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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학당 강의 공간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30(2021)년 9월 3일 (금) 19:17  [술시(戌時):초경(初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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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67강 : 한국문학의 특질
한국문학의 특질

각 민족의 문학은 각기 다른 민족의 주체성 속에서 육성되기 때문에 문학의 종족(種族) 관념은 불식해 버릴 수 없는 어떤 특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특질을 잡아내어 몇 마디, 또는 몇 가지로 요약하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연구자의 관점에서 달라질 수 있고, 문학의 내용면에서 또는 형식과 표현기교 등에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결론을 모두 수렴하여 종합하는 작업도 독자적인 시각의 결여가 있어 보편적이고 객관적일 수는 없습니다.

우선 한국문학의 특질에 대해서 가장 먼저 거론한 학자를 예로 든다면 조윤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조윤제는 세 가지 측면으로 우리 문학의 고유한 특성을 들었습니다.
첫째로 은근과 끈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은근은 표현기법상의 특질이고, 끈기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추출해낸 특질입니다.

은근의 경우,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 특성은 직설적인 표현을 거부하고 우회적이고도 여운을 남기는 수법을 통해 인물의 아름다움이라든가 자연 풍경의 사실성을 그리고 있습니다. <춘향전>의 춘향에 대한 묘사와 남구만의 시조를 예로 들었습니다.

끈기의 경우, 지절(志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옛 시가 작품뿐만 아니라 고전소설을 통해서 볼 때 신념을 지키거나, 이별 후에 찾아오는 쓰라린 기다림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주인공들이 훼절되지 않고 끈기를 가지며 자세를 바꾸지 않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정몽주의 <단심가>와 <가시리>가 그 예입니다.
둘째로 가냘픔과 애처로움입니다. 이것은 애상적인 것으로서 곡절 많은 우리 역사와 곡선미를 즐긴 우리 민족성과 결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해학적인 것이 한 부분 차지하므로 간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모순으로 보이는 부분을 메꿔주는 것이 우리 문학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남도민요인 <육자배기>와 서도민요인 <수심가>가 있습니다.
셋째로 "두어라"와 "노세"를 들었는데 이는 체념적, 혹은 낙천적인 운명관에서 비롯된 민족성이 그대로 문학에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 이 역시 우리 선조들의 현실인식과 몸에 밴 생활습속에서 분비된 특질로 보았습니다. 간혹 시조 종장 첫 구에 특색이 되다시피 한 ‘두어라’라든가 노랫가락에서 쉽게 듣는 ‘노세’ 등이 그 예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조윤제의 견해는 일본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자칫 한국인의 민족관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소지를 낳게 됩니다.
이와 같은 견해에 바탕을 두고 김동욱은 '멋'을 우리 문학에 잠재해 있음을 밝혔습니다. 그는 단순히 멋으로 보지 않고 어떤 형용사를 거느리는 멋으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김동욱은 “끈기”를 미적 범주의 네 가지 유형(숭고ㆍ비장ㆍ우아ㆍ골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조윤제의 견해에 한계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가냘픔’과 ‘은근함’을 연결시켜 “가냘프고 은근한 멋”이 우리 문학의 특질로 보았습니다.

중국의 화려한 스케일이나 일본의 맺고 끊는 선과는 다르게 우리 문학작품 자체가 신라 이래로 어떤 통일된 원리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규정했습니다. 다만 가냘프고 은근한 멋이 우리의 생활과 이를 표현한 우리 문학의 숨은 특성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문학에 풍류가 있음을 감안한다면 멋스러움에다 우리 문학의 특질로 보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자균은 크게 양반형의 문학과 평민형의 문학으로서 우리 문학의 본질을 정의했습니다. 크게 <춘향전>의 주요 인물들에 빗대어 양반형의 문학을 이도령형의 문학, 평민형의 문학을 방자형의 문학으로 규정했습니다.

양반형의 문학에서는 정관을 주로 하고 예지에 집착하는 몽환ㆍ관조의 세계를 가진 아폴로형의 문학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선 점잖음과 도덕주의적 시각과 공리주의적 양상이 깃들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평민형의 문학에서는 명정의 세계에 상주하며 충동적ㆍ본능적ㆍ열정적인 향락을 목적으로 하는 디오니소스형의 문학이라는 특질로 보았습니다.

양반형 문학의 예로 든 사례가 이황의 <도산십이곡>인데, 그는 <도산십이곡>의 발문 부분에 있는 문학관을 통해 남녀상열지사 계열의 작품을 배척하거나 익살스러운 표현을 무시하고 오직 도학자적인 점잖음으로 일관하였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문학적 성향은 퇴계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신라ㆍ고려시대의 지배층인 승려ㆍ무사ㆍ문인, 그리고 조선시대의 양반 관료들의 작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공명주의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유교적 입신출세의 처세관에서 비롯되며 도교적인 은일도피사상,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취락적인 향락주의의 양면성을 띰을 주장했습니다. 그 예로 김만중의 <구운몽>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평민문학에서의 해학성도 상당한 작품에서 노출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다수의 고전소설에서는 이 해학성을 주요 표현소로 되어 있고, 사설시조(장시조) 수백 편 중 그 태반이 포복절도할 해학과 웃음의 문학으로 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춘향전>에서 방자의 익살과 해학, <흥부전>에서 흥부 가족의 비참한 생활 속에 나오는 코미디적 요소의 장면들, <심청전>에서 심봉사와 뺑덕 어미의 생활 등 도처에서 유머와 위트에 충만한 평민성과 해학성이 있음을 예로 들었습니다.

평민문학의 또 하나의 특징은 색정파 문학을 들었습니다. 구자균은 18세기 전후로 하여 등장한 산문문학과 사설시조에 의해 나타나고 있음을 밝히며, 인간 본성의 해방을 부르짖던 조선후기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들은 노골적인 육담과 외설, 그리고 호색적인 표현으로 표출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끈기 있는 연면성을 들고 있으나, 문학정신사적 측면에서 바라본 시각에 맞춘 조윤제의 시각과는 다르게 구자균은 문학의 형태적인 연속성의 측면에서 보고자 했습니다.

그는 우리 고전문학이 수천 년 동안 여러 장르가 생성ㆍ발달하고 쇠퇴하였지만, 시가와 산문이 단절되지 않았음을 밝혔습니다. 이는 어느 한 장르가 시대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새로이 다른 장르를 생성하여 옛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문학을 창조함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 밖에도 최근 거론되고 있는 한국문학의 또 다른 특질, 가령 시대적으로 획일성을 띠는 경향성, 무기교(無技巧)에서 신기(神技)로 승화되는 소박성, 현실긍정의 낙천성, 표현방법에서 소극적이고 체념적이며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것, 또는 풍자적인 기법, 불교사상과 신선사상, 그리고 유학 등에서 온 은둔사상에서 비롯된 현실에서의 초월 · 체념 · 도피적인 세계관이 문학에 투영되어 한 특질을 이루고 있다는 견해로 오늘날까지 폭 넓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국문학편찬위원회, <국문학신강>, 새문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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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지용
630('21)-09-03 21:21
문서작성자 정병욱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구자균의 지적에 동의하는데, 사실 시가도 고대 시가-향가-고려가요-경기체가-시조-현대 시 이런 현상으로 한국 시가문학의 계보가 이어지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한국문학은 릴레이 경기에 가까운 특성이 있고, 그 외에도 한국인들의 특유의 계급의식의 영향으로 현대 문학에서도 계급간 차이를 보여주는 문학 사조가 살짝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80년대에는 노동 문학 이런 것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페미니즘 문학 등이 새로운 경향으로 등장하는 것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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