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당
고산서당 강의 공간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29(2020)년 6월 5일 (금) 20:55  [술시(戌時):초경(初更)]
문서분류 강당
ㆍ추천: 0  ㆍ열람: 95      
[강의] 제225강 : 한국근현대문학사 1 <님의 침묵>
한국근현대문학사 1 <님의 침묵> 강의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한용운 시 전집>, 서정시학, 2009.

우리들에게 친숙할 법한 시 <님의 침묵>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시를 쓴 만해 한용운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필요로 한다. 한용운은 1879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동학농민운동에 참가하였고, 이것이 실패하자 출가해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다. 이런 파란만장한 삶이 말해주듯 그는 삼일운동 때 민족대표 삼십삼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운동에 투쟁하기 시작했고, <조선불교유신론>이라는 글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불교의 개혁과 더불어 대중화하는 데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한용운이 문학에 큰 영향을 준 것은 불교를 대중화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님의 침묵>이라는 시가 내포되어 있는 불교적 색채가 돋보인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시는 ‘게송’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 현대적 색채로 해석한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게송’은 무엇일까? ‘게송’은 범어 ‘Gatha’의 음역인 ‘게타’의 한 글자를 딴 ‘게’ 자와 글의 형식 중 하나인 ‘시(詩)’와 합성한 단어로서 불교시를 말한다. 게송은 부처의 공덕과 찬양, 그리고 불교의 교리를 노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글자 수와 글귀 수에 따라 제한이 있어 3글자에서 8글자 한 구절로 하고 그 구절이 4개모인 것이 1게송이 되는 식으로 축약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용운은 불교운동에 투신하는 동안 여러 편의 산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산문만으로 불교를 포교하는 것이 오히려 회의적이라는 것을 인식하였다. 그는 불교적 색채를 드러내는 수단의 하나로서 시를 발표하는 것이 중요함을 느꼈고 이를 실현한 것이 바로 1926년에 시집으로 발표한 <님의 침묵>이다. 이 시집은 총 88편의 시 작품으로 구성되었으며, 모두 게송 형식으로 되어 있으므로 불교적 색채를 띰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한용운의 시가 불교적 이해 없이는 해석이 어려우지만 불교를 찬양하는 의미로 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시에서처럼 ‘나’와 ‘님’과의 관계 속에서 ‘님’의 정체규명에 집착함으로서 절대자나 조국으로 오독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 시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인간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잘 표현하고자 노력했으며, 길(공간)의 본질을 잘 표현하고 그것을 인간의 삶에 결부시켰다. 언표된 것을 토대로 은폐된 부분을 복원하고자 노력했다.
      예) 현진건, <운수좋은 날> : 운수좋은 날(언표), 운수 최후의 날(은폐)

이 시는 그러니까 언표와 은폐에 의해 이루어진 단절과 이어짐의 이중적 회로를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이 시의 주제다. 참고로 언표는 제재(題材)로서 소재의 속성이나 특성과 관련된 사항 중 필자가 선택한 재료를 말한다. ( 예 : ‘아라비아 사막’이라는 공간이 말로 표현된 것)

참고로 제재에 대해 모르는 분들에게 보다 구체적인 예로서 설명한다.

      예) 1. 가마귀 (부정 - 싸우는 꼴, 검은, 시샘, 더러움) 
               ↔ 백로 (긍정 – 가지마라, 흰 빛, 깨끗함)
         2. 가마귀 (긍정 – 속은 희고 겉은 검은) ↔ 비웃음 (부정 – 겉은 희고 속은 검은)

이런 제재에 의해 의미부여 내지 가치평가(은폐된 것을 복원시키는 것)를 내린 핵심적 의미 또는 중심사상을 주제라 한다.

http://www.1392.org/bbs?laed41:457 게시물 링크 (클릭) 게시물 주소 복사하기
답글 : 제한 (접속하십시오) 서찰(메일) 수정/삭제 : 제한 (접속하십시오)     윗글 밑글     목록 쓰기
  다른 아이콘 비공개 설정 사조 백과사전 맞춤법 문법 검사기 0
2000
저장(입력)

[13924] 전라도 전주부 서당로 1 고산서당(孤山書堂)
Copyright(c) 2000-2021 by Gosanseoda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