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 제245강 : 정의
정의(正義, justice)는 문자 그대로 풀어 말하면 올바른 뜻을 의미하며 사전적 정의를 보자면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치의 개념이 그러하듯 정의란 무엇인지 쉽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볼 것이냐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종교적으로 보면 신께서 내린 말씀대로 행동하는 것이 정의라고 할 것입니다. 공리주의에서는 최대 다수에게 최대의 행복을 부여해주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렇듯 정의에 대한 개념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번 강의에서, 그러니까 저는 ‘사회적 가치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정의를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대표하는 학자로는 롤스(John Rawls)나 샌델(Michael Sandel)등이 있습니다. 롤스는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이라는 저서가 매우 유명하죠. 샌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자 미국의 정치학자입니다. 샌델은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학자로 꼽힙니다. 여담이지만 행정학에서 언급되는 학자들은 대부분 정치학자들입니다. 애초에 행정학을 선도하는 미국에서는 한국에서만큼 행정학과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이 정치학과 안에 포함이 되어있거나 혹은 경영학 안에 포함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행정학을 가르치는 교수님들도 대부분 박사학위는 행정학 박사가 아닌 정치학 박사일 겁니다. 다시 강의로 돌아와서 롤스의 경우는 정의가 사회 제도의 첫 번째 덕목이라고 말합니다. 샌델은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인지 묻는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결국 돈, 명예, 권력, 의무, 권리 등과 같은 가치들을 올바르게 분배하여 개인에게 합당하게 나누어 주는 것을 정의라고 보는 것이죠. 이번 강의에서는 정의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롤스의 정의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롤스는 공리주의자들의 정의 원칙이 소수를 희생시키는 원칙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수정된 정의의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의 거지와 병자들을 몰아서 감옥에 가두어 놓거나 제거하면 공리주의자들이 말하는 사회적 쾌락의 총량은 높아질 수 있으나 이런 것이 정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롤스의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의 핵심으로는 크게 정의의 우선성(priority of justice), 원초적 상태(original position, 원초적 입장이라고도 번역합니다.), 정의의 두 원리가 있습니다. 정의의 우선성이란 정의야 말로 가치 중의 가치이고 상충하는 가치들을 조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다른 가치들보다 우선성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롤스는 “정의야 말로 신성하다.”라고까지 말하였습니다. 원초적 상태라는 것은 롤스가 설정한 정의의 원칙이 도출되는 가상적 상황을 말합니다. 모든 당사자들은 의사 결정 절차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자원은 풍부하지도 궁핍하지도 않은 적당한 부족(moderate scarcity)을 보이는 상태이며 구성원들은 자원이 적당히 부족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계급, 직업, 재능 등을 모르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무지의 장막)’에 둘러 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또 구성원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인 사람들이지만 무지의 베일에 둘러 싸여 있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자신도, 타인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할 수 없고 결국 타인의 선(善)까지 고려하게 되는 공정성도 확보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원초적 상태에서는 구성원들은 ‘최소 극대화의 법칙(maximin rule)’에 의한 선택이 가능하다고 가정합니다. 이는 여러 대안들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할 때 어떤 대안의 최악의 결과(최소)가 다른 대안들이 갖는 최악의 결과에 비해 가장 우월한(극대화)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예를 들면 어떤 선택지는 최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만큼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지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지만 그만큼 실패해도 나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할 때 확실하지 않은 최대의 이익을 위해 최악의 실패를 맛볼 수도 있는 모험적인 선택은 하지 않고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롤스는 이러한 원초적 상태에서 합의된 법칙들을 사회 정의의 원리로 간주하며 두 가지의 기본 원리를 제시합니다. 제1 원리(자유의 평등 원리)는 모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유사한 자유와 상충되지 않는 한해서 가장 광범위한 자유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갖습니다. 제2 원리(차등의 원리)는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은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조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평등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어야 하고, 공정한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조건하에서만 제반 지위와 직위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롤스는 두 가지의 원리가 충돌할때는 제1 원리가 제2 원리에 우선하고, 제2 원리 내에서 충돌할 때는 기회 균등의 원칙이 차등의 원칙에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롤스는 자유방임주의에 의거한 전통적 자유주의와 생산 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의 양 극단을 지양하고 자유와 평등의 조화를 추구하는 중도적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유의 원리에서 출발하지만 불평등을 부정하지는 않는 것이죠. 즉,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정의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파로부터는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좌파로부터는 바람직한 불평등이 아닌 완전한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고 이들과 구분이 되는 점입니다. 그 외에도 롤스가 가정했던 의사 선택에 있어서 최소 극대화의 원리도 비판을 받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최소 극대화가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대 효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상 오늘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다음 강의는 행정의 마지막 본질적 가치인 공익(公益)에 대하여 진행하겠습니다. * 생각해보기 정의에 대해 자유롭고 폭넓게 생각해보세요. 이번 강의에서 다룬 롤스의 정의론 외에 다른 정의론에 대해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우리 나라에서 유행을 했었는데 혹시 이 책을 읽으셨다면 이에 대한 것을 말씀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아니면 흔히들 정의 사회 구현이라고들 많이 하는데 우리 사회가(민국 혹은 아조) 정의로운지, 정의롭지 않다면 왜 그런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는 명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등등 그냥 편하게 차 한잔 하면서 담소 나누듯이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
http://www.1392.org/bbs?laed31:474  
|
| 
|
![[1]](./data/board/member/img/1/i_dcf79fa7be.gif "[1]")
장지용 624('15)-09-18 02:14
|
2012 대선에서 문재인이 정의를 강조한 적이 있지요.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가 히트를 쳤을때는 정의에 대한 갈망이 높았던 시대였기도 하였긴 합니다. 지금도 정의롭지 못하죠. 사실. 그 예는 갑질 논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
|||||||
|
||||||||
정예림
![[2]](./data/board/member/img/1/i_a51afbc9bb.gif "[2]")
이벽손 624('15)-09-18 21:12
|
'정의란 무엇인가'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ebs에서 방영했던 하버드의 수업 풍경이 기억에 남더군요. 좋은 강의 잘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초인이 우리 사회에 '정의'를 이식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정의'를 활용하는 것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습니다. 만약 우리 삶에 정의가 필요하다면 나부터 먼저 정의로워져야겠죠. 지금이 정의롭지 못한 시대인 것은 맞지만, 그것을 시대 탓으로 돌리는 건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대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는 우리 개개인의 삶이니까요.
|
|||||||
|
|
||||||||
천어
정예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