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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강의] 제177강 : 신명사명(神明舍銘)
강의를 진행할수록 일천한 바닥이 드러나는지 수강생이 없어 민망스럽습니다. 그래도 무조건 밀어붙이기로 약속을 해버렸으니 얼굴에 철판 깔고 힘차게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번 강의는 남명 선생의 사상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하는 신명사명에 대한 것입니다. 첫 강의에서 소개했듯이 남명집은 글의 형식에 따라 구분되어 있는데, 이 중 세 번째인 '명(銘)' 또한 한문 문체의 한 종류입니다. 본래 새긴다는 뜻으로 패검명(佩劍銘), 혁대명(革帶銘)과 같이 실제 새기는 글도 있지만, 좌우명(座右銘)이라고 하듯이 자신을 경계하기 위한 글도 포함된다고 하니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상의 핵심이라 했는데, 사실 남명집에서 이론적(선생께선 이런 단순한 이분법도 싫어하셨겠지만)인 글이 이 것 하나 뿐이기에 하는 말인듯 합니다. 아울러 『학기유편』에도 이런 도표들이 많지만 남명 선생의 오리지널로 알려진 그림 또한 신명사도 하나 뿐입니다. 신명(神明)은 우리에게 익숙한 두 가지 말에 등장합니다. 하나는 천지신명(天地神明)이며, 다른 하나는 '신명 난다'는 표현입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신? 신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 내면의 신성을 뜻함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유교에서는 인격신을 섬기지는 않지만 천(天)이라 하면 어떤 진리, 도덕적 가치, 물리적 법칙의 총체를 상징한다 하겠습니다. 『중용(中庸)』의 첫머리에서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 하였듯이 인간의 본성이 하늘로부터 왔고, 그러므로 하늘의 이치에 따라 사는 것이 성인이므로, 이 두 가지는 본래 같은 것입니다. 여기서는 편의상 의미가 가까운 '마음'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본문과 해설이 뒤섞이면 원문을 음미하는 맛이 떨어질까 하여 본문만 먼저 보고 나름대로 해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조화랑 번역본 보러 가기: http://www.1392.org/bbs?lasp6:1079) 신명사명(神明舍銘) 太一眞君 明堂布政 태일진군(太一眞君)이 명당에서 정사를 편다. 內冢宰主 外百揆省 안에서는 총재(冢宰)가 관장하고, 밖에서는 백규(百揆)가 살핀다. 承樞出納 忠信修辭 추밀(樞密)을 받들어 말의 출납을 맡아, 진실되고 미덥게 언어로 표현한다. 發四字符 建百勿旂 네 글자의 부절(符節)을 발부하고, 백 가지 금지의 깃발을 세운다. 九竅之邪 三要始發 아홉 구멍의 사악함도, 세 군데 요처(要處)에서 처음으로 나타난다. 動微勇克 進敎厮殺 낌새가 있자마자 용감하게 이겨내고, 나아가 반드시 섬멸토록 한다. 丹墀復命 堯舜日月 승리를 임금께 보고하니, 요순(堯舜)의 세월이로다. 三關閉塞 淸野無邊 세 관문을 닫아 두니, 맑은 들판이 끝없이 펼쳐 있다. 還歸一 尸而淵 하나에로 되돌아가니, 시동(尸童)과도 같으며 연못과도 같도다. 먼저 태일진군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존재로 비유한 것인데 『공자가어(孔子家語)』에 "예의는 반드시 태일에 근거해야 한다."(원주에서 인용)는 말에서 따온 것입니다. 주역의 태극(太極)과 같다고 하는 해설도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그 신성의 본체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플라톤의 『국가(πολιτεία)』를 보면 이상적인 정치체제는 사람의 몸과 같아, 머리가 머리의 역할, 심장이 심장의 역할, 팔다리가 팔다리의 역할을 하듯 사회 각 계층이 맡은 일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는데, 방향은 반대지만 비유로만 본다면 비슷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성 안 오른쪽 밑에 '임금은 사직과 명을 같이한다(國君死社稷)'는 구절이 있는데 학문하는 사람의 내면도 이와 같아서 마음을 다스림을 목숨과도 같이 해야한다는 비유가 되겠습니다. 내총재주(內冢宰主) 밑의 원주에는 '마음을 보존하는 것이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경(敬)입니다. 태일군이 마음을 다스리는 원리?라고 하겠는데, 그림에도 적혀있듯이 '늘 깨어있음(惺惺)'에 다름 아닙니다. 학기의 관련 인용문을 하나 보고 넘어가겠습니다. 휘암 정씨가 말하였다. "...혹자는 마음을 바로함을 고요한 때의 공부로만 생각하는데, 이는 성인의 가르침이 대개 행동하는 동안에 힘쓸 일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대학』의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이 모두 행동하는 가운데 공부할 내용을 가르친 것이다. (후략)" - 上, 爲學之要 20.1. 추밀(樞密)은 국가의 기밀과 왕명출납을 말하는 것으로, 따라서 이어지는 충신수사(忠信修辭) 언어를 다루는 원칙을 논한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언어를 가졌기 때문에 정치적 동물이다."고 했습니다. 진리라는 것은 혼자 고립되어 깨우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물을 대함에 있어서 언어를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유교에서 충(忠)이라 하면 임금에 대한 충성을 주로 떠올리지만, 사실 '진실되다'는 의미이며 이쪽이 더 중요한 뜻입니다. 세분하면 자신에게 진실한 것이 충(忠), 남에게 진실한 것이 신(信)이라 하겠습니다. 제 전공이 수학인 만큼 서양 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참/거짓을 다루는 사실판단의 영역이 충(忠), 옳고 그름을 다루는 가치판단의 영역이 신(信)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발해 청동부절)  부절(符節)은 파견 관리에게 주는 권한의 증명으로, 여기서 말한 네 글자는 화(和:절도에 맞음), 항(恒:변치 않음), 직(直: 홀로 있을 떄 삼감), 방(方: 자로 잰 듯이 행동함, 이상 원주 해설)입니다. 『논어』의 유명한 구절 중에 다음과 같은게 있습니다.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 안연(顔淵)이 인(仁)을 묻자 '극기 복례(克己復禮)'라고 하며, 그 실천 방안으로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고 하였습니다. 주자는 이때의 물(勿)이 깃발(旂)과 같다고 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백가지 금지의 깃발을 세운 다는 것은 이와 같이 태만할 여지가 있는 곳마다 예에 입각한 엄격한 원칙을 세워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의 본성에 대해서는 7강에서 자세히 하겠으나 역시 공감과 실천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세 군데 요처는 그림에서 관문이 세워진 눈, 귀, 입을 말합니다. 실제 성에서는 관문을 모두 닫으면 폐쇄된 공간일 뿐이지만 마음은 달라서 그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마음을 보존하고, 스스로 원칙을 세워 지키고, 사물과 사람을 대함에 진실되고, 악함이 침입하려 할때마다 용감히 나아가 싸워 이겨내면, 그 안이 마치 끝없는 맑은 들판처럼 무한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학』의 '지극히 선함에 멈춤(止於至善)'과 같습니다. '시동과도 같으며 연못과도 같다'하였는데, 이는 『장자』에 나오는 말로 본래 "시동처럼 가만히 있다가 용처럼 나타나며, 연못처럼 고요히 있다가 우레처럼 커다란 소리를 낸다."로, 마찬가지 맥락이라 하겠습니다. 말은 모순되게 표현하면 진리에 가까운 때가 있는 법입니다. (남명 선생께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합천 뇌룡정(雷龍亭)의 이름이 바로 이 구절에서 딴 것인데, 이 건물의 구조가 바로 신명사도를 본따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사진 출처: http://gugu1226.blog.me/220764815723) 남명 선생의 비유가 플라톤의 『국가』와 차별화되는 것은 바로 이 용과 같고 우레와 같은 역동성에 있습니다. 관련된 남명집 원문의 부주(附註) 한토막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밥해 먹던 솥도 깨부수고 주둔하던 막사도 불사르고 타고왔던 배도 불지른 뒤, 사흘 먹을 식량만 가지고 사졸(士卒)들에게 죽지 않고는 결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와 같아야 바야흐로 반드시 섬멸할 수 있다." 이상입니다. 강의가 특히 길었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개국626년 8월 9일 태백서당 훈장 한명회 |
http://www.1392.org/bbs?laed6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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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ata/board/member/img/1/i_e2244709dd.gif "[1]")
서긍 626('17)-08-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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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라는 것이 생소한데 퇴계 이황의 섭학십도(聖學十圖)가 떠오르는군요. 당시 성리학자들은 성리학의 사상을 정리하는 것으로 도표라는 것을 그렸던 것인가요? 솔직히 도표 각각의 풀이는 뜻이 심오하여 이해하기 어렵습니다만, 예전에 역사스페셜이란 프로그램에서 조식 선생을 다룬 편을 다시 보니 다음 대목이 와닿더군요. 조식 선생은 항상 경의검(敬義劍)이라는 칼을 차고 다녔는데 사심이 생기면 이 칼로 그 마음을 베겠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경의검에는 내명자경 외단자의(內明者敬 外斷子義)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내명자경은 '안으로 마음을 깨끗이 한다', 외단자의는 '밖으로 행동을 결단한다'라고 합니다. 즉 조식 선생의 경의사상은 마음을 수양하고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보는데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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