죽음에 대한 신비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894년에 일어난 동학혁명(東學革命)은 전봉준(全琫準)을 중심으로 전라도 고부에서 전국적으로 확대하게 됩니다. 동학혁명의 문학은 동학의 문학이기보다 혁명의 문학으로 정의합니다. 따라서 경전 대신에 격문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특히 전봉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구전되어도 당대에서는 채록되지 않았습니다. 1926년 천도교(天道敎)에서 신인간이라는 잡지를 창간한 후에야 조금씩 정리하게 됩니다. 전봉준의 신이한 능력을 지닌 영웅으로 그리고 홍의(紅衣)를 입은 소년장군의 이야기도 나타납니다.

<구비문학의 활기와 긴장>

구비문학은 1860년대에 이르러서 활기 띠기 시작합니다. 중세의 청산이 가까워오면서 한문학 담당층은 위엄을 잃고, 국문문학은 근대민족문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규범화된 격식을 버리고 구비문학과 제휴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이는 대원군 집권기 동안에 방향 전환이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하층예술이 진작되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판소리에서는 신재효(申在孝)가 경복궁 낙성식에서 큰 활약을 했는데 명당축원가, 성조가(成造歌), 방아타령을 지어 제자인 여류광대 진채선(陳彩仙)이 부르도록 했습니다. 판소리는 구비문학 중 음악적 세련성이나 문학적인 수식을 잘 갖추어서 출세의 조건을 갖춥니다. 상하층의 의식과 함께 나타나는 관례를 이으면서도 상층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대원군이 판소리를 무척 즐기고 판소리 광대를 고무해서 상승의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킵니다. 이때 열두 마당의 판소리가 줄어듭니다.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興夫歌), 수궁가, 적벽가(赤壁歌)의 다섯 마당만 판소리 기본 종목으로 채택됩니다. 이들은 모두 충효(忠孝), 우애(友愛) 등의 표면적 주제를 갖추고 있어 판소리의 상승에 유리한 작용을 했으며, 비교적 장편이기 때문에 양반취향의 격조 높은 문구를 삽입하기에 쉬웠습니다.

민요는 판소리와는 대조되는 변모양상을 보여줍니다. 직업적인 소리패가 부르는 흥행적인 민요는 인기를 누리지만 민중의 노래로 전승되던 민요 자체는 더욱 불리해집니다. 1860년대 이후 대규모 공사판에 모여든 일꾼들을 중심으로 유행민요가 활발하게 생성하고 전파됩니다. 서울지역의 아리랑, 함경도 원산 지방의 신고산타령, 평안도의 수심가, 황해도의 몽금포타령, 전라도의 육자배기 등이 이때에 전해진 민요입니다.

1910년 이전까지의 언론지인 황성신문(皇城新聞)과 대한매일신보(大韓每日申報)에서는 민요 자체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그 사설을 개작하고자 하는 시도를 합니다. 이를 통해 시대적 사명을 고취하고 항일의 자세를 가다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설화는 민중종교의 교조를 중심으로 한 인물전설을 통해 설화에서 일어난 변화를 선도하는 구실을 마련합니다. 1900년대에 이르러서 설화의 기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이후에 야담집, 혹은 재담집으로 발간되기에 이릅니다.

<구시대 국문문학의 지속과 변모>

시조는 원래 시(詩)가 아니고 가(歌)입니다. 인쇄되어 전달되는 시, 곧 신시조(新時調)는 1900년대 이후에 나타납니다. 고시조는 오늘날까지 불려지며 신시조가 나타날 무렵에 새로운 창작이 추가되지 않았습니다. 조황은 시조집 삼죽사류에 141수의 시조를 남겼고, 박효관과 안민영은 1876년에 가곡원류를 함께 편찬했습니다.

기행가사도 내용에 있어 상당한 변모를 보여줍니다. 홍순학의 연행가, 유인목의 북행가는 청나라와의 외교관계가 아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지속되는 시기에 유학의 세계관에 입각해 새로운 견문을 정리합니다. 국내여행의 견문을 다룬 기행가사는 전과 다름없이 많이 창작되었으나 대부분 명상이나 명승지를 찾아 놀면서 소회를 풀었다는 내용이고, 새로운 경험을 반영한 것은 흔하지 않습니다.

국사를 다룬 가사는 외세의 침략이 닥쳐오자 이를 대응하기 위해 국사를 바로 알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난 시기에 생겨난 것입니다. 근대적인 출판물을 이용하지 않은 가사 또한 시대적인 사명을 띤 구현체 노릇을 합니다. 이 가사의 첫 작품은 안치묵(安致默)의 해동만화입니다. 이 작품은 병인양요(丙寅洋擾) 후에 지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규방가사는 부녀자들이 애독하는 가사의 총칭으로 작자층과 독자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습니다. 남성의 가사라도 부녀자들이 베끼고 돌려 읽으면 규방가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청도와 전라도 쪽에서 적지 않은 작품이 이루어져서 지역적 한계를 가진 문학이라고 할 수 없지만 특히 경상도 북부지방에서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소설이 아닌 국문으로 짓고 필사본으로 돌려 읽는 풍속이 이 시기까지 이어집니다. 그 중 부녀자가 병인양요를 직접 겪고 쓴 병인양란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문학에 부과된 사명>

영조 이후 국권을 장악해온 노론 벌열층은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았지만, 소론 쪽에서는 명분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정통 한문학의 체질개선을 적극적으로 시도합니다. 이유원(李裕元)은 안팎의 정세에 융통성 있게 대처하려고 했으며 악부시의 전통을 확장하는데 힘씁니다. 해동악부 100수로 역대의 가악(歌樂)을 노래하였고, 관극팔령에서는 판소리를 다루었습니다.

양이(洋夷)의 정신적ㆍ물질적 침투에 대처하기 위해 강경한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척사위정의 주장을 한 선구자로 이항로(李恒老)가 있었습니다. 허훈(許薰)은 기민탄을 통해 백성의 참상을 묘사합니다. 박규수(朴珪壽)는 실학을 실행해 내부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밖으로는 서양문명을 수용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봉소여항에서 조선왕조의 역사를 찬양하는 내용을 표현했습니다.

국권이 침탈되던 시기에 정통 한문학의 안위를 걱정하는 문인들의 행위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자가 한정되고 표현이 난해한 것이 한문학의 본질적인 속성이기에 혁신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의병투쟁의 체험과 문학>

상소는 조정의 처사가 잘못될 때 국왕에게 상소문을 올린 것을 말합니다. 그 대표적 상소문으로 최익현(崔益鉉)의 지부복궐척화의소가 있습니다.

격문은 의병이 일어나야 하는 상황임을 알리고, 적의 만행을 규탄하며 투쟁의 목표와 방법을 밝혀 광범위한 호응을 얻기 위해서 필수적인 글입니다. 그렇기에 적을 규탄한 격문도 적지 않습니다. 그 사례로 유인석(柳麟錫)의 격고팔도열읍이 있습니다.

일기는 격문과 함께 투쟁의 결과를 스스로 기록해 간직하는 글이 필요했으며 일기가 이 구실을 합니다. 예로 김하락(金河洛)의 진중일기가 있습니다.

한시는 의병문학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의병장은 평소에 한시 짓는 수련을 쌓았기 때문에 싸움터에서의 각오나 패배했을 때의 울분을 쏟아놓기 위해서 한시를 짓는 일이 자연스럽습니다. 최익현의 유형시 19수와 이석용(李錫庸)의 창의일록에 기록된 한시들이 그 사례입니다.

가사에서 최초의 의병가사는 회심가로 민용호(閔龍鎬)의 관동창의록에 실립니다.

<신구 문학관의 대립과 교체>

1894년 갑오경장에 의해 신분제가 폐지되고, 한문 대신에 국문이 공식적인 글로 등장하며 과거제가 폐지되어 한문학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문학을 하는 이들의 노선이 나누어집니다. 장지연ㆍ박은식ㆍ신채호 등은 국문을 공용하는 것이 마땅하고 국문문학을 통해 나라를 구할 수 있음을 주장했습니다. 장지연은 전환의 논리를 선명하게 구현하면서 문학의 혁신을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했고, 박은식은 서사건국지의 서문에서 새 시대의 국문문학으로서의 소설이 중요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신채호는 낭가사상이라고 일컫는 민족 고유의 주체의식을 새롭게 계승하고자 했습니다. 김윤식과 정만조, 윤희구는 한문학을 지켜 조상 전래의 규범을 살리면서 세태애 휩쓸리지 않아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국문 시가의 새로운 양상>

대한제국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한 잔치에서 학교의 학도들이 독립가를 부립니다. 이후 대한제국의 독립을 칭송하는 애국가가 나타났으며 이런 노래들이 대한제국의 악장입니다.

창가(唱歌)는 이 시기의 독립가와 애국가 등의 노래를 일컫는 용어이지만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창가는 대한제국 시대에 독립ㆍ애국ㆍ개화의 의지를 고취하기 위해서 지은 단형의 국문시가이고, 이미 제기되어 있는 주장을 요약한 교술시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독립신문에 나오는 애국가 류의 형식은 4ㆍ4조 형식을 기본으로 삼았고, 개화의 의의를 일방적으로 강조해서 나머지 민족의 주체적인 역량을 인식하는 데는 실패합니다. 더 많은 창가가 창작되고 유포되면서 항일투쟁과 더욱 밀착됩니다. 정재홍의 사상팔변가와 생욕사영가가 그 예입니다.

대한매일신보는 적극적인 항일노선의 신문으로 민족의 각성을 위해 문학작품을 적극 활용합니다. 가사는 실제로 있는 일을 다루면서 주장하는 곁들이기에 적절한 갈래이고 독자층이 확보되어 공감을 얻기 쉬운 이점도 있었습니다. 가사의 종류는 기존의 작품을 게재한 것, 신문사에서 창작한 듯한 가사 600여 편, 사회등가사가 있습니다.

그 밖에 언문풍월은 글자 수와 운자를 맞추어서 짓는 우리말 시 형태로 각광을 받지 못하다가 1908년 태극학보에서 국문풍월삼수라는 이름으로 실립니다. 망명지시가는 국권을 상실한 이후 뜻있는 사람들이 해외로 망명해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우면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낸 여러 형태의 시가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소설의 변화>

소설은 필사본, 목판본, 활판본 세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유통되어 옵니다. 필사본은 글을 전달하는 기본 형태로 활자본이 일반화되기 전 모든 작품이 필사본으로 유통되었습니다. 목판본은 방각본이라고도 불리며 판매목적으로 17세기에 나타나 서당 교과서류를 주 대상으로 하다 차차 소설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둡니다. 1860년대부터 1890년대까지 방각본 소설의 전성기입니다.

활자본은 신식활자를 사용함으로써 방각본을 능가하였습니다. 이것이 확대되어 오늘날에 이릅니다. 방각본 소설은 한문본 구운몽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국문본으로 길이가 짧으면서 사건의 전개가 급격하고 흥미로워서 쉽게 읽힐 수 있는 국문소설이 우선적으로 채택됩니다. 출간횟수를 보면 조웅전, 소대성전, 춘향전, 심청전, 장경전, 장풍운전의 순서로 영웅소설과 판소리계 소설이 특히 인기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업성을 고려해 소설의 개작도 활발했는데 그 예로 심청전과 춘향전이 여러 번 보완을 거치면서 이본(異本)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세책가에서 돈을 받고 빌려주는 필사본은 사대부와 부유한 집 부녀자들을 일차적인 고객으로 하여 1890년대까지 크게 번창합니다. 그 중 여항소설이 필사본 작품 중에 주목할 만 합니다. 1860년 이후 한문소설이나 한문야담은 내용이 공허해집니다. 광범위한 독자가 읽을 수 없다는 조건이 결정적인 장애가 되었고, 한문본은 미미한 자리를 차지해서 독자를 노린 개작이 일어질 여지가 없었습니다.

<민속극, 창극, 신파극>

도시탈춤은 농촌탈춤, 무당굿놀이, 꼭두각시놀음 등 보다 규모가 크고 짜임새가 훌륭하며 주제가 선명한 민속극으로 정착되어 계속 발전되는 추세를 보입니다. 이는 상업도시에서 자신들 도시의 탈춤 육성 경쟁을 벌이기까지 이어집니다. 경남 지방의 오광대와 들놀음에서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꼭두각시놀음의 대본은 문헌기록에 오르지 못하고 1933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채록됩니다.

민속극은 정치적인 상황이 불리하게 되어 한창 시절에 쇠퇴의 길에 들어섭니다. 이는 일제의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탈춤은 쇠퇴하고 대신 신파극이 등장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판소리는 광대와 고수가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기를 누리고 창극(唱劇)으로 개편됩니다. 판소리를 창극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판소리ㆍ창극ㆍ탈춤이 각기의 특색을 살리면서 나란히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었습니다.

참고문헌

* 국문학사(개정판), 조동일ㆍ서종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2011.

http://www.1392.org/bbs?laed6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