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서당(太白書堂)

ㆍ작성자	고무열
ㆍ작성일	개국626(2017)년 6월 11일 (일) 21:20 [해시(亥時):이경(二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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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168강 : 시민론

새로운 강의주제를 들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새 강의 주제는 '시민정치학'입니다. 거창합니다만, 사실 정치와 개인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과 썰을 풀어보는 강의의 장으로 활용할까 합니다. 오늘날의 정치학은 행태주의의 등장과 함께 지나치게 통계에 매몰되어 통계 절대주의의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옛날부터 이래왔으니 앞으로도 이럴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간단히 넘어가버리는 성급한 일반화를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지요. 많이 틀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자꾸 틀리고 있었더라면 아마 정치학은 사이비종교화되어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종교는 돈이라도 잘 모으는데(내세론 때문일까요), 정치는 돈을 모으기도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시민(civilian)이란 무엇입니까? 주권자로서의 시민, 혹은 행정구역인 '시'에 사는 사람 등, 저마다 내릴 수 있는 정의는 다양할 것입니다. 현대에 통용되는 시민이란 시에 사는 사람 뿐만 아닌 정치주권자로서 헌법에 규정된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을 다르게 이르는 말입니다. 국민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국가중심주의적 시각(예를 들면 나치즘이라든지 하는)에서 사람을 바라보는 용어이다보니, 학계에서는 때로 인민(人民)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만 우리나라의 역사적 특성상 인민이 긍정적 의미를 지니기 어려워 대체재로 마련된 듯합니다. 같은 선상에서 동무나 노동이라는 말도 잘 쓰지 않고, 친구와 근로 등으로 대체된 바 있지요.

시민은 국가에 대해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고 있습니다. 4대권리-4대의무로 규정되어 있는 근로, 납세, 교육, 국방의 의무와 권리가 대표적이지요. 일할 권리, 세금을 낼 의무와 권리[세금을 낸다는 것은 곧 주권자로서 국가재정을 책임진다는, 어찌보면 기사가 자신의 무장을 스스로 갖출 수 있는 사람만이 될 수 있었던 것과 같습니다], 교육을 받게 할 의무와 교육을 받을 권리(의무교육이 중학교까지 설정되어 있지요), 군역 또는 국방세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시민이 대표적으로 지고 있는 것들입니다. 비단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는 이 네 가지 의무를 다하고 있는 시민이라면 특별히 귀찮게 하지 않습니다. 이는 국가가 계약체로서 주권자를 최소한의 간섭으로 불편하지 않은 환경을 보장하고, 시민으로서 대우해 주어야 한다는 기저이념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조금 어려운 용어로 사회계약론이라고 하며, 국가는 결국 이들이 양도한 일부 주권들의 결합체인 것입니다.

주권이라는 말이 생경하게 들리는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별로 어려운 개념은 아닙니다. 조금 철학적일 뿐이지요. 자의식의 주인이 누구입니까? 바로 자의식을 가진 여러분입니다. 주권의 주인은? 그렇습니다. 주권자인 여러분입니다. 여기서의 주권은 결국 국가에 대한 주인의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따라서 국가의 주인인 사람들이 바로 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은, 넓게 해석하면 국가에 대해 주권을 갖는 모든 사람이며, 좁게 해석하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개념인 것입니다. 헌법상 그런 주권자로서의 시민은 다양한 권리를 갖게 되며, 죽을 때까지, 혹은 죽은 후에도 그러한 권리와 의전 등의 주인이 되곤 합니다.

오늘의 시민론 강의는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투표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면, 그는 시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족: 저는 정치학을 전공했습니다. 문턱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비난받을 이유는 이제 없겠네요. 아, 저는 정경대학 문턱도 가보지 않은 사람도 환영합니다. 모르면 어떻습니까. 배우면 되지요.

개국 626년 6월 11일
태백서당 훈장 고무열

http://www.1392.org/bbs?laed61:338

정예림

626('17)-06-11 21:32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나이 제한으로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들도 있는데 나이가 어려 투표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시민이 아니라고 할 순 없겠지요.


고무열	그렇군요. 그렇다면 자격정지자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06/11 22:53

정예림	형벌의 일종으로 법률로써 투표권이 자격상실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시민권 전체가 박탈되었다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도 여전히 근로, 납세, 교육, 국방의 의무와 권리는 있으니까요.	06/11 23:11

고무열	훌륭하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06/11 23:17

이예훈

626('17)-06-11 22:02

국민은 법에 근거하여 한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입니다. 법적 근거로써 국적을 가지게 되고, 국적을 소유하게 되므로써 그 국적의 나라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지켜야 할 의무를 다하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투표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나라의 법으로써 규정된 사항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가장 기본적인 시민권, 국적 등을 소유하고 있다면 시민(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무열	그렇군요. 영주권자는 시민이 아닐까요?	06/11 22:53

이예훈	영주권자는 영주권을 취득하게 됨으로써 그 나라에 편입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06/11 22:59

고무열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지위가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06/11 23:16

정병욱

626('17)-06-11 23:33

투표권 없다고 시민이 아니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을까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고무열	세금도 내지 않고 투표하지 않으니 시민이 아니라는 투로, 자식들에게 함 모 의사선생이 이야기하다 크게 화가 된 적이 있죠. ㅋㅋ	06/11 23:39

이운

626('17)-06-11 23:38

고대 그리스에서의 시민은 투표권을 가진 남자만을 지칭한 것으로 배운 기억이 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투표를 할 수 있는 자격도 국적과 일정한 나이가 되면 가능하도록 법률로 정해졌으니 투표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을 시민이 아니다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시민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예비 시민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말도 부족하긴 하지만 정예림님 말씀처럼 형벌로서 투표권이 정지될 수 있으나 모든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시민권이 부여되니 제 나름대로 생각하기에는 예비 시민이 최선인 거 같습니다.


고무열	그렇군요. 예비 시민이라, 생각해볼 만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왜 어린 사람들에게는 시민의 다른 의무나 권리는 주고서도 유독 참정권만은 보장해주고 있지 않은 것일까요?	06/11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