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194강 : 역사 인물의 이미지

◎ 역사 인물에 대한 세 가지 이미지

○ 역사상의 이미지

역사상의 이미지는 역사서에 기록된 이미지, 그리고 그것을 해석하는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미지입니다.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이 반드시 진실한 역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국가에서 편찬한 정사라 하더라도 사실이 왜곡되고 앞뒤 내용이 맞지 않는 것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역사학자들은 사료에 의지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반드시 사료의 진위를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일본에서 편찬한 역사서 《일본서기》에 왜가 한반도 남부의 신라와 가야를 정복했다는 임나일본부 기사가 실려있다고 해서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수 없듯이, 사료에 어떤 내용이 실려있다고 해서 모두 믿을 만한 것은 아닙니다. 사료 자체에 대한 신빙성도 따져봐야 하고 내용의 타당성 여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런 연구 과정을 거쳐 역사학자들이 주장하는 역사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바로 역사상의 이미지입니다.


○ 문학상의 이미지

문학 작품에서 역사 인물을 다룰 때 작가에 의해 창작된 이미지는 문학상의 이미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삼국연의처럼 역사 인물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문학 작품이 있는지 제가 문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잘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현대인들은 사실 책을 잘 읽지 않으므로 역사 인물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매체는 사극입니다. 사극 또한 작가의 원고를 기초로 하거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하므로 문학상의 이미지를 영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예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명성황후》에 등장하는 명성황후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일종의 문학상의 이미지입니다.


○ 민간의 이미지

민간에서 역사 인물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들이 오랫동안 구전되어 내려오면 그것이 어떤 인물에 대한 이미지로 굳어집니다. 이것을 민간의 이미지라고 합니다. 고려말 장군인 최영 같은 경우 백성들 사이에서 충신, 강직, 청렴의 아이콘으로 통해왔습니다. 조선 전기에 활동한 도적인 임꺽정은 백성들 사이에서 의적 이미지로 구전되었습니다. 삼국지의 조조는 민간에서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반면 관우는 민간에서 신으로 모셔질 정도로 추앙을 받았습니다. 삼국연의에도 이러한 민간의 이미지가 일부 반영된 것입니다.

백성들은 역사학자들처럼 신중하고 객관적인 자세로 사료를 연구할 필요가 없으며 본인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역사 인물에 대한 이미지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땅 위에 원래 길이 없었는데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면 길이 되는 법이다." - p 41.

중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는 루쉰이라는 사람이 남긴 말이라고 합니다. 역사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생겨나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그 이미지가 사실로 굳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거짓이 진실로 탈바꿈될 수도 있습니다.


○ 삼국지를 바르게 이해하는 자세

이중톈 교수는 역사상의 이미지를 가장 우선으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삼국지의 팬이라면 연의도 여러 번 읽어 보았을 것이고 드라마도 완결까지 정주행하고 게임 시리즈도 많이 플레이해 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종 단계로 정사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삼국사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듯이 지(志)와 주(註), 즉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주》가 정설로 인정받는 사료입니다. 물론 문학상의 이미지와 민간의 이미지에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 이미지도 거듭된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된 것입니다.

"설령 문학상의 이미지와 민간의 이미지가 사실을 잘못 알고 있거나 교묘한 바꿔치기,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해도, 사람들에게 교훈과 이점을 줄 수 있다." - p 51.

삼국연의에는 분명 사실의 교묘한 바꿔치기,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사를 어느 정도 읽은 사람들은 연의의 이러한 속성을 비판하기도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논하자면 역사상의 이미지만 바라보면 됩니다. 나머지 이미지에 대해서는 그 허황된 부분을 지적하고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문학상의 이미지, 민간의 이미지가 가지는 특수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도 교훈을 찾으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고 문헌 - 이중톈, 삼국지 강의, 2007, 김영사.

박찬

627('18)-04-25 15:57

한명회

627('18)-04-27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