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학당(嶺南學堂)

ㆍ작성자	조병옥
ㆍ작성일	개국612(2003)년 8월 1일 (금) 09:15 [사시(巳時)]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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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죽시사] 제6장 흥선대원군의 정치

이번에 제6장에서는 흥선대원군의 정치에 대해 토론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호칭 문제를 간단히 정리하지요. 명성황후에 관해서 민비라는 호칭에 대해 식민사관이다 아니다 하는 논쟁이 있습니다만, 그 논쟁의 우리의 주제가 아니니, 그냥 명성황후라고 칭하겠습니다. 흥선대원군에 대해서도, 대원왕 이라고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겠으나, 그냥 흥선대원군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어렸을 적에 국사 시간에 배우기를, 김옥균, 서재필 등을 급진개혁파,
명성황후와 민씨 일가의 대신들을 비롯한 그 세력들을 온건개혁파,
그리고 흥선대원군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을 보수파 또는 수구파라고 배웠습니다.

그 중 온건개혁파에 대해서, 교과서에서는 백성들의 개혁욕구를 들어주는 척 했을뿐이라고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가물가물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명성황후의 개혁에 대해서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보는 관점이 또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일본과 청, 그리고 러시아 이렇게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에 어느새 끼어버린 조선의 입지를 강화하고 실리를 찾기 위해 줄타기 외교를 한 구한말의 훌륭한 정치가로 평가하기도 하는 것 같고, 또 일본에 대항했던 당찬 여성으로 보거나 권력을 틀어쥐고 일본과 청의 압력에 저항한 정치가로 보기도 합니다.

흥선대원군에 대해 수구 또는 보수의 어느정도는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아마도 쇄국정책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 쇄국정책으로 인해 조선은 여러차례 외국의 뛰어난 문물이나 그들의 엄청난 화력이나 군사력을 보고서도 교류를 하거나 외교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요. 명성황후에 대해 종전과는 다른 평가를 내리면서, 명성황후와 대립했던 그의 시아버지 흥선대원군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이전엔 외세에서 나라를 지키려 한 것으로 평가하던 것을 요즘엔 다르게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어찌됐던 쇄국정책이 옳은 정책은 아니겠으나 어쨌든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은 구한말의 정치를 논하는데 있어서 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흥선대원군에 대해 수구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쇄국정책 때문인데, 소생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집권후 펼친 정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오히려 흥선대원군이 펼친 정책은 매우 개혁적이었습니다. 우선 서원철폐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안동김씨의 세도에 지쳐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대원군이 잘 만하면 전국의 유생들을 자기편으로 이끌 수 있었을 거라고 소생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을 적으로 돌리면서도 대원군은 서원 철폐를 강행합니다. 서원이 붕당, 정쟁의 근거지로 변모했기 때문이지요. 처음 설립의 의지야 후진 양성이고 스승을 모시는 것이지만 세월이 지나 그 취지에 어긋나다면 없애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고, 이를 추진한 대원군의 정책은 분명히 개혁정책이라고 봅니다.

다른 정책들에서도 대원군의 개혁의지는 드러납니다. 대원군 시절에 와서야 비로소 고려조 왕의 성을 가진 왕씨들이 중용될 수 있었습니다. 그전에도 미관말직에 왕씨가 있긴 했습니다. 단종에게 갔었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그 예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왕씨들은 차별받았었고, 대원군 시절에 와서야 한성판윤이라는 지금으로 치면, 서울시장이자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에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대원군의 고종의 즉위를 도운 조대비의 일족인 조씨 형제들을 중용하지 않았습니다. 자기편이라고 하여 무조건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것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사람을 쓴 것이지요. 이것이 당시로선 개혁정책 아니겠습니까?

물론 대원군의 정책에도 비판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쇄국정책이야 말할 것도 없고, 경복궁 재건도 비판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그 명분이야 좋다고 하더라도, 당시가 고종 2년이었으니, 대원군 집권후 얼마 안된 시기였고 안동김씨의 세도정치로 왕실과 조정의 재정이 말이 아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때에 그처럼 큰 토목공사를 일으켰으니 재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자명한 일. 당백전을 발행하고 통행세를 걷어 해결하려 해보지만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뿐이었으니 경제에 대해서는 아마도 문외한 아니었나 싶습니다.

소생이 보기에 대원군은 내정에서는 개혁적이었으나, 경제엔 어두웠고 외교엔 또 국제적인 안목이 없었다고 봅니다. 광해군의 외교가 이때에도 아쉽습니다.

명성황후의 경우, 소생은 오늘날의 세간의 평과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대원군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후, 명성황후는 민씨 일가를 대거 등용합니다. 물론 이중에는 후에 민영환처럼 충신이 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쨌는 그 능력보다는 황후로 인해 등용된 자들입니다. "온건"이라는 딱지를 붙여서나마 개혁이란 이름을 붙이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소생과 달리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생이 생각하기에는 명성황후의 정책은 오락가락이었다고 봅니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에 편리한 정책과 세력을 택해 손을 잡은 것이지요. 친러파가 유리하면, 그들로 내각을 채우고 안되겠다고 생각되면 다시 친일파를 등용했다가 내외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잠시 양보하여 개화파를 등용했다가 다시 친일파나 친청파 또는 친러파로 집권세력을 바꾸기를 수차례 했었지요. 소생은 이것을 소위 말하는 "줄타기"외교, 강대국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하던 외교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외교의 정수는 바로 광해군이 보여준 것으로써, 청과 명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는 외교를 취하며 실리를 얻으려 한 것이지요. 하지만 명성황후는 때에 따라 이러저러한 세력으로 집권의 주류세력을 교체 했을 뿐, 그 속에서 실속을 찾기 위한 노력은 별로 찾기 어려운 듯 합니다. 내실을 다져 국력을 키운것도 아니고,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뒤집은 건 좋으나 그렇다고 새로운 서구문물을 유용하게 활용하거나 개량하거나 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도 없고....결국 자신의 권력유지를 위해 이세력을 이용했다 저세력을 이용했다 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생은 , 비록 대원군이 경제에 어둡고 외교에 샐패했지만, 그래도 흥선대원군이 개혁정치를 했다고 봅니다. 오히려 명성황후의 정치가 수구의 정치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오늘날의 주된 흐름과는 좀 다른 생각인 듯 하여, 소생의 생각이 언짢으실지 모르나, 이곳은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송죽시사이니, 마음껏 반론과 비판을 펴주시기 바랍니다.

개국 612년 8월 1일.
송죽시사. 조병옥.

http://www.1392.org/bbs?laed31:103