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213강 :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 소설론

서론 1. 방현석 작품에서의 노동문학 2. 소설 속의 ‘여성’ 결론

  서론

방현석(1961~)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8년 계간문예지인 실천문학 봄호에 단편 <내딛는 첫발은>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하였다. 노동문학의 작가로서 박노해, 정화진 등과 함께 노동문학이라는 새로운 문학개념을 확립시킨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새벽 출정>을 발표한 지 1년 뒤인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내일을 여는 집>을 발표하였다. 그는 노동문학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지만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불과 여섯 편의 노동소설을 남겨 노동소설가로서의 자리매김을 못한 채 독자들에게 낯선 존재로 기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발표하고자 하는 <내일을 여는 집>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이 소설이 지니고 있는 성향과 이 소설 속에 있는 주인공들의 특정한 행적에 연관시켜 이 소설이 지향하고 있는 바를 서술하고자 한다.

  1. 방현석 작품에서의 <노동문학>

방현석의 <내일을 여는 집>은 당시 문학에서 대표되고 있는 노동소설로서 볼 필요가 있다. 이 노동소설은 정화진의 <쇳물처럼> 이라는 작품 이후에 발표되었다.

노동소설은 당시 대표되는 문학인 노동문학의 일환으로 작용되었으며 이는 노동자가 주인공이 되는 문학, 곧 노동자가 세계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밑바탕에 두는 문학으로 정의를 내리게 한다. 결국 소설에서 이어지게 된다면 노동자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노동자의 시각으로 쓰인 소설로, 더 나아가 노동자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계몽적인 개념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전제를 주안점으로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작품도 그 중 하나에 속한다.
이와 비슷하게 1930년대 프로문학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으나 프로문학은 민족해방과 노동자해방이라는 이중적 과제가 묶여져 있어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의 노동문학은 명확하게 확연히 지향하는 부분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쾌거를 낳게 되고 그 결실로 우리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노동현장이라는 삶의 한 영역을 노동자의 눈으로 그려나갔다는 점에 대해 큰 의의를 부여하게 된다.

이렇듯 방현석의 노동소설은 “리얼리즘의 정수”라고 표현될 정도로 탁월하며 재미있고 감동을 주게 되는 사실주의 기율적인 면과 예술적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을 정의시킴으로써 우리들이 흔히 느끼지 못하는 방현석의 노동소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은 바로 그의 혁명적 세계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적 세계관은 작가의 이념, 계급성, 당파성 못지않게 민중성을 중요하게 요구한다. 민중성은 생활을 깊이 있고 올바르게 묘사하여, 민중이 사회적 현실과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며, 진보적인 사회운동 속으로 들어가서 운동이 발달하기 위하여 민중을 도와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이 세계관은 민중에게 주는 의미, 사회운동에게 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이 소설에서는 몸소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아이고, 이 바보같은 인간아. 내 그만두랄 때 그만뒀으면 이 꼴 안 당했을 거 아냐. 나서봐야 돈 없고 빽없는 사람만 당하지. 세상만사가 다 있는 놈들 편인 거 몰라서 이 짓을 해 그래……” “의사나 좀 오라그라. 천수 저거 다리 부러졌다.” ……흰 가운을 걸친 의사는 치료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진숙과 가족들을 앉은 채 노려봤다. 무식하게 시리, 같이 얘기하기도 지저분하다는 듯이 말아 문 그의 입술은 초라한 행색의 아낙들이 혐오스럽기만 하다는 듯이 실룩거렸다. 이마에 주름을 접으며 쳐다보는 삐뚜름한 그의 눈 끝에는 경멸의 빛이 역력했다. “회사측에서는 응급처치만 해달라고 했을 뿐이에요.”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병원에서 나 몰라라 할 수가 있어요!” 의사는 이 무식하고 지저분한 인간들과는 상종을 않겠다는 듯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회사 책임자를 데려오든지. 다른 병원으로 데려가든지 하시오!” 의사는 옆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진숙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위의 인용문에서 주인공 박성만은 처음에 대성중공업에서 공작부의 선반공으로 일하고 있다가 그만두고자 다른 직장을 구하다가 좌절된 채 해고당하고 이후 대성중공업의 노조에 가담하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성만의 아내 진숙은 남편의 이런 행위에 처음엔 못마땅하게 여기지만 남편의 투쟁에 같이 뛰어들어 성만이 다시 회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실현시킬 수 있었던 부분은 바로 이 소설 제목과 비숫한 ‘내일을 위한 집’이라는 여성노동단체에서의 경험이 진숙에게 결정적인 힘을 키우는 원동력을 부여함으로써 방현석은 노동문학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냈다.

  2. 소설 속의 ‘여성’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성만의 복직은 곧 성만 스스로의 힘으로의 승리만이 아니라 아내인 ‘진숙’의 힘으로도 이루어낸 승리로 남자 중심의 노동운동으로써가 아닌 남녀 모두의 노동운동이 이때에 이르러서야 실현된다는 점이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특히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생존권 투쟁과 민주노조 운동의 주역으로서 한국 노동운동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내 한국의 경제성장이 이들 값싼 여성노동자들이 노동력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여성노동자들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시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 그는 여성을 변혁운동의 주체로서 작품을 형상화시킴에 따라 진숙을 통해 여성노동자들의 운동권 투쟁을 시사해주고 있다.

아내가 처음 유아원에 아이를 맡기자고 했을 때 성만은 펄펄 뛰었다. 아내 진숙이 다시 공장엘 나가야겠다는 것이다. 첫아이 인식이를 출산하면서 그만둔 공장이었다. …… 남편의 일방적인 지배자적 자세를 적당히 넘어가선 안된다는 ‘내일을 위한 집’이 개설한 주부강좌의 주장을 아내는 충실히 이행했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런 것이 쌓여서 돌이킬 수 없는 습관이 된다며 아내는 언제고 비타협적으로 따지고 지나갈 것임을 선언한 바 있었다. 부부관계에 대한 강좌는 아내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비타협적으로’ 라는 용어가 특히 인상깊었는지 아내는 몇 번이고 ‘비타협적으로’를 되풀이하며 성만에게 앞으로 섭섭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미리 받았었다. 성만도 아내의 변화에 기꺼워하며 흔쾌히 동의했다. 남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 일인가를 그 역시 회사와의 싸움과정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이 속에서 진숙과 성만은 ‘내일을 위한 집’에서 개설한 강좌에 의해서 가정에서의 불평등이 인간사회에 의한 계급착취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깨닫고 서로를 ‘존경하는 동반자’로 새로이 살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 진숙이 의식을 변화시키며 해고자 복직 투쟁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가족투쟁위원회’를 만들어 그 지역에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 속에서 성만의 투철하지 못한 의식과 진숙의 의식이 ‘내일을 위한 집’의 교육이 계기가 되고, 복직투쟁을 통하여 발전되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 두 사람은 여성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 비타협적으로 의식 속에서 실천하기에 이른다. 그 실천의 결과는 곧 ‘내일을 여는 집’과 해고자협의회, 그리고 따뜻한 연대와, 자본적 이윤보다 환자를 돌보는 양심적인 병원 등의 힘을 얻어 마침내는 성만이 복직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하게 된다.

이는 내일을 위한 집 안에 벽 높이 매달려 있는 액자에 나타나 있는 글에서도 나타난다.

너희는 우리 사회의 내일, 너희의 엄마와 아빠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 이 세상 누구도 속이지 않고 누구도 억누르거나 빼앗지 않으며 지상의 모든 것을 생산해내는 사람들이다. 너희의 엄마와 아빠는 너희의 내일과 너희들이 만들어갈 새나라를 위해 이 순간에도 일하고 있었다는 것을 너희들은 먼 훗날 자랑으로 알게 되리라. 여기는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자들이 가장 풍요롭게 살아가는 내일을 위한 집, 일터에 있는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너희를 밝고 튼튼하게 키우는 것은 우리의 너무나 큰 기쁨이고 보람이다.

  결론

그러나 이러한 노동소설의 경우는 다소 정치적인 성향을 보이는 소지가 많을 뿐만 아니라 문학 고유의 질을 다소 떨어지는 데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노동문학은 큰 주목을 이끌지 못하고 진보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노조를 통한 노동운동이 활성화된다고 할지라도, 현재 사회에서는 그만큼 외면당하는 노동자들의 시각을 소설로 승화시킨다는 점에 대해 의미를 소설에서는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을 넓히고 견문해야 한다는 점, 앞에서 예를 든 프로문학에서 보인 문학의 순수성을 연구하여 구체화를 시킨다면 노동소설의 새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는 '노동'은 어떤 존재인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해보자.

참고문헌

<내일을 여는 집>, 방현석, 창작과 비평사, 1991.
<청소년을 위한 한국현대문학사>, 채호석, 도서출판 두리미디어, 2009.
김영희, <한국현대노동소설연구>, 경남대학교 대학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