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255강 : 예송 논쟁

◎ 예송논쟁

지난 시간에 인조반정 이후 정국은 서인과 님인의 공존 체제가 이어졌다고 하였습니다. 인조-효종-현종 3대까지 이러한 상황이 이어졌는데요, 현종 대에 이르러 서인과 남인의 대립이 격화되었던 사건이 바로 예송논쟁입니다.

예송 논쟁은 조선 현종 때 인조의 계비였던 자의대비가 입을 상복의 종류를 두고 서인과 남인 사이에 벌어졌던 논쟁입니다. 예송 논쟁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먼저 효종이 승하한 후 자의대비가 입을 상복에 대한 논쟁을 벌인 것이 기해예송(己亥禮訟), 인선왕후가 승하한 후 자의대비가 입을 상복에 대한 논쟁을 벌인 것이 갑인예송(甲寅禮訟)입니다. 효종은 비록 친자식은 아니지만 명분상 자의대비의 아들이었고, 인선왕후는 며느리가 됩니다. 요약하자면 예송 논쟁은 효종의 정통성에 대한 서인과 남인의 정치적 대립이었습니다.

예송 논쟁에 대해서는 예법을 빌미로 한 권력 다툼이었다고 이해하는 시각도 있고, 예법 그 자체도 당시 사대부들에게는 매우 중요했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예송 논쟁은 전자와 후자 둘 다의 성격을 내포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송 논쟁에 대해서 매우 한심하게 생각합니다만 자세한 평가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 기해예송(1659)

효종이 승하하고 현종이 즉위한 원년인 1659년에 벌어진 1차 예송이 기해 예송입니다. 당시 서인은 자의대비가 기년복(朞年服:1년 동안 입는 상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남인은 3년복을 주장하였습니다. 남인은 효종이 인조의 차남이기는 하지만 대통을 이었으므로 장자로 간주하여 3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서인은 효종이 차남이기 때문에 1년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입장이 차이가 있는데 왕과 사대부의 예법이 같으냐 다르냐를 두고 서인은 왕사동례(王士同禮), "왕과 사대부에 대한 예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고, 남인은 왕사부동례(王士不同禮), "왕과 사대부에 대한 예법은 다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습니다.

기해예송에서는 결국 송시열, 송준길 등 서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자의대비는 기년복을 입도록 결정되었습니다. 다만, 경국대전과 대명률에 '장자와 차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기년복을 입는다'는 규정을 명분으로 결정한 것이어서 훗날에 다시 갑인예송이 일어나는 빌미가 되었습니다.


○ 갑인예송(1674)

이번에는 효종비 인선왕후가 죽자 다시 예송 논쟁이 벌어집니다. 이번에도 또 자의대비의 상복에 대한 논쟁입니다. 며느리인 인선왕후의 상(喪)에 대하여 어떤 상복을 입어야 할 지 논쟁이 벌어집니다. 이때 서인은 대공복(大功服:9개월 동안 입는 상복)을 주장하였고 남인은 기년복을 주장하였습니다.

기해예송이 효종이 자의대비의 장자이냐 차자이냐를 두고 예송 논쟁을 벌였다면 갑인 예송은 인선왕후가 자의대비의 맏며느리이냐 둘째 며느리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인 꼴이 됩니다.

기해예송에서 서인의 주장대로 기년복이 채택되었지만 효종이 장자냐 차자냐를 두고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서인이 인선왕후를 둘째 며느리로 간주하여 대공복을 입기를 주장하니 현종도 이때는 크게 화를 내며 서인을 꾸짖었으며 남인의 기년설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서인 출신의 영의정 김수흥을 파직하고 남인인 허적을 영의정으로 삼습니다.

기해예송에서는 서인이 승리하였다면 갑인예송에서는 남인이 승리한 것입니다. 그런데 갑인예송이 일어난 지 얼마 뒤에 현종이 승하합니다. 그리고 현종의 적자인 숙종이 14세의 나이로 즉위합니다. 그간 사극에서 숙종 시대를 다룰 때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숙종은 인현왕후 희빈 장씨, 숙빈 최씨 같은 후궁들의 치마속에 쌓인 군주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숙종이란 임금은 정말 절대적인 왕권을 앞에서 신하들을 쥐락펴락 했던 임금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숙종은 붕당을 어떻게 다스리려 하였을까요.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