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학당(嶺南學堂)

ㆍ작성자	정예림
ㆍ작성일	개국624(2015)년 12월 1일 (화) 23:05 [자시(子時):삼경(三更)]
ㆍ문서분류	강당

ㆍ추천: 0 ㆍ열람: 952

[강의] 제271강 : 엘리트론과 다원론

행정학개론 제30강 : 엘리트론과 다원론

엘리트론과 다원론에 대해 설명하자면 각각 1강씩 다루어도 부족함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 강의는 개론인만큼 그렇게까지 세부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교양 혹은 전공 기초 수준에서 엘리트론과 다원론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단히 집고 넘어가며 이론을 보는 관점을 정책의제설정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먼저 엘리트론이란 아주 간단히 설명하자면, 말그대로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한 지배'를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과정에서 소수의 엘리트들이 허용한 문제만이 정책문제, 정책의제가 되는 것이고 그들의 이익에 반하는 문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바흐라흐&바라츠(Bachrach&Baratz)는 "엘리트들의 권력은 의사결정과정에서만 행사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문제들만 정치체제가 고려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권력이 행사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결국 엘리트론의 관점에서 보자면 정책의 전 과정에서 엘리트들의 권력이 강할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애초에 정책문제를 채택할 때부터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의 입맛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엘리트론에 입각하여 바흐라흐&바라츠가 주장한 것이 바로 무의사결정론(無意思決定論, non-decision making theory)입니다.

무의사결정론이란 엘리트(지배집단)의 가치나 이익에 도전가능성이 있는 문제, 이슈는 의제로 거론되지 않도록 봉쇄하고 엘리트(지배집단)들에게 안전한 문제,이슈만이 논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한국에서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나라 70년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경제성장을 우선시 하여 기타 다른 사회문제들, 노동문제, 환경문제 등이 억압을 받았습니다. 또 정치문제(민주화 운동 등)도 당시 엘리트(지배집단)들의 안보논리에 의해 억압을 받았죠. 이러한 것들은 다 무의사결정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또 무의사결정론에 따르면 의사결정과정이 아무리 민주적으로 보일지라도 무의사결정에 따르면 애초부터 정책의제가 상당히 필터링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절대 민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문제 내지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 무의사결정론이라는 주장이 전개된 원전(原典)은 1962년에 바흐라흐&바라츠가 쓴 <권력의 두가지 얼굴(Two Faces of Power)이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에서부터 이 내용을 잘 드러내고있습니다. 즉, 정치권력에는 두가지 속성이 있는데 하나는 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결정에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고, 또 다른 얼굴(이면)은 바로 정책의제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이익에 반하는 문제, 이슈등이 정책의제화되지 못하도록 억압하는데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억압하는 방법이야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정말로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온건하게 어떤 혜택을 박탈하거나 혜택을 이용해 매수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는 지배적 규범이나 절차를 강조하여 자신들에게 반하는 주장을 꺾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에 반해 다원론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정책과정의 측면에서 정의를 내려보자면 엘리트론과 대비되는 이론으로 권력은 소수의 엘리트들이 아니라 사회 각 계층에게 분산되어 있어 다원화(多元化)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제도적으로는 공식적으로 정책문제를 채택하여 정책의제로 만들고 정책결정을 하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래도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 예컨대 지난시간에도 말했지만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등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이들이 계속하여 현재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시민들의 요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형식적으로는 소수가 정책과정을 좌지우지할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다수에 의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달(Dahl)은 "어떤 사회문제도 얼마든지 정치체제로 침투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침투할 수 있다."라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지, "침투하고 있다."라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원론에 의한다면 소수의 권력자들(엘리트론에 따르면 엘리트, 지배집단들)은 일반 국민들의 요구에 민감하기 때문에 만약 국민들 중 누군가가 어떤 사회문제로 고통을 받는다면,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하여 정책문제로 채택이 될 것입니다. 다원론에서는 그렇기때문에 정책문제로서 추출되는 과정은 '무작위'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주장에 그나마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지난 강의 중에 먼저 설명드렸던 킹돈(Kingdon)의 '정책의 창'이론입니다. 기억하시지요? 정책의 창 이론을 떠올려보신다면 어떤 의미에서 '무작위'라고 하는지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상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어느덧 오늘 강의로 30강이 되었습니다. 강의가 후반부에 접어들었고 또 성균관도 개강한만큼(^^;;) 잠시 쉬는 기간을 갖고 재충전하여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11월 장학금은 곧 지급될 예정입니다.

http://www.1392.org/bbs?laed31:505

조예인

624('15)-12-01 23:25

30강 축하드립니다. 로버트달은 저 멀리 보내버리고 싶은 달..


정예림	강의하는 저도 머리가 아파서 깊게 안들어갔습니다ㅠㅠ 성균관 강의 잘 부탁 드립니다.	12/01 23:28

장지용

624('15)-12-02 00:51

현재 민국은 엘리트주의적인 성향에서 점점 다원론적인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는데, 현재 극우파들은 엘리트주의의 향수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지요. 한국 정당 구조도 엘리트주의적인 새누리당과 다원론적인 새정치연합과 정의당과 군소진보정당의 구도로 볼 수 있겠네요.


정예림	그렇습니다. 현재 민국은 엘리트주의에서 다원주의로 점차 그 성향이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그 뒤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공감하기 어렵습니다만 - 우리나라에 진정한 보수도, 진정한 진보도 없듯이 -, 이는 보시는 분들 각자의 평가에 맡깁니다.)	12/02 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