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178강 : 여퇴계서(與退溪書)

(퇴계 이황 초상)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은 워낙 유명하여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듯 합니다. 천원권 지폐 도안에도 나오고, 우리 나라 유학을 대표하는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생년을 보시면 남명 선생과는 동년배인데, 세상을 떠난 날짜도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퇴계가 훨씬 유명하고 더 자세히 연구되고 있습니다만, 생전에는 경상 좌도에는 퇴계, 우도에는 남명이라 할 정도로 쌍벽을 이루는 학자들이었습니다. 서로 학문을 대하는 관점도 많이 달라서 동지적인 라이벌 관계?에 있었다고 할 법합니다.

남명집에 실린 퇴계에게 보내는 편지는 총 두편으로, 멀지 않은 곳에 살았음에도 부러 교류를 가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둘 중 먼저의 것[答退溪書]은 관직에 나가라는 퇴계의 제안에 사양하는 답장이고, 나중의 것은 남명 선생이 퇴계에게 먼저 보낸 편지입니다. 이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퇴계와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 1527~1572)의 소위 사칠논쟁(四七論爭)에 대해 설명해야 하겠으나, 지면 관계상 간략히 하겠습니다.

첫 강 댓글에서 석선님과 주자에 대해 짧게 논한 적이 있는데, 제가 이념화 또는 과학화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바로 주자가 정립한 리(理), 기(氣) 개념에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 설명한 천명(=인간의 본성)에 따르는 것이 성인이 되는 길이라는 고전 유학의 주장에서 더 나아가서 천(天)의 작용을 자세히 분석해서 본받아보자는 식의 유사과학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하게 나누면 氣는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 등을 말하고, 理는 이 氣가 따르는 자연법칙 내지는 당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사단(四端)은 맹자가 말한 인간에게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네 가지 단서, 측은지심(궁지에 몰린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수오지심(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사양지심(겸손하여 사양할 줄 아는 마음)/시비지심(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이며, 칠정은 인간의 모든 감정, 기쁨/노여움/슬픔/두려움/사랑/싫어함/욕망함입니다. 이 사단과 칠정이 理氣의 어떤 순서와 위계와 작용으로 생겨났는지를 퇴계와 고봉이 수 차례 글을 주고받으며 논쟁한 것이 사칠논쟁이라는 것 까지만 정리하겠습니다.

편지를 받아든 퇴계의 심정이 좋지만은 않았겠습니다만, 그래도 대학자 답게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자에게 남명 선생의 지적을 소개하며 "이 말에 비록 병통이 있지만, 우리가 크게 경계하고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하였습니다. 한편, 남명 선생께 보낸 답장에서는 "세상에서 우려하는 바를 범했다는 이유로 일체 꾸짖어 그만두게 한다면 이는 착한 사람들을 세상에 보내주신 하늘의 뜻을 어기는 것이고 착한 사람들이 道를 지향하는 길을 끊어버리는 것입니다."고 일면 반박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상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서긍

626('17)-08-15 10:44

고무열

626('17)-08-16 1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