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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서당] 이징옥님 친전
안녕하세요? 안정복입니다. 지난주에 지적해주신 점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훈장님의 지적 덕분에 며칠간을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답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논리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저는 20여 년 가까이 역사공부를 하면서 우리 역사학계의 선후배들이 문헌사학에 치중한 공부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강단사학자나 재야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는 한계입니다.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고고학적인 연구성과의 반영)이 지속되어 왔지만, 문제는 그것을 인식하면서도 종종 잊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역사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도 고고학 공부를 8년여 전부터 해왔지만 썩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느낍니다. ● 각설하고, 단군왕검이 세웠다고 전하는 고조선의 건국 자체를 의심하는 것은 역사학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기록에 전하는 그대로를 믿어야 한다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이죠. 님이 지적하신 대로 저는 고조선의 건국 연대를 기원전 10세기경이라는 주류 학계의 통설을 지지합니다. 윤내현 교수의 기원전 2333년이라는 건국연대에 대한 견해는 조선시대 서거정의 ≪동국통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문제는 ≪삼국유사≫나 ≪동국통감≫에 전하는 고조선의 건국신화의 핵심은 천신사상에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또한 천신사상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과의 대등한 관계라는 점을 역설하고자 한 과거의 기록이지만, 이외의 모든 기록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국의 역사학자들도 그들의 堯·舜 연대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옛 기록이 전하는 단군조선에 관한 내용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고고학적인 연구성과를 검토해 본다면, 우리나라에서 신석기시대로부터 청동기시대로의 변화에는 빗살무늬토기와 무문토기(무늬없는토기)의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입니다. 이 사실에 근거해서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로의 변화에 따른 종족의 변동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순리라는 학설에 동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조선시대가 빗살무늬토기를 사용하던 시대였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B.C.2333년에 건국했다는 그 연대가 바로 신석기시대에 해당되기 때문에, 우리 민족이 신석기시대에 국가를 세웠다면 그것은 세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수모를 당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고고학적인 편년에 의한 시대구분에 있어서 신석기시대는 씨족사회(clan) 또는 부족사회(tribe) 정도의 사회체를 구성하였다고 보며, 아울러 '족장'이라는 개념의 구성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족장이라는 개념은 씨족 또는 부족에 대해 절대권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 일반 개념입니다. 따라서 신석기시대를 지나 청동기시대에 들어서야 군왕이라는 절대 권력을 가진 세력이 생겨나고 이러한 기본 구성 위에 국가의 탄생이 있다는 것이 세계 역사학자, 인류학자들의 의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원전 2333년이라는 건국 기원을 고조선의 건국연대로 본다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런지요. 이에 반해 윤내현 교수의 청동기시대와 관련한 의견이 있습니다.(尹乃鉉, <한국 상고사의 체계의 복원>, ≪동양학≫17, 단국대학교, 1979.) 그러나 이 의견은 중국학자들이 찾아 낸 豊下文化(夏家店下層文化)의 연대인 기원전 4000년 전의 청동기 문화라고 보는 의견을 쫓아서 만들어진 의견입니다. 그런데 이 풍하문화의 성격을 보면 龍山文化의 요소를 상당히 농후하게 갖추고 있다고 하며, 또 殷代 청동기문화와도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견해를 제시한 중국 고고학자들의 의견이 대두된다는 점입니다.(文物編輯委員會 편, ≪文物考古工作三十年≫, 文物出版社, 1979.) 그런데 중국의 청동기 문화를 모두 고조선의 청동기 문화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인 것이라 봅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죠. 윤무병교수는 풍하문화가 중국의 殷문화와 비교해서 매우 뒤떨어진 문화이며, 또 殷文化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질적 문화요소를 적지 않게 내포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 문화는 北方 胡族의 문화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尹武炳, <遼寧地方의 靑銅器文化>, ≪한국상고사의 제문제≫, 정신문화연구원, 1987.) 이런 여러 이유로 해서 저는 윤내현 고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군신화를 부정하거나 단군조선의 건국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 주시기 바랍니다. 건국연대를 위로 올리는 것은 역사가 오래된 왕조일수록 권위가 있고, 그 민족이 위대하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거의 모든 민족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어서 그것이 그 민족 최초 국가의 건국연대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더구나 건국의 이야기가 신화나 전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을 보면 극히 자연스럽게 그러한 방향으로 기울어지곤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단군 연대도 그러한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을 바탕으로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역사의 진리입니다. 한국 민족을 포함한 모든 인류의 생존 토대가 되는 것은 진리입니다. 진리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따라 개인이나 민족의 위대함과 열등함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즉 진리에 충실하는 것만이 위대한 민족을 만드는 기본 요소인 것입니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이 아닌 건국의 연대를 그대로 믿으라 하는 것은 진리를 배반하는 것이며, 그것은 학문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민족이 진리의 터전 위에 서는 것을 방해하는 것입니다.(李基東, <고조선의 국가 형성>, ≪한국사시민강좌≫2, 일조각, 1988. p.8) ● 이병도 사학에 대한 질문도 해주셨더군요. 식민사학을 했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그에게 배운 모든 학자들이 도매금으로 넘어갑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를 단순한 몇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병도가 고조선의 중심을 대동강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오류를 지적 받았고, 충실히 재검토되었습니다. 역사해석 방법상의 문제가 소장학자들에 의해 지적되었음을 말하여 두고 싶습니다. ● 단군연대의 신빙성 문제와 고조선의 강역 변동이 중국에 비해 고조선이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기원전 4세기에는 오히려 고조선이 더 강력한 국가를 구성했습니다. 중계무역을 통한 견제와 국가간의 갈등이 전쟁을 야기했고, 고대사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들 중의 하나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핵심은 국가의 강력함과 그렇지 않음이 아니라 위대함과 열등함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조선이 강력한 국가를 형성했다는 것은 결국 선진문명을 향한 민족의 우수성이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국과 대등한 고조선을 볼 것이 아니라 중국 보다 선진 문명을 지니고자 했던 고조선이라는 점을 더 치중해서 봐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 우리가 史書 또는 설화집 등을 대할 때 무심결에 지나치는 것이 척수(尺數)에 대한 무지입니다. 예를 들어 '9척 장신'이라는 표현을 대하면 으레 거짓 표현이라 치부해 버리죠. 9척이라 하면 270㎝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척도의 기준이 나라마다, 또는 王들마다 달리 썼다는 것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죠. 주로 사용했던 척도는 周尺과 唐尺으로 즉, 周尺에 의하면 1척이 20,81㎝이기 때문에 '9척 장신'인 경우에는 180㎝를 웃도는 신장이 되기 때문에 표현이 맞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8000리, 5000리라는 표현은 당시에 적용된 척도의 기준을 먼저 해석하고 가야 할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척도는 몇 종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기원전에는 어떤 척도를 썼을지도 의심이 됩니다. 어쩌면 周尺 보다 더 작은 척도도 있을 지 모를 일입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8000리라는 거리에 대한 계산을 周尺에 기준한다면, 1척은 20.81㎝에 해당하고 이것을 다시 리(里)로 환산하면 0.00075리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1리는 227.5m에 해당합니다. 이 수치를 8000리에 곱하면 1,820,000m 즉 1820km가 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현재의 도량형 기준으로 보면 1척이 30㎝의 적용을 통한 리(里) 계산법은 1리가 400m이기 때문에 8000리이면 3,200,000m 즉, 3200km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수치들을 토대로 당시의 지도에 대한 축적을 감안한 거리 계산이 나와야 함은 당연한 탐구인 것입니다. 물론 춘추전국시대가 周나라보다는 이른 시기에 형성되기 때문에 주척에 의한 계산은 아니겠지요. 주척이나 당척의 쓰임은 당시의 경제상황을 반영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세금을 더 많이 거두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었던 것이 척수(尺數)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떤 척도인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없이 그저 막연한 계산으로 강역의 크기를 가늠하고 절대시한다는 것은 수긍이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조선 영조 때 독자적으로 사용했던 척도가 있는데, 그 척수는 1척당 20.83㎝였음은 당시에도 周尺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 史書라 함은 역사적 사실의 기록이나 역사상황을 추정하여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역사의 기록이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史書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어떤 史料가 진서니, 위서(僞書)니 하는 판단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며, 正史를 보다 더 우위에 두는 것은 그것이 표현하고 있는 바가 진리에 가깝다는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월이 더 지나서 고서에 대한 감정이 심화된다면, 眞書로 판명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그것을 가늠하는 가늠자가 현실적인 시점에 토대를 두어 판가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가늠자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한단고기≫와 ≪규원사화≫에 대한 진위 판정과 사료에 대한 비판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조인성, < {규원사화}와 {한단고기}>, ≪한국사시민강좌≫2, 일조각, 1988. pp.71∼88.) ● 아울러 개인마다 그 관심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의 개인적인 관심은 한국문화사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의 해결은 역시 친일파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우리 민족의 현 시점에서 잘잘못을 분명히 하지 않은 가까운 과거의 잘못으로 인한 끊임없는 역사 왜곡의 원인이 일제시대와 친일파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산적한 문제는 많습니다. 독도에 대한 증폭된 관심이 필요한 시점에서 일본과 우리의 대응이 다르다는 점을 역사관의 차이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고사에서 넓디넓었던 고조선의 강역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현재 우리가 영유하고 있는 영토를 두 눈뜨고 잃어버리지 않는 일도 중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것이지만 제가 역사 공부를 하게 된 사건도 80년대 초반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그들의 교과서에 실었다는 것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것이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진리를 바탕하지 않는 민족적 열등감 때문이 아닐까요? 적지 않은 시간을 공부하게 해주신 훈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여러 책들과 지도, 논문들을 보게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고사에 대한 제 견해가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학계에서 끊임없이 검증되고 논의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를 쫓아가는 것입니다. 제 전공이라면 더 노력해야 하겠죠. 지금은 제가 여러 가지로 모자라는 부분이 있고, 제 전공에 대한 구체적인 견해를 갖게 된다면 고대신화의 역사성에 대한 개별적 연구를 진행해 보고자 합니다. 아울러 상고사에 대한 더 이상의 시간 할애는 하지 않겠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개국 610년 2월 17일 자운서당 안정복 삼가 씀  황의선 ( ) 02/19[20:39] 안정복님의 자세한 얘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www.1392.org/bbs?laed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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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상
노태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