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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363강 : 송욱 시인론 (2)
송욱(宋稶) 시인론 - <유혹>과 <하여지향>을 중심으로 (2) 또 1950년대의 비참한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시도 있다. 죽은 아내를 화자로 삼은 <서방님께>라는 작품이 그것이다. 지전이 불고 공기가 줄어서 숨이 가쁘듯이 출근하시고 나서 뭉클한 것이 가슴에서 올라오더니 목이 메었어요 슬퍼 마세요. 관 속에서 잠깐 머물다가 불꽃 속으로 뛰어들겠어요. 조상군들 앞에서 개잠 들어 그리시던 여인을 만나신 것을 부끄러워 마세요. 어미를 여읜 아들과 딸자식이 미움처럼 눈물처럼 앞을 가릴 텐데 새 세상 보실 텐데 새 세상 보실 텐데 들먹이는 가슴이 거짓은 아니지만 시방 울지 마세요. …중략… 박봉에 삼일장이 무슨 말씀입니까. 내일 아침 먼동이 튼들 제가 또한 누구는 위하여 유황불을 받어요 햇살을 받어요. - <서방님께> 일부. 위 시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죽은 아내를 화자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박봉’으로 ‘삼일장’을 치르는 남편을 비웃는 형식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지전’이 불어나는 경제적 현실과 ‘박봉’ 등으로 서민경제의 곤란을 보여줌으로써 시의 화자가 자신의 장례식에서 다른 여자를 생각하면서도 슬퍼하는 남편을 오히려 위로하는 아이러니를 통해 원망과 조소를 담아내고 있다. 척식 식산 생식을 겪어왔으니 성도 이름도 없는 얼굴들을 등지고 온다. …중략… 꿈자리까지 살붙이가 별처럼 자리를 잡고 쥐꼬리만 한 월급을 닳아 가는 목숨이라고 신부처럼 온다는 그날을 가로막아 부부가 마주 앉고 한숨지며는 사랑하는 사람인 양 흔드는 장난감을 웃는 아기여! …하략… - <척식 식산 생식> 부분. 위의 시에서 ‘성도 이름도 없는 얼굴들’이 의미한 부분은 친일파나 그의 후손들의 창씨명, 또는 그 과거를 숨기고 있는 모습을 암시하며, ‘웃는 아기’는 친일파의 후손이 자본을 증식시키는 행위나 또는 장난감을 흔들며 웃고 있는 친일파의 후손을 일컫고 있는데 이것은 날카로운 풍자의 면모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사회에 대한 대안이나 직접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오직 서구 이론들에 영향을 받아 비판적 시야만을 넓힐 뿐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점을 극복한 작품이 있으니 이 작품이 바로 연작시인 <하여지향>이 그것이다. <하여지향>은 고려가 멸망하기 직전, 이방원이 지은 경기체가인 <하여가(何如歌)>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1930년대 이상의 시와 비견될 만큼 극단적인 언어실험을 도입함으로써, 내면성을 구체화하였다. 여기서 내면성은 정신성과 짝을 이루며 역사의식 그리고 시대성과 함께 작용한다. 이는 시대나 역사의 문제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한 시에서 내면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전후문학에서는 실존적 위기라는 세계 문학적 흐름을 한국적 상황으로 받아들이며 내면화되지 못한 의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움직임 속에서, 이 작품은 그 실천적 사례의 하나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환영 만세 니힐 니힐리야. 말하자면 말이 행동이 아니다. 뜻할 듯 말 듯 눈코를 뜨는 사이, 성좌에 앉아 땅을 훔켜쥔다. …중략… 감찰 감사 사찰하는 하늘처럼 하늘대는 하얀 꽃이, 구유통에 태난 어린이가, 밥이 돌이고 돌이 밥이라고, 생각도 느낌도 없는 부호가 숨 숨쉬는데, 회사 같은 사회가 호랑이처럼 날뛰며 덤벼드는 꿈을 잃었다. …하략… - <하여지향 4> 부분. ‘환영’과 ‘만세’에 이어지는 ‘니힐 니힐레야’는 소리로만 흥을 돋우는 피리 소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실상으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환영’과 ‘만세’라는 앞의 시어들이 ‘니힐’에 의해 부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니힐’은 ‘니힐리즘’, 즉 허무주의를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성좌’는 ‘환영’과 ‘만세’를 받았던 주체가 앉는 곳으로 의미한다. 그리고 <하여지향 2>에서는 이런 허무주의에 모순된 사회현실에 대한 자신의 무력함과 대안이 없는 사회비판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50년대의 모순된 사회적 상황과 지식인으로서 자아의식의 나약함과 무기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때 염라 할아버지가 “이놈 배지 못한 놈 아무리 개화한 폐허기로서니!” 아아 절대는 끊어지고 목숨은 목숨대로! 꼬꼬대 잠꼬대 ‘아뿌레’가 아뿔싸 지각을 한다. 민주 주의(칠!) 내일은 정녕 얼떨떨하고 역사보다 야담을 사랑하는 사랑하는 그대만 진정 아름다워? …하략… - <하여지향 6> 일부. 또 <하여지향 6>에서 민주주의는 허울일 뿐이고, 오히려 “주의(칠!)”이라고 비꼬며 경계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억압된 당시 현실사회에서 진정으로 역사를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권력에 순종하며 ‘야담’만을 즐기는 사람들이 인정받는 사회로 전이되는 상황을 풍자한 대목이다. …상략… 입체다 죽음이다 서 있는 송장이다. 쫓겨난 중이라 제 머리를 깎는다면, 술을 벗 삼아 이야기하라. 그대가 죽은 뒤에 돈을 알다니! 그 나라에는 열매가 있고 나무가 없다. 그 나라에선 손아귀에 제풀로 모든 것이 쥐어진다. 깡깡나라에선 바보가 어느듯 바보 똘똘이 똘똘이가 어느 새 똘똘이 바보. 직업을 단벌옷처럼 입고, 떨어진 양심을 양말처럼 신었지만, 언제나 원망을 들어가면서 언제나 민망하게 지내야겠다. …하략… - <하여지향 2> 일부. <하여지향>은 자유당의 독재가 강화되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던 50년대 말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연작시로, 범박한 시대적 풍자 외에도 의미의 확장과 환기에 있어서 신선한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령, ‘바보가 어느듯/바보 똘똘이/똘똘이가 어느새/똘똘이 바보’라는 대목에서 ‘바보’는 축자적으로 ‘사리판단이 느린 사람’ 혹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흐릿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바보 똘똘이’로 병치하면 ‘우지갛ㄴ 자’ 또는 ‘정직한 자’라는 뉘앙스를 동반하게 한다. 이를 반대로 ‘똘똘이 바보’라 해놓는다면 ‘줏대 없는 지식인’이라는 간접적 의미로 파생하게 된다. 그리고 ‘직업을 단벌 옷처럼 입고,/떨어진 양심’이라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단벌 옷’은 단순히 단출한 옷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하지만, 여유를 가질 수 없는 처지라는 의미를 띠게 되고, ‘자기밖에 모르는 소시민’이나 ‘줏대를 버린 지식인’이라는 이미지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떨어진 양심을/양말처럼 신었지만’이라는 대목에서의 ‘떨어진’은 작게는 중의법을 연상시키지만 ‘전의의 문체, 그리고 모방미’ 등의 미학을 거쳐 새로운 의미망을 구성하게 함을 엿보이게 한다. 이런 그의 시각을 통해서 <하여지향>은 시인이 다양한 기법으로의 실험정신을 보다 구체적으로 형식화(形式化)하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우선 이 작품의 전형적인 특성은 다양한 수사적 기법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그의 시에선 은유와 환유, 그리고 상징 등 수사적 장치들이 곳곳에 숨어있으므로 풍자의 측면이 부각되어 있다. 풍자는 ‘경박한 것과 진지한 것 사이를, 그리고 사소한 것과 교훈적인 것 사이를 왕복하며 극히 유치하고 잔인한 것으로부터 고도로 세련되고 교훈적인 것에 이른다.’고 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위트, 아이러니, 야유, 욕설, 패러디나 역설, 그리고 축소와 과장 등 많은 기교와 어조를 사용하게 된다. 송욱의 시에서 풍자가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 대한 인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여지향>의 핵심주제는 지금 인간이 하는 일, 그리고 인간이 지향하는 모든 것을 의미화 하는 일련의 부분들이다. 그 다음으로 알레고리가 있다. 알레고리는 비유적으로 말하거나 또는 다른 말로 말하는 것, 곧 어떤 것을 말하고 다른 것을 의미한다. 특히 알레고리는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어지는 것 사이의 거리를 더욱 중요시한다. 알레고리의 기원은 결국 문학에 있기보다는 종교에 있으며 처음부터 신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알레고리는 사건을 직접적이고 보다 현실적으로 독자들에게 알림으로써 ‘신화를 낭만주의적 상징’으로 회귀시키는 데 중요한 기능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그 까닭이라 하겠다. 그 대표적 예는 구약성서(舊約聖書)에 나오는 ‘창세기(創世記)’가 바로 그 대표적 사례다. 이 신화의 배경이 되는 ‘에덴’이라는 낙원을 알레고리로서 실현시킨다. 솜덩이 같은 몸뚱아리에 쇳덩이처럼 무거운 집을 달팽이처럼 지고, 먼동이 아니라 가까운 밤을 밤이 아니라 트는 싹을 기다리며, 아닌 것과 아닌 것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모순이 꿈틀대는 뱀을 밟고 섰다. 눈앞에서 또렷한 아기가 웃고, 뒤통수가 온통 피 먹은 백정이라, 아우성치는 자궁에서 씨가 웃으면 망종이 펼쳐가는 만물상이여! 아아 구슬을 굴리어라 유리방에서― …중략… 솜덩이 같은 쇳덩이 같은 이 몸뚱아리며 게딱지 같은 집을 사람이 될 터이니 사람 살려라. 모두가 죄를 먹고 시치미를 떼는데, 개처럼 살아가니 사람 살려라. 허울이 좋고 붉은 두 볼로 철면피를 탈피하고 새살 같은 마음으로, 세상이 들창처럼 떨어져 닫히며는, 땅군처럼 뱀을 감고 내일을 등극한다. - <하여지향 1> 일부. 그는 내부세계로 중점을 둔 심리적 알레고리의 형태를 취함으로써 아담과 이브가 머무는 공간에서 탈피하여, 시인과 거리를 두는 낭만적 동경의 장소로 쓰이게 된다. 그리고 화석화된 사물들의 이름을 만들어내어 새롭게 창조하고자 노력하였음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새롭게 부여받은 곳에는 실제와 이름이 하나로 합일된 신화의 공간이 아니다. 따라서 시인이 창조한 공간은 폐쇄적이고 순환적이며 숙명론적인 영역을 표상한 것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송욱에게 성서에서 나오는 일화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끌어줌에 따라,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역사의식을 대변하게 해준다. 그리고 뒤이어 ‘말놀이’를 꼽을 수 있다. 송욱에게 있어 말놀이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동안, 사회문화현상이 중심을 잃은 상태로 폭력이 지식을 지배하고 있는 데에 대한 정신적인 대응과 확산의 과제로서의 해답이었고 그와 동시에 지식인으로서의 자기다움을 찾고자 했던 구심적인 몸부림으로 작용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수수께끼적 말놀이 때문에 읽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말놀이는 ‘말’을 표현하는 자가 타인들에게 특정 의의를 전달하거나 은폐하는 경우에 행해지며 따라서 말을 쓰는 자의 엄격한 통제 하에 쓰이게 된다. 결국 송욱의 언어가 유독 ‘몸’, 즉 실질 세계인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면 언어의 해체는 곧 삶의 해체를 의미하게 된다. 곧 삶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믿음이 허상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을 전략적인 말놀이로서, 진정한 실체로의 탐색으로 부여받게 된다. 송욱이 보여준 실험으로서 문법적 구분의 파괴, 비문맥적인 상황은 시인의 인격과 의미와도 아무런 관련 없이 낱말이 낱말을 파괴하여 낱말의 자유를 기도하는 역설적 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송욱은 동음이의어를 사용하거나 음의 운율적 반복을 통한 문맥적 의미의 일탈을 사용하여 말놀이를 즐기는데 있어 언어적 책략을 고려하게 된다. 그 사례가 바로 한자(漢字) 사용이다. 이것은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를 함께 쓰면서 누릴 수 있는 ‘말소리에 의한 말뜻의 무화’로 나아가게 되는데, 한글이 기의가 되는 한자보다 우위를 접하면서 기존의 의미를 생각하려는 순간 파괴되어 새로운 소리와 결합하여 전혀 다른 의미를 낳게 됨을 역설하게 해준다. 이것을 두고 송욱의 시는 대중을 지향하면서도 대중적이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게 하였음을 보여주게 된다. 그것은 말놀이의 규칙을 모르는, 혹은 자기 말의 체계를 파괴할 수 없었던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세계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런 그의 시 창작은 영문학을 전공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기존의 모더니즘 시를 보다 고차원적(高次元的)인 시론으로 진보하는데 결코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시적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오늘날에까지 고전으로 전해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결론 송욱의 시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ㆍ25를 거쳐, 자유당의 집권과 4ㆍ19로 진행되는 역사적 배경 속에 살았던 시인의 내면적인 투쟁을 엿볼 수 있게 하는 현실로의 고발을 추구하였음을 볼 수 있었다. 초기의 시에서는 전후의 무기력함의 문학적 관점에서 탈피하여 보다 자연관조적인 시각으로 모더니즘 시를 한국적인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주력하였음을 엿볼 수 있게 하였고, 중기 시에서는 이런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하는 세상이 좌절되자, 현실적인 시각으로 이상(李箱)에 버금가는 실험시를 선보임으로써 현실을 풍자적으로, 또는 유희적(遊戱的)인 시각으로 사회를 보다 긍정적인 시각으로 그림으로써 보다 고차원적인 시론을 이룩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연구 성과에도, 송욱의 시들은 우리들에게 친근하지 않다. 그러나 비록 난해한 시로의 이미지로 인해 송욱이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의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시론에서만큼은 오늘날에도 유용하게 쓰일 정도로 소중한 자원임에는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자료 박몽구, 송욱 시와 상징의 언어―시집 <하여지향>을 중심으로―, 어문연구 46, 어문연구학회, 2004. 신진숙, 송욱 초기 시에 나타난 정신과 육체의 의미 고찰―시집 <유혹>을 중심으로, 고황논집 34, 경희대학교 대학원 원우회, 2004. 천세웅, 송욱시 연구, 한국시문학 11, 한국시문학회, 2001. 박종석, 송욱시 연구(1)―<유혹> 시집을 중심으로, 동남어문논집 7, 동남어문학회, 1997. 김한식, 시학과 수사학―송욱의 시와 시론 연구―, 상허학보 12, 상허학회, 2004. 홍부용, 송욱 시 연구, 동국대학교 대학원 석사논문,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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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1392.org/bbs?laed3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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