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학당(嶺南學堂)

ㆍ작성자	정예림
ㆍ작성일	개국625(2016)년 12월 26일 (월) 22:18 [해시(亥時):이경(二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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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07강 : 책임성 유형

행정학(조직행태론) 제58강 : 책임성 유형 (Romzek & Dubnick의 논의를 중심으로)

인간의 부주의에 의한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하지요. 세계 최악의 인재(人災) 10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체르노빌 원전 사고,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 등과 함께 꼽히는 사건이 바로 1986년에 발생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입니다. 이 사고로 탑승하고 있던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하였고 4865억원의 금전적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사고의 원인은 간단히 말하자면 우주선의 부품 하나가 추운 날씨로 인해 얼어 버려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우주선을 발사하기 전 한 기술자가 날씨로 인해 부품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것을 미리 알고 발사를 취소하거나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몇번이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NASA와 고위 관리자들은 기술자의 말을 무시하고 발사를 허가했다고 합니다. 결국 기술자의 예상대로 부품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였고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고 말아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 폭발사고를 접한 Romzek과 Dubnick은 챌린저호 폭발사고를 조사한 후, 사고의 발생 원인을 책임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사례 연구를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서 이들은 통제의 원천(책임을 묻는 자=통제자의 위치)과 통제(책임)의 정도를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의 행정 책임성을 제시하였습니다.

1) 계층적 책임성 (조직 내부에 의한 통제 + 높은 통제 수준)
계층적 책임성은 관료가 조직 상급자의 감독, 명령 및 지시, 조직 내 표준운영규칙 및 내부 규율 등을 지켜야 할 의무를 말하며 관료제의 위계적 질서를 따라야 할 책임을 의미합니다. 조직의 명령계통에 복종하여 행정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2) 법적 책임성 (조직 외부에 의한 통제 + 높은 통제 수준)
법적 책임성은 말 그대로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합니다. 의회가 제정한 법률, 의회의 통제, 판례 등에 따르는 것입니다. 정치행정이원론에 따르는 고전적 역할을 따라 정책의 결정은 의회가, 공무원은 의회가 결정한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지요. 의회와 행정부 간에는 주인-대리인 관계가 적용이 됩니다.

3) 전문가적 책임성 (조직 내부에 의한 통제 + 낮은 통제 수준)
전문가적 책임성은 공무원이 말그대로 담당 분야에서 존중받을 만한 전문성을 보유하며, 전문가로서 전문적 규범에 따라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전문가적 책임에 따라 공무원(관료)들은 훈련, 교육, 업무 경험, 개인적 신념, 전문가로서 재사회화 등을 통해 체득한 전문가적 윤리, 자격, 규범, 기준 등 전문성에 근거하여 가능한 최선을 다해 업무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4) 정치적 책임성 (조직 외부에 의한 통제 + 낮은 통제 수준)
정치적 책임성은 조직 외부의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대응해야 할 의무를 말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정치사회적 요구가 발생합니다. 관료들은 이익집단, 시민단체, 선출직 공무원, 언론,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NASA는 초기에 전문적 권위를 인정받으면서 전문가적 책임성에 바탕을 두고 기관이 운영되었으나, 1970년대 이후로 의회와 행정부의 조직 효율성에 대한 압력과 예산 삭감 등의 변화로, 기존의 전문가적 책임성보다는 정치적 책임성과 계층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의사결정 문화가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적절하지 못한 시스템 변화가 챌린저호 사고 발생의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생각해보기 : 간단한 질문입니다. 통제 수준의 높고 낮음(즉, 통제의 정도가 강하고 약함)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다시 말해서, 계층적 책임성과 법적 책임성은 높은 통제 수준으로 분류되고, 전문가적 책임성과 정치적 책임성은 낮은 통제 수준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다음 강의 예고 : 12월 강의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1월에 재개하겠습니다.

http://www.1392.org/bbs?laed31:561

정병욱

625('16)-12-27 15:40

제 견해를 말할 것 같으면, 이건 아마도 '창의성'에 준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국 박근혜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라는 슬로건을 내건 사례가 이를 두고 하는 소리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낱 빛 좋은 개살구로 비추어졌을 뿐.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었고 오히려 재벌들의 배만 부르게 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남으로써 국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볼 때, 전문가적 책임성과 정치적 책임성은 강제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저마다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때로는 가치관의 차이까지 인정하지만 이를 하나의 통합된 의견으로 좁혀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정책반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통제 수준이 높다면 중앙집권적 성향을 띠기 때문에, 상명하복의 입장에서 사회의 실생활에는 일부 이롭지 않은 점이 있겠지만, 이것이 법치주의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 소요가 줄어드는 이점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민국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이번 강의에서 나온 네 가지 이론에 대한 괴리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로는 '창조경제'라 하면서 젊은 청년들이 실생활에서 공들여 연구하고 분석해서 어렵게 만든 참신한 아이디어를 인정한다 싶더니, 뒤에서는 특정 재벌들이 이 청년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의 아이디어를 단물 빨아먹듯 자기네들 아이디어로 둔갑시키는 우를 범하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통제 수준의 정도를 떠나 보다 투명하고 융통성 있게 행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였으면 합니다.


정예림	일단 기본적으로 강제성의 유무로 통제의 수준(정도)이 구분된 것이 맞습니다만 현 정부의 사례를 들어 견해를 풀어주신 것과 추가적으로 창의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해주신 것이 참 흥미롭네요. 답변 감사합니다.	12/27 16:49

이운

625('16)-12-27 18:12

통제의 수준은 통제 받는 입장의 활동 범위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통제 받는 입장의 활동이 자유롭고 넓으면 통제의 정도가 강하지 않고 반대로 활동의 제약이 생기면 통제의 정도가 강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 계층적, 법적 책임성이 통제 정도가 강한 것에 대해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이를테면 가이드 라인이 명확히 제시하여 그 안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원활하게 통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예림	맞는 말씀이십니다. 계층적, 법적 책임성은 제도적 장치로 관료들의 활동 범위가 넓다고 하긴 어렵겠습니다.	12/27 18:17

장지용

625('16)-12-27 21:25

정치적 책임성을 낮게 바라본다고 이야기하셨지만 사실 제가 봤을때는 강한 간섭으로도 보입니다.

일단 기업에게는 소비자, 국가와 공공에게는 인민에게 해당되는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기업은 불매운동 (최근에 이랜드그룹이 노동자 임금체불 문제로 불매운동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국가와 공공에게는 불신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뀐 것도 불신임에 의한것이나 다름 없었죠.)같은 경우도 있고

특정 계급에 대한 방향도 특정 계급을 자극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장애인등급제 논란처럼 그 해당 계급끼리도 내부 논쟁이 치열(실제로 장애인 운동 사회에서는 적극 폐지론이지만, 일부 당사자 단체에서는 폐지 반대 입장을 가집니다. 폐지 반대의 이유는 주로 복지혜택 축소에 대한 의심.)한 경우도 있고,

언론은 마음만 먹으면 악의적 보도도 가능하죠. (실제로 몇몇 언론들은 기업에 의해 찍혀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겨레신문과 삼성그룹 관계가 대표적이죠. 공공분야는 우리가 이미 보고 있기에 잘 아니까 생략.)

선출직 공무원, 특히 의회 의원은 법적 책임성으로 바로 직결되는 문제가 있지요. (가끔 사회 이슈가 발생하면 그 이슈에 대한 근절, 대책법을 국회의원들이 '해당 이슈 사후 방지법', '특정 이슈와 관련된 인물 이름을 애칭으로 하는 법령[ex. 신해철법]'등을 만드는 것 처럼). 물론 여론은 인민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유착되는 것은 다름 없고.

이렇게 외부 효과중 사회적 효과라고 볼 수 있는 것도 구 통합진보당처럼 특정 집단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은 낮은 통제 수준이 아니라 은근히 센 통제 수준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정예림	해당 책임성 이론은 행정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선출직 공무원이나 의회 의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행정부 조직 외부에서 행정부 관료들을 통제하는 외부 집단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적 책임성이 조직 외부 통제에 해당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외부의 요구에 반응을 하는가 마는가는 법,규정으로 제도화 된 것이 아니므로 강제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료들의 재량에 달린 일이기 때문에 통제 수준이 낮은 것으로(바꿔 말하면 고도의 책임성이 요구되는) 분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12/27 21:45

고무열

625('16)-12-27 22:17

저 나름대로 해석해 보자면 성문화 규칙과 불문화 규칙의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선 계층적 책임성과 법적 책임성에는 책임성의 근거가 성문화된 규칙과 법에 있어, 어기는 것은 곧 이러한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반면, 뒤의 전문가적 책임성과 정치적 책임성은 두루뭉술한 권위체에 대한 책임성인데다 근거가 성문화되어 있지 않아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게 표현하면 신축적 규칙, 나쁘게 표현하면 이현령비현령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불문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영미법계 국가들의 법적 책임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명문의 법전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고전적 학설은 이미 최고법원(Supreme court)과 헌법을 갖고 있으며, 판례가 실질적으로 기속성을 갖고 법의 역할을 한다는 데서 법적 책임성과 통제력이 발효되니 여기서 쓸만한 논거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여기서 불문화 규칙의 책임성이 떨어진다고 표현한 것은 기준에 대하여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냐, 아니면 통념상의 해석이 제시되어 있느냐는 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대답입니다.


정예림	훌륭한 답변입니다. 첨언할 것이 없습니다.	12/27 2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