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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369강 : 고대시가의 구조와 대표 작품
고대시가 혹은 고대가요는 우리 민족의 선조인 예맥(濊貊)이 한반도와 남만주 일대에 삶의 터전을 잡고 생활을 영위한 시기에서부터 향찰 표기의 향가가 발생하기 이전에 존재하던 시가입니다. 이 시기의 시가 구조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국 측의 고기록과 우리 측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모 불 : 서양에서는 신의 영역으로부터 기원됨. 생식과 화식은 상반된 개념으로 문화적 차이를 보임. 그러나 동양이나 서양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좋으냐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음. 다만 그 나라의 고유성에 좌우될 뿐.) 이 시기는 정치 사회사적으로 부족국가 시대로부터 삼국 정립의 시기까지, 문학사적으로 원시종합예술체시대로부터 향찰 표기의 향가 발생 이전의 시기로 봅니다. 이 시기에 대한 사례는 다음과 같이 볼 수 있습니다. ○ 은나라 정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 나라 안에 큰 모임을 가지고 날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춘다. 이를 영고(迎鼓=잔치)라 이른다. ― 삼국지 위서 동이전 부여(夫餘) ○ 시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나라 안에 모임을 가지니 이름하여 동맹(東盟)이라 한다. … 그 나라 동쪽에 큰 혈(穴)이 있는데 수혈(隨穴)이라 한다. 시월에 나라 안에 큰 모임을 가지고 수신(隨神)을 맞이하여 나라 동쪽 가에 돌아가 제사를 지내는데 신좌(神座)에 나무로 만든 수신을 모신다. ―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高句麗) (메모 북방→하강신화→고조선, 남방→용출신화→제주도) ○ 항상 시월절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밤낮 술 마시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이것을 무천(舞天=추수감사절과 같은 의미)이라 이른다. ― 삼국지 위서 동이전 예(濊) ○ 늘 5월이면 씨 뿌리기를 마치고 귀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무리가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시는데 밤낮 쉬지 않는다. 그 춤은 수십 명이 함께 일어나 서로 따르며 땅을 밟고 뛰며 손발이 서로 응하니 그 절주(節奏)는 탁무(鐸舞)와 같음이 있다. 시월에 농사가 끝나면 또 한 번, 이와 같이 한다. ―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韓) 부족 국가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평소에도 가무를 좋아하고 부족적 제의의 뒤에 반드시 가무를 행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가무는 가무악으로서 음악 ㆍ 시가 ㆍ 무용이 혼연일체가 되어 있는 원시 종합예술체이며, 악기의 반주가 따른 절주(리듬) 있는 춤을 추었음으로 보아 상당히 정제된 가무악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가의 경우 노래가 교령(交靈)의 매체로 불리어지되, 한 갈래는 지고한 신격에 대한 찬송 ㆍ 기원적 노래요, 또 한 갈래는 주가적 노래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앞의 갈래는 신에 대한 경외(敬畏)를 갖고 칭찬과 환호, 그리고 칭명과 추수, 또는 감탄의 어법이나 청원, 탄원, 기구(祈求), 고백의 어법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주가적 노래는 직설적 표현으로서 환기, 명령, 가정(假定), 서술의 어법을 갖춘 양식화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때 나온 노래로 잘 알려진 건 네 작품이 있는데, 고대의 주가적 노래로 <구지가>와 <해가>를 들 수 있습니다. 龜何龜何 首其現也 → 신을 위협. 若不現也 燔灼而喫也. <구지가> ― 4 ㆍ 4 4언구 龜乎龜乎出水路 掠人婦女罪何極 汝若悖逆不出獻 入網捕掠燔之喫. <해가> (메모 시경→ 원래의 글, 시전(가르침)→주자가 해설) (신라시대 향가) 유리왕대(24~56) : 會樂 辛熱樂 兜率歌(會蘇曲) 탈해왕대(57~79) : 突阿樂 파사왕대(80~111) : 枝兒樂 내해왕대(196~229) : 思內(詩惱)樂(勿稽子歌) 이 중 고대시가 가운데 중요한 노래인 <황조가> <도솔가> <구지가>를 예로 듭니다. ○ 황조가(黃鳥歌)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유리명왕 3년 7월에 알천(川)에 이궁(離宮)을 지었고, 10월에 왕비 송씨가 돌아갔다. 왕은 다시 두 여자를 계실(繼室)로 얻었으니, 하나는 화희(禾姬)로서 골천 사람의 딸이고, 하나는 치희(雉姬)로서 한인의 딸인데, 두 여자는 사랑 싸움으로 서로 화목하지 못하였으므로 왕은 양곡(凉谷)에 동서(東西) 두 궁을 짓고 각기 살게 했다. 뒤에 왕이 기산에 사냥을 가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았는데, 두 여자는 싸우되 화희가 치희를 꾸짖어 말하기를 “너는 한가의 비첩으로 어찌 무례함이 심한가?” 했더니, 치희는 부끄럽고 한되어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채찍하여 쫓았으나 치희는 성이나 돌아오지 않았다. 왕은 일찍이 나무 밑에서 쉬면서 꾀꼬리들이 날아 모임을 보고 이에 느끼어 노래하되, (유리왕의 지음에 대한 의견 차이, 시중에서 백성들 사이에 널리 알려짐.) 오락가락하는 꾀꼬리는 암수가 서로 좇는데 외로운 이내몸은 누구와 더불어 살까. 라 하였다. 위의 기록에서는 고구려의 유리왕이 직접 창작했을 뿐만이 아니라 창작 동기나 노래의 내용으로 보아서도 개인적 정서를 다룬 서정시가로 다루었음을 알 수 있게 하지만 서사시가로 묘사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예로 들어보면, 첫째, 화희와 치희의 이름은 다분히 명칭으로 생각되기 쉽고, 둘째, 유리왕의 태자 책봉에 따른 설화가 영웅담적인 서사구조를 띠고 있으며, 셋째, 노래의 창작 당시가 고구려 부족국가의 성립시기인 만큼 집단적인 서사시가 시대임을 들고서 문학사적으로 서사시기에 속한다고 논급하고 있습니다. (메모 화희[농경민으로 대표]→향리출신, 치희[수렵민으로 대표]→한나라로 규정함.) ○ 공후인(引)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라 하는데, 고조선의 진졸인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순수 서정시가입니다. 이 노래에 따른 설화는 진나라의 최표가 엮은 <고금주>에 나와 있습니다. 공후인은 옛 조선의 진졸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이 지은 바다. 자고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끌려고 가는데, 한 머리 센 미친 사람이 머리를 풀고 술병을 들고 어지러운 물을 건너려 하니, 그 아내가 좇으며 외쳐 막았으나, 미치지 못하고 드디어 물에 빠져 죽었다. 이에 그 아내는 공후를 타며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으니, 그 소리는 심히 구슬펐다. 노래가 끝나자 스스로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자고가 돌아와 그 아내 여옥에게 그 광경과 노래를 이야기해 주니, 여옥이 슬퍼하며, 곧 공후로 그 소리를 본받아 타니, 듣는 자는 눈물을 흘리지 않음이 없었다. 여옥은 그 소리를 이웃 여자 여용에게 전하니 일컬어 공후인이라 한다. 가사는 송나라 곽무천이 엮은 『악부시집』 4언4구의 한역시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公無渡河 임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임은 그예 물을 건너시다 墮河而死 물에 떨어져 죽으니 當奈公何 임은 어쩌잔 말인가. 이 노래의 원작자를 백수광부의 아내이며, 이를 정착시킨 이가 여옥이라고 하는가 하면, 당시 우리 문화의 정도로 보아 후세인의 의작 또는 위작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에서 불려지다가 중국으로 유입되어 저쪽의 문헌에 정착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 노래의 주제는 임의 죽음이며, 그 중심 소재는 물입니다. 물이 갖는 상징이 소멸성과 재생성, 그리고 모성성으로 고려한다면 백수광부의 익사는 곧 모태회귀요 낙원세계로의 회귀인 것입니다. ○ 도솔가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우리 가요의 남상(濫觴)이라느니, 서사시가에서 서정시가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중요한 가요, 또는 낡은 가악인 신요(神謠)에 종교적인 요소가 탈락된 순연한 민중의 환강을 읊어낸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갖춘 가요의 발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龜旨歌(구지가) 龜何龜何 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 머리를 내어 놓아라 若不現也 만약 내어 놓지 않으면 燔灼而喫也. 굽고 구워 먹겠다. 이 작품은 가락국 시조의 탄강신화(誕降神話)로서 구복의식 중에 신탁에 의해 춤과 더불어 불리워진 주가(呪歌)입니다. 특히 신화에서는, “‘문구’를 복이라 하는데, 일의 길흉을 알고자 하여 거북을 구워 그 조짐을 보는 것을 이른다”고 정의한 것으로 보아, 거북을 구워 그 껍질의 금을 보고서 일을 결정하는 점복(占卜)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번작’이라는 어사도 바로 이 가락국 연맹장의 선출에 거북점의 행사를 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명령적이고 위업적인 이 시가는 가락국 부족연맹장을 선출하기 위해 거북을 구우면서 구간과 더불어 사람들이 거북에게 직접 주술을 걸면서 부르는 측면도 있습니다. 참고자료 국문학편찬위원회, <국문학신강>, 새문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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